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무휴 심야약국 지쳐요…시급 올리고 요일제 운영을”
‘한밤의 119’ 공공심야약국 <하> 운영 12곳 약사에 물어보니
쉬는 날 거의 없어 혼자서는 못해
인력 충원해 유지하기엔 운영난
시골은 페이 약사 구하기도 힘들어
재정 지원 강화 등 활성화 대책 필요
2025년 07월 03일(목) 19:35
심야 119’나 다름없는 공공심야약국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약사들의 운영 부담을 덜어주고, 재정적 지원을 강화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남 지역에서 공공심야약국을 운영 중인 11개 시·군 12개 약국 약사들은 심야시간에 일할 인력 구하기가 힘들고 인건비도 되지 않은 턱없이 부족한 지원금에 365일 연중무휴로 일을 해야하는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공공심야약국이 늘어날 수 있다고 한결같이 제언했다.



◇365일 연중무휴…혼자서는 절대 못해=광주일보가 목포·여수·순천·나주·광양 등 도심형약국(도시)과 구례·고흥·보성·영암·무안·신안 등 비도심형약국(시골) 모든 심야약국 약사들에게 문의한 결과, 약사들은 공공심야약국이 늘지 못하는 이유로 ‘인력수급의 어려움’을 첫손에 꼽았다.

절대적인 근무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약사들 대부분은 “공공심야약국은 혼자서는 절대 못 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인력 충원을 해 유지하기에는 운영난에 봉착할 정도로 지원금이 모자란다고 했다.

도시 약국의 경우 심야 약국까지 운영하려면 최소 3명 이상의 약사가 필요하다는 게 심야약국 약사들의 목소리다. 현재 목포 공공심야약국은 3명이 오전, 오후+심야 순으로 교대 근무를 서고 있으며 순천·광양은 4명이 교대로 근무 중이다. 2명이 근무하려 하면 업무가 지나치게 많은데, 그렇다고 야간 시간 3~4시간만 일할 약사를 구하자니 그 정도 급여를 받고 일하겠다며 지원하는 약사가 없는 형편이다.

시골 약국의 경우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시골은 지원자가 많지 않고 혼자서 운영하는 경우가 대다수기 때문에 지속적 운영을 위해서는 단 며칠이라도 대체 인력을 투입하는 방안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1인 약국으로 운영되는 시골약국 약사들은 모두 ‘365일 연중무휴로 일하는 점’을 큰 부담으로 꼽았다. 경조사, 갑자기 아플 때나 명절 당일에도 전혀 쉬지 못하고 자리를 비울 수 없고 체력적으로도 힘들다는 것이다. 사실상 개인생활이 전혀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푸념도 들린다.

이같은 점 때문에 시골 약국 중 3곳은 올해를 끝으로 공공심야약국을 그만두려는 고민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후 2시부터 밤 12시까지 매일 근무하는 여수의 한 약사는 “혼자서 연중무휴로 13시간씩 일하고 있는데 젊을 때야 가능하지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걱정했다.

약사들은 최소한 인근 약국 2곳에서 함께 운영을 하는 방안을 내놨다. 2곳에서 4일, 3일 정도 요일을 나누거나 ‘주차 홀짝제’처럼 나눠 운영하면서 인력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급한 상황이 생기면 정책적으로 대타 인력을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되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일하겠다는 약사 오게 할 지원금도=대다수 약사들은 또 ‘부족한 지원금’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약사는 현재 시간당 4만원 임금은 인력이 여유있는 수도권 기준이라는 지적했다. 수도권에서는 단기간 약사를 구하기 쉽지만 지방에는 짧은 시간 일하러 나오는 약사들도 없고 조금 더 오래 근무하는 조건으로 고용하다 보니 비용이 더 나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주간 약사 시급이 세후 4만원 정도인데, 현재 공공심야약국 시급은 3만6480원인 걸로 보아 야간 운영을 위해 페이 약사를 구하는 건 구조적으로 어려운 문제라는 것이다.

또 한 약사는 “페이 약사의 급여가 보통 3만 5000원 안팎이다. 심야 시간에는 1.5배 이상이 돼야 하니 최소 5~6만원은 지급돼야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한데 이마저도 개인생활을 중요시 하는 요즘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시골 약국은 환자 수가 적어 수익이 나지 않는데, 인건비를 지급하려면 비도심형 약국에서는 6만원 이상으로 책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주간 약사 급여가 일반적으로 시간당 4만원이니, 야간에는 2배까지 책정해 8만원 정도를 보장해줘야 오지 않겠냐는 것이다. 약사들은 현재 환경을 감안하면 외부 지역의 약사를 고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지원금이 나와야 공공심야약국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일부 약사들은 지원금과 상관없이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 필요성도 주문했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심야약국의 운영 여부나 취지가 알려지면 지역민들의 관심도 커져 지원이 확대되고 시골 지역에서 근무하려는 약사들도 많아지지 않겠냐는 얘기도 나왔다. 이같은 요구는 심지어 전남의 1호 공공심야약국으로 5년째 운영 중인 목포 지역 약국에서도 제기됐다.

이태영(43) 구례군약사회 회장은 약국 마감시간부터 심야 운영 시작 전까지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공공심야약국 운영은 밤 8시부터 새벽 1시까지 중 이뤄진다. 보통 약국은 병원이 끝나는 시간인 6시에 마감하는데, 공공심야약국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6시부터 8시까지 최소 2시간 정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특히 구인난이 심한 비도심형, 시골 약국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책을 세심히 검토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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