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여름…택배·급식노동자 폭염 속 ‘극한 노동’
택배·배달 등 “낮 시간은 생지옥”
땀 줄줄 흘려도 배송 멈출 수 없어
급식노동자들 뜨거운 불 앞 작업
한증막 주방서 숨쉬기도 어려워
폭염에 취약한 노동자 보호 위해
휴식 보장 제도·쉼터 조성 등 절실
땀 줄줄 흘려도 배송 멈출 수 없어
급식노동자들 뜨거운 불 앞 작업
한증막 주방서 숨쉬기도 어려워
폭염에 취약한 노동자 보호 위해
휴식 보장 제도·쉼터 조성 등 절실
![]() 택배 노동자 정태연씨가 1일 광주시 동구 지산동에 있는 한 5층짜리 다세대 주택에서 택배를 나르기 위해 계단을 오르고 있다. |
1일 낮 12시께 택배 노동자 정태연(46)씨는 광주시 동구 지산동에 있는 한 5층짜리 다세대 주택에서 택배를 나르며 쉴 새 없이 뛰어다녔다. 그의 이마에는 미처 훔쳐낼 새도 없이 땀줄기가 그대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정씨는 오전 7시부터 작업을 시작했지만, 습하고 더운 날씨에 얼마 되지 않아 옷이 땀으로 푹 젖었다. 정씨는 “죽을 맛이다. 이렇게 습한 날에는 차라리 비가 왔으면 한다. 계단을 오르내릴때마다 숨이 턱턱 막힌다”며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에서 여름에 하는 작업은 속옷까지 다 젖는다고 생각하고 일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 반까지 총 267개의 택배를 배송해야 했던 정씨는 점심시간도 없이 집에서 싸온 빵과 떡으로 요기를 때운 뒤 다시 택배를 가득 실은 손수레를 끌었다.
정씨에게 폭염속 유일한 피난처는 배송지를 잠시 이동하는 순간 에어컨이 틀어져있는 차량을 운전할 때 2~3분 뿐이다.
폭염특보가 내려져도 배송은 멈추지 않는다. 정씨는 “노조에서는 ‘미배송 후 휴식’을 권고하긴 하지만 하루 물량을 다 처리하지 않으면 다음 날 차량에 짐이 실리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스 불 앞에서 200인분 음식을 조리하는 급식노동자들도 폭염에 지쳤다.
같은 날 광주시 북구청의 구내식당 내 협소한 주방에서 급식노동자 8명이 200인분 가량 음식을 만들고 배식하는 분주한 모습이었다.
배식 중에도 부족한 음식을 만들고, 압력밥솥 밥을 추가로 하느라 가스 불 3개는 모두 켜져있었다. 큰 선풍기과 주방 벽면에 2대의 선풍기가 걸려있지만 급식노동자들의 땀방울을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방은 종일 뜨거운 가스 불과 설거지를 하기 위한 뜨거운 물로 마치 한증막 같았다. 공간이 협소해 더위가 더 강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급식노동자들은 아이스 목 밴드를 차거나 조끼에 아이스팩을 넣어 더위를 식히며 일했다. 노동자들은 잔반통을 들어 이동하고 허리 펼 새도 없어 ‘아이고 허리야’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들 급식노동자들은 북구 시니어클럽에서 노인 일자리사업을 통해 일하며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근무를 한다. 음식 조리가 마무리되는대로 보통 오전 10시 30분부터 11시 30분 사이에 점심식사를 하고 쉬는 시간을 갖는다. 음식 조리 시간이 매번 달라 식사하고 잠깐 쉬기까지를 보통 30분 안에 해야 한다.
김길자(여·66)씨는 “여름에 뜨거운 불 옆에서 일하니 온 몸에 땀을 흘려 얼음조끼, 넥아이스 착용하고 냉커피를 마시면서 일한다”며 “35도가 넘는 밖에 서 있는다고 해도 온 몸이 땀에 쩔지는 않지 않나. 차라리 밖이 더 낫다”고 말했다.
조은영(여·67)씨는 “쉴 공간이 없어서 주방 뒤 창고에서 옷을 갈아입고, 밥 먹을 때에야 비로소 앉아서 쉴 수 있다”며 “잠깐이라도 누워서 쉴 틈이 없고 무척 덥지만, 제 시간에 밥을 지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불판처럼 뜨겁게 달궈진 도로를 매 시간 달리는 배달노동자들도 숨 쉬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6년째 배달노동자로 일하는 김현우(27)씨는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쭉 배달을 하고 있다. 뙤약볕에서 땀이 잘 빠지지 않는 헬멧을 쓰고 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레깅스, 팔 쿨토시를 입고 주행하지만 하루 종일 햇볕을 쬐면 몸이 빨갛게 올라 잠 못 잘정도로 아픈 날도 많다고 한다.
