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유치, 전주만의 ‘발전 내러티브’로 승부하라 - 김환영 지식 칼럼니스트, 데일리인베스트 대기자
2025년 07월 08일(화) 00:00
독자가 도저히 사지 않을 수 없는 책을 목표로 하면 베스트셀러가 나오지 않을까. 올림픽 유치도 다르지 않다. 전주가 2036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로 선택되려면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이유’가 필요하다.

2036년 올림픽 개최지는 미정이다. 커스티 코번트리 신임 IOC 위원장은 최근 선정 절차 재검토를 위한 실무그룹 구성을 발표했다. 불확실성이 기회다. 최근까지 인도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이집트·인도네시아·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지역 최초 개최’라는 상징성을 앞세운다.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전주만의 차별화된 가치’는 ‘발전(development)’이라는 키워드에서 출발할 수 있다. IOC는 단순히 저비용·고효율, 친환경 개최를 넘어서 기후위기, 불평등, 인권 등 인류 공동 과제 해결에 기여하는 올림픽을 지향하고 있다.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뤘다는 타이틀의 보유국이다. 전주는 그 역사적 발전 경험을 올림픽을 매개로 인류에 전파할 수 있다.

기후위기, 양극화, 난민, 전쟁 등 오늘날의 위기는 모두 ‘발전’의 실패와 연결된다. 선진국은 ‘재발전’이 필요하고 개발도상국은 저발전의 늪에 빠졌다. 인공지능(AI)과 고령화는 새로운 발전 모델을 요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주는 ‘올림피언 발전(Olympian Development, OD)’이라는 개념을 제시할 수 있다. OD는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DGs)를 심화·확장하며 성장과 지속가능성의 균형을 지향한다. 올림픽 정신, 즉 탁월성·우정·존중은 ‘인간의 전인적 발전’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발전과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다.

일부 개발도상국은 지속가능성을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비판한다. 발전의 사다리를 선진국이 치우려고 한다는 주장이다. 지속가능성이 ‘미래를 빼앗지 않는 현재’라기보다는 ‘현재에 머물도록 강요당하는 미래의 상실’로 느껴질 수 있다.

OD는 이에 응답한다. 성장을 회피하지 않으며 스포츠· 체육·신체활동의 산업화 가능성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는다. 동시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과학기술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다. 기존의 개최 도시들이 탄소중립이나 전기차 수송 등 환경기술을 도입했다면 전주는 보다 근본적으로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기후 솔루션을 모색할 수 있다.

IOC는 ‘올림픽 유산’을 중시한다. 전주는 가칭 ‘전주 올림픽 재단(JOF)’을 설립해 스포츠 산업에서 발생한 수익을 기후 과학·기술 혁신과 대학 발전에 투자하는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서울대가 아니라 하버드대 10개를 만들자’는 비전은 어떤가. 새만금은 이 구상의 실현 무대가 될 수 있다. 환웅이 세운 신시(神市), 새로운 아테네가 새만금에서 복원되는 꿈을 꾸자.

JOF는 아직 금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한 국가들과 태권도처럼 세계화 가능성을 지닌 전통 스포츠를 보유한 국가들과 협력해 새로운 성장 스토리를 함께 써나갈 수 있다.

이번 도전은 절대 쉽지 않다. 국내에서는 모든 도시가 ‘공동 개최도시’라는 개념 아래 협력해야 하고 국제적으로는 ‘전 세계가 전주의 공동개최국’이라는 정신이 요구된다. 단순한 수사가 아닌 진정성과 일관된 메시지가 관건이다.

전주는 행동으로 증명하라. 당장 착수하라. ‘올림피언 발전(OD)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하라. 아프리카 3개국, 동남아시아 2개국과 파트너십을 맺어 스포츠 인프라 구축과 기후기술 이전을 동시에 진행하라. 전주 올림픽 재단(JOF) 예비기구를 즉시 설립하고 삼성·LG 등 국내 기업과 함께 100억원 규모의 시드머니를 조성하라. 2026년 IOC 결정 이전에 이미 5개국 1만 명의 청소년들이 전주에서 스포츠와 기후과학을 배우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라. 전주 이야기를 정교한 스토리텔링으로 세계를 설득하기 위해 디지털 포털, 다국어 뉴스레터, 글로벌 미디어 캠페인에 착수하라.

2036년 올림픽 개최지는 2025년 하반기에서 2026년 사이에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전주 올림픽은 대한민국 국민주권정부의 대표적 유산이 될 수 있다. 전주와 전북에는 ‘홍익인간(broadly benefit humans)’의 실천, 곧 인류의 보편적 이익을 촉진할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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