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햇살·푸르름 모든게 빛나는 계절, 명화 속 여름이야기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여름이라는 그림, 이원율 지음
2025년 07월 04일(금) 00:00
성큼 다가온 여름, 벌써부터 무더위가 심상치 않다. 올 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저마다 여름에 대한 추억은 다를 것이다. 그 추억의 이면에는 여름에 대한 풍경이 자리한다. 밤하늘 무수히 많은 별들을 바라보며 미래에 대한 꿈을 꾸었던 기억, 냉방이 되지 않는 푹푹 찌는 콩나물 교실에서 자율학습을 하던 추억, 뙤약볕 거리에서 오지 않는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기억 등등 여름에 대한 풍경은 다채롭다.

그러나 여름은 설렘의 계절이기도 하다. 학생들에게는 방학이 있고 직장인들에게는 휴가가 있다. 여행과 떠남의 계절이기에 여름은 늘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한다.

짙푸른 바다와 녹음이 우거진 숲, 단맛이 밴 과일 등, 여름이 선사하는 것은 다른 계절과는 차원이 다른 즐거움이다. 특히 너울너울 춤을 추는 파도와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하얀 모래사장, 병풍처럼 해안을 따라 늘어선 송림 등은 여름이 주는 낭만적인 장면이다.

여름과 어울리는 그림이 있을 수도 있겠다. 여름하면 환기되는 그림은 무더위를 저만치 밀어내기 때문이다. 올 여름은 그림과 함께 더위를 잊고 감성을 충전하면 어떨까.

호아킨 소로야 작 ‘해변 따라 달리기, 발렌시아’
미술 스토리텔러이자 ‘헤럴드 경제’ 기자인 이원율이 펴낸 ‘여름이라는 그림’은 이맘때 읽으면 제격일 것 같다. 여름하면 상기되는 눈부신 햇살, 시원한 파도, 싱그러운 나뭇잎 등을 작품에서 다채로운 이미지로 만날 수 있다. 독자들이 미술로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는 저자는 지금까지 ‘마흔에 보는 그림’, ‘무서운 그림들’ 등의 책을 펴낸 바 있다. 특히 2200만 회 이상인 ‘후암동 미술관’을 쓰며 화가의 삶과 그림을 생동감있게 풀어내고 있다.

‘찬란한 계절을 사랑하게 만드는 명화 속 여름 이야기’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책은 모두 16명 화가의 100개의 여름 풍경을 담아낸다. 전공자가 아닌 비전공자의 글은 도식적이지 않고 맛깔스럽다.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파도와 햇살이 춤추는 계절’은 여름의 청량감을 선사한다. 조르주 쇠라, 클로드 모네 등 4명 화가의 작품을 만난다.

호아킨 소로야의 ‘해변 따라 달리기, 발렌시아’는 파란 바다와 해변을 뛰어다니는 아이들, 눈부신 햇살이 인상적이다. 소로야는 어린 시절 ‘악마의 병’인 콜레라에 걸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변곡점을 맞는다.

초창기에는 어두운 색감의 우울함을 묘사했는데 끝없이 펼쳐진 푸른 수평선에 천착하면서 시각이 변한다. 소로야는 매년 여름이면 고향 발렌시아 바다에 있고 싶어 했다. 그는 언제나 지인에게 “발렌시아 해변, 그 자체가 그림입니다”라고 말하곤 했다.

빈센트 반 고흐 작 ‘별이 빛나는 밤’
2부 ‘눈부신 하루가 쌓이는 계절’은 프리다 칼로, 구스타프 클림트, 풀 고갱,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작품을 소개한다. 그 가운데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터제 호수’는 청아하면서도 은은한 분위기를 발한다. 클림트는 오스트리아의 아터제 호수에서 줄곧 여름이면 휴식을 취했다. 그의 곁에는 뮤즈 에밀리 플뢰게가 있었다. 화면 속 호수의 색은 일상에서는 보는 것과 달리 신비롭고 은은하며 아름답다. “호수를 그린 건지, 모자이크를 끌어온 건지” 아니면 추상화를 표현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호수에 들이치는 햇살은 호수를 살아 숨 쉬게 한다.

3부 ‘푸른 그늘 아래 쉬어가는 계절’에서는 루트비히 페르디난트 그라프의 ‘수영장’ 그림을 만날 수 있다. 파리에서 빛을 활용한 화사한 표현법을 익힌 그라프는 색채와 형태의 해방까지 추구했다. 물속으로 뛰어든 후 곧장 고개를 드는 찰나, 햇볕과 물방울이 뒤엉키는 아스라한 순간을 자유로우면서도 경쾌하게 표현했다.

마지막 4부 ‘고요한 밤하늘이 마음을 두드리는 계절’에서는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과 조우한다. 귀를 자르는 소동을 일으킨 후 요양원에 들어온 고흐는 밤이면 병실 창문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춤을 추는 별빛, 부풀어 오른 달, 그리고 휘몰아치는 바람, 사이프러스 나무 등은 여운과 감동을 준다. <빅피시·2만1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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