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핫플-경북 칠곡 복합문화공간 ‘시호재’] 자연·건축·예술 … 그곳에 가면 세번 놀란다
팔공산맥 수려한 산세, 건축과 조화
프라이빗 뮤지엄 등 갖춘 복합문화공간
세계적 건축가 고(故) 이타미 준 장녀 설계
‘iF 디자인 어워드’ 등 건축상 트리플 크라운
인생샷 찍기 좋은 장소로 전국구 인기
음악회·패션쇼 등 행사 통해 지역과 상생
2025년 07월 09일(수) 20:15
경북 칠곡군 복합문화공간 시호재가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국내외 건축상을 잇따라 수상했다. <김용관 작가 제공>
‘삶에 쉼표를 찍으며 잠시 여유를 삼을 수 있는 곳’

마음의 고향처럼 안식처로 삼을 수 있는 경북 칠곡군 복합문화공간 ‘시호재’(時弧齋·시간을 향해 쏘는 활)에 오면 편안함이 밀려온다.

기분 좋은 바람과 공기의 향기와 촉감을 소재로 연주되는 교향곡을 떠올리도록 설계된 건물. 넉넉한 자연의 품으로 들어가는 듯한 편안함과 동시에 건축주의 환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그야말로 빛과 바람과 인간이 빚어낸 최상의 건축물이다. 구름과 햇빛이 건물 사이로 흘러간다. 불규칙하게 지나가는 바람은 일렁임을 만들면서 여운의 한 자락을 남긴다.

인생 샷을 찍기 좋은 장소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시호재이다. 경북 칠곡에서 가장 핫한 곳이다.

◇세계적인 건축상 잇따라 수상

시호재는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건축부문상을 잇따라 수상하면서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을 달성,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iF 디자인 어워드 2025’와 ‘2025 독일 디자인 어워드(German Design Award)’, ‘제47회 한국건축가협회 건축상’을 받아 국내·외에서 디자인적 가치를 인정받은 덕분에 건축학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iF 디자인 어워드’는 1954년부터 시작된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디자인상 중 하나로 매년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정·수여하고 있다.

이번 디자인전에는 66개국에서 1만1000여개의 건축물이 경쟁을 벌였으며, 국제 디자인 전문가 131명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창의적이고 우수한 건축 설계로 시호재가 인정을 받은 것이다.

1969년부터 이어온 ‘독일 디자인 어워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 디자인 경연으로, 수상 경력이 있는 작품이나 초청받은 작품만이 참가할 수 있다. 권위 있는 심사 기준과 공신력으로 디자인 업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1979년 제정된 ‘한국건축가협회 건축상’은 매년 가장 우수하고 가치 있는 건축적 성취를 이룬 작품을 대상으로 수여된다. 46년간 국내·외 건축가들의 공로를 기념하며 국내 건축분야 최고 권위의 상으로 손꼽혀 왔다는 평가다.

칠곡군 망정리 시호재 건축주 박용해 탑런토탈솔루션 회장.
◇자연을 품은 시호재

시호재는 2023년 5월 문을 열었으며, 경북 칠곡군 망정리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공간은 게스트하우스와 카페가 결합된 프라이빗 레지던시로, 대지면적 3천824㎡, 건축면적 928.9㎡ 규모에 지하 1층, 지상 2층 높이의 건물 세 동이 활 모양처럼 휘어져 연결돼 있다.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지금껏 쉼 없이 인생의 여정을 날아왔기에 다시금 방향을 찾아 겨누는 동안 여유를 갖기를 원한다는 뜻을 담았다.

시호재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프라이빗 뮤지엄 등을 겸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자연과 건축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 설계를 통해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팔공산맥의 수려한 산세 속에서 자연과 건축이 어우러지는 방식을 고민하며 설계됐다.

건물 배치는 마치 넉넉한 품으로 방문객을 맞이하는 듯한 형상을 띠고 있다.

특히 건물의 지붕선은 산세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조화롭게 자리 잡도록 설계됐으며, 실내에서는 정원의 연못을 통해 비치는 하늘과 빛, 그림자의 움직임을 경험할 수 있다.

