[전라도가 좋다, 전라도 외국인] “한국 노동현장 일꾼 자부심…코리안드림 영글어 갑니다”
<7> 공공형 계절근로자
■ 곡성 농촌 현장 라오스 3인
멜론·복숭아·블루베리 등 10개 작목 수확
“농촌 출신이지만 한국 농산물 처음 봐 신기
언어 장벽 애로…회화 교육 받을 수 있었으면”
■ 해남 대한조선 네팔·우즈벡·튀르키예 청년들
선박 제작 과정 용접 작업 등 기술 숙련공
2025년 07월 11일(금) 09:00
라오스-곡성군의 MOU협약을 통해 입국한 공공형 계절근로자들이 곡성 농협 APC에서 작물 선별·분류·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박연수 기자 training@kwangju.co.kr
전남은 지금,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 논과 밭 그리고 산단까지, 외국인 근로자들은 지역 곳곳에서 노동 현장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특히 농촌 일손을 채우는 계절근로자와, 조선업의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은 숙련 외국인 용접공들은 지역 유지의 실질적인 버팀목이다.



◇“처음 보는 과일 많아 신기해요”…곡성의 여름, 라오스 계절근로자 3인의 이야기

“복숭아 나무도, 블루베리도, 처음 봤어요. 라오스에서는 이런 과일을 심지 않거든요. 여기는 너무 예쁘고, 꽃도 많고, 날씨도 맑아서 기분이 좋아져요.”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을 통해 곡성군에 파견된 라오스 출신 계절근로자 닝(여·27), 신타폰(여·31), 푸나(여·33)씨는 매일 아침 동료들과 함께 밭으로 향한다.

이들은 지난 3월부터 곡성농협과 연계된 농가에서 멜론, 복숭아, 블루베리 수확 등 농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곡성에서는 곡성농협, 석곡농협, 옥과농협 등 3개 지역 농협을 통해 총 60명의 라오스 계절근로자가 파견돼 있으며 고달안개마을, 강빛마을펜션, 겸면목화센터에 위치한 공동 숙소에서 머물며 벼, 배, 토란, 감자, 옥수수, 사과, 멜론, 딸기 등 10개 이상 작목 작업을 하고 있다.

닝씨는 라오스에서 상추, 쌀, 고추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해왔던 베테랑 농부다. 그러나 그는 “어릴 적부터 논일만 해왔지만, 한국에서는 전혀 다른 작물을 다루게 돼 새롭다”고 했다. 특히 “처음 보는 복숭아 나무에서 복숭아를 따 먹어보는 경험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하루는 매일 어떤 작업을 하냐에 따라 달라진다. 시기에 맞게 농가가 매칭되면 해당 밭으로 출근해 과일을 수확하거나 포장 작업에 투입된다.

라오스-곡성군의 MOU협약을 통해 입국한 공공형 계절근로자들이 곡성 농협 APC에서 작물 선별·분류·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박연수 기자 training@kwangju.co.kr






닝씨는 “생각보다 일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며 “한국은 날씨가 너무 좋다. 라오스보다 훨씬 나은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숭아와 멜론 작업은 오히려 재미있다고 느낀다고 했다.

반면 고사리 채취 작업은 “산을 계속 오르내려야 해서 제일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고사리를 산에 가서 직접 따는 건 라오스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신타폰씨는 고사리 작업 외에도 “사과 따고, 풀도 뽑고 다양한 경험이 재미있었다”며 “텔레비전으로만 보던 나무를 실제로 볼 수 있어서 놀랍고 신기했다”고 말했다. 세 사람 모두 “같이 식사하고, 같이 일하고, 같이 웃는 이곳 생활이 가족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라오스-곡성군의 MOU협약을 통해 입국한 공공형 계절근로자들이 곡성 농협 APC에서 작물 선별·분류·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박연수 기자 training@kwangju.co.kr






다만 이들에게 언어 장벽은 여전히 큰 과제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의지는 있지만, 푸나씨는 “아직도 거의 못 알아듣는다”며 “한국말은 너무 길고 어려워 따라가기 힘들다”고 했다. 일하면서도 말이 통하지 않아 난감한 상황을 자주 겪는 만큼 통역이나 간단한 회화 교육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김완술 곡성농협 조합장은 “지난 근로자의 날에는 농협 직원들과 외국인 근로자들이 함께 목포로 바다여행을 갔는데 다들 너무 재밌어 하더라”며 “지역 농가에 꼭 필요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지역 농가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근로자 고충 상담 및 농가 대상 인권 보호 교육 등 체계적인 관리를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향재 전남농촌지원단장은 “앞으로도 외국인 근로자와의 교류를 늘려 아름다운 전남 지역의 관광명소와 문화를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려고 한다”며 “근로자들이 농민들과도 서로 융화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을 통해 라오스에서 곡성으로 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딸기 농가에서 배양토 작업을 하고 있다. /박연수 기자 training@kwangju.co.kr






◇한국 조선업계를 지키는 네팔·우즈베키스탄·튀르키예 청년들

해남군 화원면에 위치한 대한조선, 이곳에서 근무 중인 네팔과 우즈베키스탄 출신 노동자 세 명은 모두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홀로 한국 땅을 밟았다.

네팔 출신 노동자 쿠말(30)씨는 한국에 온 지 3년이 됐다.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해 철판 위에서 선박 제작(관련 용접) 작업을 한다. 그는 “위험한 작업이 많지만 항상 안전에 유의하며 일하고 있다”며 “힘들긴 해도 한국에 온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후 작업이 끝난 후 그는 대부분의 여가 시간을 기숙사에서 운동하면서 보내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자수르백(25)씨는 앞으로의 한국 생활을 위해 언어공부에 힘쓰고 있다. 예정된 결혼을 위해 내년에 고향으로 돌아갈 예정이지만 가족과 다시 돌아올 날을 꿈꾼다.

자수르백씨는 “기숙사에서 책으로 한국어를 혼자 공부하고 있다. 한국어 시험도 준비해야 나중에 더 재밌게 생활하지 않을까 싶다”며 “비자 갱신도 쉽지만은 않다”고 했다.

이들은 E-9(비전문취업) 비자로 입국해 최대 4년 10개월까지 체류가 가능하다. 이후 토픽, 기술 자격증, 소득 등의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E-7-4 숙련기능인력 비자 등으로 전환해 장기 체류가 가능하다.

식생활에서 어려움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튀르키예 출신 아리(26)씨는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데, “식당에 가면 돼지 반찬밖에 없을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대신 아리씨는 “요즘은 외국 식당도 많아져서 자기 나라 음식을 사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바라는 점에 대해 이들은 “앞으로 한국에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시험도 봐야 하고, 공부하는 별도의 시간이 필요해 혼자서 준비하긴 어렵긴 하지만 열심히 해보려 한다”며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한국에서 우리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살아아겠다”고 전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www.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wangju.co.kr/article.php?aid=1752192000786495384
프린트 시간 : 2025년 07월 11일 20:4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