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말고 ‘까페'- 중 현 광주 증심사 주지
2025년 07월 11일(금) 00:00
카페의 사전적 의미는 “각종 차와 음료, 주류나 간단한 서양식 음식을 파는 소규모의 음식점”이다. 반면 커피숍은 “커피나 차 등을 팔면서,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쉴 수 있도록 해 놓은 가게”라고 국어사전에 나와 있다. 내친김에 커피전문점을 찾아보니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전문으로 파는 가게”라고 한다. 그러니까 스타벅스 같은 곳이 커피전문점이구나! 아니지, 가끔 핸드드립으로 직접 커피를 내리는 가게들도 있잖아. 그런 곳이 제대로 된 커피전문점인가?

그러고 보니 베이커리 카페, 브런치 카페는 들어봤어도 베이커리 커피숍, 브런치 커피전문점 같은 말은 없다. 가게 이름에 ‘카페’ 혹은 아예 불어로 cafe가 들어가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커피숍이나 커피전문점이 쓰이는 경우는 별로 보지 못했다. 정말 희한한 일이다. 카페, 커피숍, 커피전문점. 이들을 굳이 구별해야 할 이유가 내게는 없다. 차이에 대해서도 관심없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게는 구별해야만 할 이유가 차고도 넘치는 모양이다.

아마도 카페와 커피숍의 차이는 나같은 소비자 보다 운영자와 관리자의 필요에 의해 생긴 듯 하다. 관리 주체인 지자체는 허가 등을 생각해서 이들을 구별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운영자에게도 음식점 여부는 상당히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나 혼자만의 뇌피셜이다.

얼마 전 핸드드립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에 갔었다. 진하지만 부드러운 커피를 내리는 집이었다. 주인장이 너무나 정성스럽게 커피를 내려서 그냥 마시기엔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커피에 대한 애정과 바리스타로서의 자부심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런 가게에 가면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어서 좋다. 가히 커피전문점이라 할 만하다. 주인장의 열정과 정성 만큼, 왠지 커피를 향한 나의 애정도 차오를 것 같다. 동시에 나 자신도 커피애호가로서 말끔하게 세팅되어야만 할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그럴싸하게 스스로를 포장하더라도 밑천은 금방 바닥나는 법이다. 열렬한 커피 애호가가 아닌 딱 그만큼의 긴장감은 어찌할 수 없다

어쨌든 카페, 커피숍, 커피전문점, 각각을 놓고 혼자 곰곰 생각해 보면 모두 비슷비슷하다. 그래서 이런 것들은 모두 내게 그냥 ‘까페’다. 내 머리속의 까페는 밥 먹고 커피 한 잔 하는 곳, 할 이야기나 혼자서 해야 할 일이 있으면 가는 곳이다. 나에게 까페는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다. 굳이 국어사전의 정의를 따르자면 커피숍에 가깝다.

만약 이러한 까페의 본질에 충실하지 않다면 설령 까페라고 불릴 수는 있어도 명실상부한 까페는 아니다. 그래서 본질에 충실하지 않은 까페는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음악을 크게 틀어 놓아 바로 앞에 앉은 사람과의 대화에도 목소리를 높여야 되는 곳이 이런 경우다. 이런저런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몰리면서 까페 본연의 모습을 상실하는 경우도 있다. 유명한 곳이라고 해서 찾아갔더니 사람들이 많아서 시끄럽고 주문은 늦게 나온다. 정신 사나워서 도대체 뭐가 좋은 건지 도통 알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제주감성 카페” 라는 말이 돌 정도로 까페들이 인테리어에 무척 많은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덕분에 창업자금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웬만한 자본금이 없다면 까페 창업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인테리어는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 일 뿐이다. 까페는 공간 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빼어난 풍광, 잔잔한 음악과 맛있는 커피, 사람 좋은 주인장. 이러한 것들이 잘 어우러질 때 찾는 이들의 심신은 위로 받고 또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돈을 잘 버는 것은 좋은 까페라는 명성에 수반되는 결과이다. 주인과 손님의 관계 역시 상품과 서비스를 팔고사는 관계에 국한된다. 그러나 주인과 까페의 존재감이 강할수록 손님 역시 손님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하게 느끼기 마련이다. 오히려 자신이 손님이라는 사실도 잊을 정도로 심신이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좋은 까페의 관건이다. 본질적인 것은 때로 역설적이기도 하다. 주인이 주인답지 않고 손님이 손님답지 않은 것이 까페의 본질을 빛내는 길이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아야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원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것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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