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는 산티아고 길- 박응렬 산티아고학교 교장
2025년 07월 09일(수) 00:00
2025년 6월 22일. 33일간의 긴 여정이 끝나는 날. 드디어 산티아고에 입성했다. 2년 전 오늘은 아내와 함께 생장에서 출발했던 날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기분이 묘하다.

산티아고 길은 홀로 걷는 경우가 많지만 800km에 이르는 길을 홀로 걷는 대장정이기에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여행사들이 패키지도 운영한다.

처음 16명을 이끌고 인솔자로 나설 때 다소 걱정했던 건 사실이다. 43일의 긴 여정, 생전 처음 만나는 낯선 사람들. 잘 해야 한다는 신념 하나로 나선 새로운 길이었다. 나와 인연을 맺은 우리 일행이 나와의 인연이 후회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이번 여정의 핵심이다.

많은 인원이 함께 하다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모일 수밖에 없다. 나와 뜻이 맞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남에 대한 배려가 많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극우도 있고, 극좌도 있을 수 있다. 20대에서 60대까지 나이도 다양하고, 주부와 직장인 등 직업도 다양하다. 여성이 11명, 남성이 5명이다. 부부도 있고, 부녀가 함께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다양성 속에서 우리 팀을 원활하게 이끌어야 한다.

처음부터 내려놓고 시작하기로 했다. 나와 뜻이 맞지않은 사람도, 매사 반항적인 사람도, 결벽증으로 다른 사람을 힘들게해도 그러려니 넘긴다. 이런 걸 신경 쓰면 나만 피곤하다. 30년 이상 공직에 있으면서 터득한 나만의 노하우가 때로는 크게 도움이 된다.

세 번째인 이번 여정에서 가장 보람된 것은 모든 일행이 아무 탈 없이 무사히 완주한 거라 할 수 있겠다. 43일의 긴 여정에서 중간에 부상이나 피로 누적으로 제대로 걷지못한 경우가 몇번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일들은 어디에서나 흔히 있는 일일 것이다.

모두가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은 팀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가장 큰 힘이었다. 장기 레이스에서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 일행은 완주 의지가 무척 강하다는 걸 처음부터 느낄 수 있었다. 알러지로 고생하고 몸살감기로 고생하면서도 절대 점핑하지 않겠다고 우긴다. 저 정도면 쉬는 게 좋을텐데 해도 약을 먹으면서 기어코 걷는다.

부득이하게 점핑해야 할 사람이 생기면 나는 상황을 살핀다. 가능하면 완전 점핑은 지양하도록 유도한다. 반 정도 점핑하고 나머지는 걷도록 한다. 물론 최종 결정은 본인 몫이다. 완전 점핑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두어번 있었다. 아쉽지만 상황에 따라 그럴 수밖에 없을 때도 있다.회사의 적극적인 협조도 모두가 완주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인솔자의 역할이 팀원들 완주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나도 모르겠다. 그저 내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보았다.

나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 우리 팀원들에게 좋은 사진 많이 남겨주고 싶었다. 순례길을 걷다보면 사진 찍는 게 힘들다. 귀찮아서 그냥 지나간다. 그걸 알기에 생각한 내 나름대로의 방법이었다. 또한 순례길에서 필요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제공해 주었다. 산티아고 스쿨을 운영하면서 체득한 정보들이다.

본인의 강한 의지와 여행사의 적극적인 지원, 인솔자의 역할이 어울러질 때 무사완주는 가능할 것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의지와 노력이 아닐까.

33일 걷는 동안 날씨가 환상적이었다. 비는 첫날 피레네산맥 넘을 때 딱 한번 있었다. 메세타평원을 걷는 8일 동안 구름이 계속 있어주었다. 메세타를 걸을 때 가장 어려운 건 따가운 햇살이다. 우리가 걷는 내내 오전에는 구름이 많고 오후에는 쨍쨍 해뜨는 날이 많았다.

산티아고 길을 다녀온 후 내 인생은 달라졌다. 산티아고 관련 책을 펴내고 산티아고 스쿨을 운영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산티아고 길 위에 서길 바라고 있다. 그 길 위에서 당신의 삶 역시 달라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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