서쪽 윙은 갤러리 겸 카페로 활용되며, 동쪽 윙은 독립적인 게스트하우스로 구성되어 가족 단위 방문객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늘에서 본 경북 칠곡군 시호재.
시호재는 자연과 건축의 조화를 중심으로 한 독창적인 공간 설계로 주목받고 있는 ITM 유이화건축사사무소 유이화 건축가가 설계를 했다.

유 건축가는 재일교포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이며 자연을 최고의 건축 재료로 삼아 ‘바람의 건축가’로 불린 고(故) 이타미 준(한국명 유동룡)의 장녀이다.

ITM 유이화건축사사무소는 시호재를 비롯해 유동룡 미술관, 방주교회, 하늘의 소리 등을 진행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어워드에서 수상을 이어가며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유 건축가는 “훌륭한 건축물은 훌륭한 건축주가 있어야 탄생할 수 있다. 박용해 회장님은 최선을 다하는 예술가들을 끝까지 응원하는 것처럼 무한 신뢰를 줬다”면서 “시호재가 팔공산의 사계절을 담아내는 자연의 조연으로 완성된 것 같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사람들이 찾아와 마음의 쉼을 찾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설계는 조경가 김봉찬과 협업해 더욱 완성도를 높였다.

국내외 다수의 조경 프로젝트를 담당한 더 가든의 김 조경가는 야외 갤러리를 제주풍으로 조성해 특색을 더했다.

건축과 조경이 함께 만드는 이 공간의 조화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시간과 자연이 함께 흐르는 하나의 ‘장소적 경험’을 제공한다.

‘브랜딩 컴퍼니’의 한주희 대표는 건축물에 ‘시호재’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내부 디테일한 디자인과 소품 기획까지 전 과정에 참여했다.

◇지역과 상생하는 복합문화공간

시호재의 예술적 가치는 박용해 탑런토탈솔루션 회장이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더욱 돋보인다.

박 회장은 한국 현대미술 거장들의 그림과 도자기, 화병 등을 연중 전시해 관람객들에게 수준 높은 예술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호재는 음악회와 패션쇼 등 문화 행사를 통해 지역 사회와 상생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6월에는 ‘보이스 오브 소프라노’의 정기공연 ‘서머 드리머’가 성황리에 열렸고, 계명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의 미니패션쇼가 개최되며 지역 주민과 방문객들에게 다채로운 문화 경험을 선사했다.

한편 경상북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위원장 박순범)는 지난달 17일 시호재에서 현장간담회를 연 뒤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곳곳을 둘러보았다.

박순범 건설소방위원회 위원장은 “칠곡에 iF 디자인어워드 2025 상을 받은 시호재가 전국적인 명소가 될 수 있도록 경북도의회에서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용해 회장은 “세계적 건축 상을 잇따라 수상한 것은 시호재에 큰 영광”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예술과 문화 행사를 통해 지역민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매일신문 전병용 기자 yong126@imaeil.com



시호재 내부 전경.
◆박용해 탑런토탈솔루션 회장 인터뷰

시호재의 건축주는 1966년 고교야구 최고 타격왕에게 주는 이영민 타격상을 받은 박용해 탑런토탈솔루션 회장이다.

그는 대구에서 태어나 야구로 유명한 칠성초, 대구중, 대구상고(현 대구상원고) 4번 타자이면서 포수였다. 당시엔 프로리그가 없어 졸업 후 제일은행 야구선수로 활동하다가 1989년 동양산업을 창업했다.

그는 시호재를 지을 때 가장 중요시했던 것은 건축과 주변 자연이 혼연일체가 되고, 정원을 자연과 연결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산맥이 지닌 능선의 흐름을 거스르고 싶지 않았다. 건축을 매개로 대지에는 찬가를, 방문객에게는 환대를 전하고 싶었다”면서 “유이화 소장의 자연 친화 건축과 김봉찬 조경가의 친환경 조경이 잘 어우러졌다. 계절에 따라 숨죽였다가 다시 약동하듯 생기를 품는 자연스러운 정원에 대만족 한다”고 말했다.

특히 게스트하우스 각 공간에 작은 중정(中庭·안뜰)을 넣는 것도 포인트이다.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 동안 중정을 바라보며 고요하게 마음을 다잡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는 “지역사회에도 전국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면서 “방문객들이 이곳에서 예술적 감성과 위로를 얻는다면 그게 저의 오랜 꿈을 이루는 것”이라고 밝혔다.

/매일신문 전병용 기자 yong12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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