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지음
2025년 07월 04일(금) 00:00
소설가 김애란이 ‘바깥은 여름’ 이후 8년 만에 새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로 돌아왔다. 전작들에서 보여준 섬세한 감정 포착, 언어의 재치와 정서적 통찰, 사회와 개인의 경계에 대한 몰두가 신작에서도 이어진다.

작가의 다섯 번째 단편 소설집인 ‘안녕이라 그랬어’는 집이나 방 같은 일상 공간이 갖는 정체성과 의미를 주제로 총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다.

첫 소설은 “사회적 공간 속을 떠다니는 감정의 입자를 포착하고 그것에 명료한 표현을 부여하는 특유의 능력을 예리하게 발휘한 소설”이라는 평과 함께 2022 김승옥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홈 파티’다. 집주인의 미감과 여유를 짐작하게 하는 우아하고 안정적인 공간에서 돈과 이웃이라는 계급적 긴장 관계를 날카롭게 포착한다.

이어지는 소설에서도 인물들이 누군가의 공간을 방문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숲속 작은 집’에서는 값싼 물가와 저렴한 체류 비용 덕분에 한 달 여행이라는 ‘사치’를 가능하게 한 해외의 단독주택, ‘좋은 이웃’에서는 정성스레 가꾸고 사용해왔지만 새 집주인을 위해 이사 준비를 해야 하는 전셋집, ‘레몬케이크’에서는 회사를 관두고 그간 모은 돈을 전부 털어 문을 연 책방이야기를 전한다.

표제작인 ‘안녕이라 그랬어’에서는 얼마 전 엄마를 떠나보낸 은미가 엄마가 남긴 집에 틀어박혀 지내다 화상영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강사인 로버트와 대화를 나누던 중, 오래전 헤어진 연인과 함께 팝송을 감상하다 가삿말 속 ‘I’m young’이 ‘안녕’으로 들린다는 착각을 했던 때를 떠올린다. 연인은 맞는 가사를 알려주며 은미의 착각을 바로잡아주지만 시간이 흘러 그날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사과한다. 작가는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안녕’의 의미를 서늘하게 조명해 낸다. <문학동네·1만6800원>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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