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체험로드_완도 스팟(Wando Spot)
2025년 07월 08일(화) 10:30
완도수목원 입구에서 반겨주는 글자 조형물.
굿모닝 예향-남도 체험로드_완도 스팟(Wando Spot)



◇국내 유일 난대수목원 완도수목원

완도군 군외면, 상왕봉 자락에 펼쳐진 국립 난대완도수목원은 한반도 최남단의 기후와 맞닿은 국내 유일의 난대 수목 천국이다. 이곳에는 무려 3800여 종의 식물 유전자원과 770여 종의 난대·아열대 식물이 사계절 내내 숲을 물들인다. 후박나무, 동백나무, 감탕나무, 황칠나무, 완도 호랑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와 같은 남도 특유의 상록 활엽수림이 숲을 빽빽하게 이룬다.





산림전시관과 남부 최대 규모의 아열대 온실이 대표적이다. 이 온실엔 워싱턴야자·인도보리수·알비지아 등 600여 종의 아열대식물이 이국적 분위기를 풍긴다. 동백원·식용식물원·약용식물원 등 테마정원에서는 계절마다 동백꽃, 노란 후박꽃, 완도 호랑가시나무의 붉은 열매, 황칠나무, 구실잣밤나무 잎과 꽃이 곁을 내준다.

덕분에 계절마다 다양한 식물의 꽃과 열매, 잎 색깔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늦봄부터 초여름에는 동백나무와 완도 호랑가시나무가 노란 꽃을 피우고, 가을이 깊어지면 구실잣밤나무와 호랑가시나무 열매가 새빨갛게 익어 산새가 모여든다. 날이 점점 더워지는 한여름엔 시원한 숲 그늘이 무엇보다도 반갑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까끔길’은 과거 숯을 내다팔던 주민들의 오솔길로, 산길을 걷다보면 남도 특유의 향긋한 숲내음과 개울물 소리가 어우러진다.



완도수목원 내 계곡 쉼터 사방댐.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숲해설사 동반 산책, 가족 목공예, 유아 생태체험, 피톤치드 힐링 산책 등이 계절에 맞춰 열린다. 평일 오전, 주말 오전엔 특히 한적했다가, 오후엔 가족 나들이·단체 방문객으로 붐빈다.

완도수목원은 주차장, 화장실, 음수대 등 주요 편의시설도 넉넉해 아이 동반 가족, 단체 여행, 연인 모두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완도읍, 신지 명사십리 해수욕장, 완도해양치유센터, 완도타워 등 주요 명소와 인접해 있어 당일 연계 여행이 쉽다.



완도수목원 ‘나무 동물·로봇길’에 설치된 목재 조형물.


숲 해설, 가족 목공예, 유아 생태체험, 피톤치드 힐링 산책 같은 행사가 계절별로 준비되어 있으니, 공식 홈페이지나 안내센터에서 운영 일정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방문객 누구나 편하게 산책하고 쉴 수 있는 무장애 탐방로와 데크, 벤치들이 조성돼 있다.

완도수목원을 찾을 계획이라면 꼭 권하고 싶은 여행법이 있다. 아침 이슬 머금은 산책로를 따라 신학저수지와 향기로운 산림길을 걷고, 아열대온실에서 이국적인 식물을 사진에 담는다. 숲해설사와 함께하는 체험에 참여하거나, 목공예 체험에서 남도만의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 점심은 인근에 위치한 남도식당, 카페 등에서 현지음식으로 채우면 온종일이 짧게 느껴질 만큼 풍성하다.

다도해를 내려다보는 숲, 완도의 계절을 온몸으로 즐길 수 있는 여행. 이곳에서는 남도의 자연이 품은 모든 특별함을 한 곳에서 마주할 수 있다.



◇완도타워 & 다도해일출공원

완도의 새로운 랜드마크, 완도타워에 오르면 바다와 섬과 하늘이 한눈에 펼쳐진다. 해발 132m 동망산 정상에 우뚝 선 높이 76m(첨탑 기준, 3층 구조)의 이 전망타워는 2008년 개장 이래 남도 여행의 로망이 되어왔다.



완도타워와 다도해일출공원 전경.


무엇보다 완도타워의 시그니처는 탁 트인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파노라마 뷰. 맑은 날엔 청산도, 신지도, 심지어 제주 한라산까지 짙푸른 실루엣을 그린다. 아침엔 동쪽 하늘을 밝히는 일출, 해질녘엔 다도해와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노을, 밤에는 야경과 레이저쇼까지 온종일 감동이 멈추지 않는다.

1층에서는 여행자들이 한 번쯤 꿈꿔온 ‘완도여행(하늘을 날다)’ 경비행기 시뮬레이션 미니게임으로 완도 바다 위를 가상 비행하거나, 절벽과 야경을 한눈에 담는 ‘빛의 휴식처’ 포토존, 실제 바다를 배경 삼아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 스트리트 등을 즐길 수 있다. ‘함께 만드는 수족관’에서는 해조류, 해양파충류, 포유류 등 갖가지 바닷생

물을 직접 색칠해 가상 수족관을 채워보는 체험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실제 바다를 배경 삼은 완도타워 포토스트리트.


2층엔 ‘나비와 완도의 파도’라는 이름의 포토존과 함께, 완도의 특별한 명소를 소개하는 ‘섬섬시편’ 벽이 있어 여행의 영감을 얻을 수 있다.

3층 카페에서는 완도에서 막 잡은 생전복이 들어간 ‘장보고빵(통전복빵)’이 별미다. 남도의 해풍과 바다가 선사하는 웰빙 식재료 ‘비파’로 만든 비파사이다도 완도 대표 특산음료로 인기를 끈다.

타워 밖으로는 76m 정상을 짚라인에 몸을 맡긴 채 바람을 가로지르며 내려올 수 있는 ‘완도타워스카이’, 왕복 모노레일, 동망산을 따라 걷는 돌탑길 등 오감이 깨어나는 체험들이 빼곡하다.

누구나 여행의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을 것. 타워 매표소 옆 추억저장소에서는 남산타워 못지않은 사랑의 자물쇠 코너를 운영하고 있으니 연인, 가족과 소중한 소원을 걸어두기에 좋다.



완도타워 초입에 세워진 동백꽃 조형물.


완도타워와 연결된 다도해일출공원은 동망산 산자락을 따라 철마다 꽃이 흐드러지는 산책길, 전망데크, 그리고 모노레일과 짚라인이 어우러진 신비로운 공간이다. 아침에는 일출공원에서 바다 위로 터오르는 해돋이의 장관을 밤에는 전망대에서 환상적인 야경과 빛 쇼를 누릴 수 있다.

매주 금~일요일(오전 10~12시, 오후 2~5시)에는 전문 문화관광해설사의 무료 현장 해설을 받을 수 있어, 섬과 바다, 완도의 역사까지 한층 더 깊이 있게 만날 수 있다.

완도의 바람과 빛, 드높은 하늘을 한 번에 누리고 싶다면, 타워 전망대에서 감동의 파노라마를 만끽하고, 짚라인과 공원 산책, 그리고 야경까지 하루 종일 이어지는 완도타워-다도해일출공원 코스를 추천한다.



◇해상왕 삶과 꿈 담긴 장보고유적지

완도 바다와 닿은 언덕에는 천 년 전 해상왕 장보고의 삶과 꿈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장보고기념관은 청해진과 해상 실크로드의 중심이었던 장보고의 발자취를 따라 시간을 걷게 한다. 현대적인 유리벽과 실내외 돌담으로 둘러싸인 기념관은 입구의 원목 목책 진입로부터 완도 바다의 역동성을 상징적으로 전한다.



청해진 옛터에 세워진 동양 최대 규모의 장보고동상.


기념관 1층에서는 동북아 해상 무역로와 무역품들, 선원들의 실제 항로와 물품을 세세하게 체험하며 당시 청해진의 위상과 활기를 실감할 수 있다. 2층 미디어아트관에 오르면 어린 장보고가 동경하던 바다, 그가 항해하며 만난 세계의 풍경, 찬란한 청해진의 무역과 법화원의 은은함이 미디어아트로 재현된다. 전시를 마치고 나오면, 고금도와 약산도, 신지도 등 완도 주변 섬들과 바다가 유리창 너머 그림처럼 펼쳐진다.

기념관 바깥에선 남해의 힘찬 파도, 갯벌을 닮은 외벽 곡선, 돌담(석축), 사방을 감싼 성곽 구조와 연속된 목책길을 따라 당시 청해진의 방어체계를 체험할 수 있다. 마당에는 아이들이 뛰노는 체험선과 공터가 마련돼 온 가족이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특별전 ‘완도의 장보고’가 펼쳐지고 있는 장보고기념관은 ‘2025 완도 방문의 해’를 맞아 오는 12월 31일까지 무료로 운영된다.



청해진 유적지(장도).


기념관에서 나와 몇 분 걷다보면, 신라 흥덕왕이 장보고에게 내린 청해진의 터가 그대로 남은 청해진 유적지를 만난다. 이곳에는 목책, 외성, 내성 등 3중 방어체계가 지금도 그 위용을 전하고 있고, 어김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목책 밑동이 투박하게 남아 있다. 외견상 오래된 나무뿌리 같기도 하지만, 사실상 장보고가 청해진을 지키기 위해 해안가에 빼곡하게 세웠던 1200년 전 방어선의 일부다. 이 밑동 앞에 서면,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역사 현장의 진짜 무게를 실감하게 된다.

유적 출토관에서는 기와, 주름무늬병, 편병, 무기, 청동 도구 등 당시 해상무역과 군사활동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판축토성, 우물, 고대 등도 잘 보존돼 있어 현장 해설사와 함께라면 생생한 비화까지 경험할 수 있다. 유적지 주변의 해신사는 장보고와 충신들을 기리는 작은 사당으로 파도 소리와 남도의 바람에 천년의 용기와 기도가 고요하게 녹아든다.

깊은 수심, 바람과 해류, 외부 침입에 강한 천혜의 요새, 청해진의 지리적 이점과 더불어 한반도와 동아시아 역사의 결정적 무대가 됐던 이곳은 오늘날에도 ‘남도의 신화와 바다의 이야기를 품은 현장’으로 남아 있다.

완도를 찾는 여행객이라면 장보고기념관, 청해진유적지로 이어지는 천년의 여정을 놓치지 말기를 권한다. 전시와 유적, 바다와 섬, 그리고 역사의 현장이 어우러지는 이 코스에서 남도 바다의 신화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청산도, 느림이 빚은 초여름의 섬

한 번쯤 현실의 속도를 내려놓고 싶은 여행자라면 청산도 앞에 꼭 멈추게 마련이다. 푸른 바다 위에 펼쳐진 이 섬은 사계절 언제나 이름 그대로 ‘청산(靑山)’을 닮아 있다.

완도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40~50분, 다도해 한가운데로 깊숙이 들어가야 만나는 이곳은, 누군가는 신선이 머무른 땅 ‘선산도’ ‘선원도’로도 불렀다. 실제로 청산도에 들어서면 마음 깊이까지 새파란 숲과 바다 향이 번진다.



영화 ‘서편제’ 촬영지로 알려진 돌담길.


가장 먼저 슬로길이 발길을 붙잡는다. 총 42km, 11개 코스로 나뉜 슬로길은 청산도 구석구석을 잇는 생태탐방로다. 각 코스엔 돌담길, 구들장논길, 동구정길, 서편제길, 사랑길, 단풍길, 해맞이길 등 독특한 이름이 붙어있고, 길을 걷고 있다 보면 “여기선 빠르면 반칙”이란 농담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천천히 걸어야만 보이는 풍경이 너무나 많아서다. 봄과 여름 경계의 6월엔 분홍 자운영꽃과 초록 보리가 논둑과 언덕길마다 흔들리고, 어느 마을 돌담 옆 멈춰서면 수십 년 세월을 품은 상록 숲이 멀리까지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다.

이곳의 진짜 매력은 섬 전체가 하나의 살아 있는 풍경이라는 점이다. 청산도는 흔한 관광지가 아니라 주민들의 옛 이동로, 삶이 남긴 생활의 길이 그대로 여행길로 이어져 있다. 그 길 위에는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선정된 400년 역사의 구들장 논도 있고, ‘서편제’와 ‘봄의 왈츠’ 등 수많은 영화·드라마가 남도의 남다른 속도로 다가온다. 인생샷 명소로 통하는 슬로길 인근, 한적한 바닷가나 언덕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남도의 여유와 푸른 계절을 더 짙게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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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바위 전망대에 오르면 청산도를 통째로 조망할 수 있다. 날이 맑으면 저 멀리 여서도, 거문도, 제주도까지도 선명하게 확인된다. 범바위 근처 자철 성분 강한 암석대로 인해 나침반과 전자기기가 먹통이 되는 특이한 경험도 해볼 수 있다. 한적한 해변을 찾으면 진산해변, 장기미해변 등 돌로 이뤄진 고요한 바닷가에서 파도 소리와 나만의 시간을 온전히 누리기도 좋다.

6월 청산도는 ‘살아 있는 초록’ 그 자체다. 바람에 실린 섬마을 소리, 돌담 어귀마다 자라는 들꽃, 사시사철 다른 얼굴을 내미는 해변에서 걷고, 머물고, 느리고, 가다보면 어느새 여행자의 마음도 섬처럼 고요하게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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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도 한결 편하다. 완도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성수기 기준 하루 6회 왕복 배가 운항되고, 도착 후엔 섬 내 마을버스·셔틀·택시 등이 연결된다. 주요 코스를 한 바퀴 돌고 싶은 이들에게는 주민이 운영하는 민박이나 소박한 게스트하우스가 호젓한 쉼을 선물한다. 짧은 방문이 아쉽다면 1박, 느림의 미학과 남도의 섬마을 삶에 한껏 스며드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글=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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