요즘처럼 35도를 넘나드는 푹푹 찌는 날씨에는 1시간을 배달하면 30분을 쉬어야할 정도로 힘들지만, 쉬는 시간이 여의치 않고 잠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목을 축이는 게 전부다. 쉬는 시간 규정이 있지만 지켜지기 힘든 현실인 것이다.
김씨는 “두꺼운 헬맷을 쓰고 뜨거운 도로를 달려 배달할 때면 ‘물이 있으면 바로 빠지고 싶다’는 생각을 매번 한다”며 “도로 주행할 때는 바람이라도 맞아 그나마 낫지만, 신호등 앞에 기다리면서 햇볕에 노출될 때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노동계에서는 이들처럼 폭염에 취약한 노동자들을 위한 휴식 보장 제도와 시설 등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폭염도 산재다. 법 취지에 맞춰 모든 노동자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현장 감독 강화와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며 “제대로 휴식할 공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쉼터 확대 등 제도 정착까지 현장 인식 개선·감독 강화가 병행돼야한다”고 전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정씨는 오전 7시부터 작업을 시작했지만, 습하고 더운 날씨에 얼마 되지 않아 옷이 땀으로 푹 젖었다. 정씨는 “죽을 맛이다. 이렇게 습한 날에는 차라리 비가 왔으면 한다. 계단을 오르내릴때마다 숨이 턱턱 막힌다”며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에서 여름에 하는 작업은 속옷까지 다 젖는다고 생각하고 일한다”고 말했다.
정씨에게 폭염속 유일한 피난처는 배송지를 잠시 이동하는 순간 에어컨이 틀어져있는 차량을 운전할 때 2~3분 뿐이다.
폭염특보가 내려져도 배송은 멈추지 않는다. 정씨는 “노조에서는 ‘미배송 후 휴식’을 권고하긴 하지만 하루 물량을 다 처리하지 않으면 다음 날 차량에 짐이 실리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광주시 북구청 구내식당에서 급식 노동자들이 아이스팩을 넣은 조끼를 입고 작업 중이다. |
배식 중에도 부족한 음식을 만들고, 압력밥솥 밥을 추가로 하느라 가스 불 3개는 모두 켜져있었다. 큰 선풍기과 주방 벽면에 2대의 선풍기가 걸려있지만 급식노동자들의 땀방울을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방은 종일 뜨거운 가스 불과 설거지를 하기 위한 뜨거운 물로 마치 한증막 같았다. 공간이 협소해 더위가 더 강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급식노동자들은 아이스 목 밴드를 차거나 조끼에 아이스팩을 넣어 더위를 식히며 일했다. 노동자들은 잔반통을 들어 이동하고 허리 펼 새도 없어 ‘아이고 허리야’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들 급식노동자들은 북구 시니어클럽에서 노인 일자리사업을 통해 일하며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근무를 한다. 음식 조리가 마무리되는대로 보통 오전 10시 30분부터 11시 30분 사이에 점심식사를 하고 쉬는 시간을 갖는다. 음식 조리 시간이 매번 달라 식사하고 잠깐 쉬기까지를 보통 30분 안에 해야 한다.
김길자(여·66)씨는 “여름에 뜨거운 불 옆에서 일하니 온 몸에 땀을 흘려 얼음조끼, 넥아이스 착용하고 냉커피를 마시면서 일한다”며 “35도가 넘는 밖에 서 있는다고 해도 온 몸이 땀에 쩔지는 않지 않나. 차라리 밖이 더 낫다”고 말했다.
조은영(여·67)씨는 “쉴 공간이 없어서 주방 뒤 창고에서 옷을 갈아입고, 밥 먹을 때에야 비로소 앉아서 쉴 수 있다”며 “잠깐이라도 누워서 쉴 틈이 없고 무척 덥지만, 제 시간에 밥을 지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불판처럼 뜨겁게 달궈진 도로를 매 시간 달리는 배달노동자들도 숨 쉬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6년째 배달노동자로 일하는 김현우(27)씨는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쭉 배달을 하고 있다. 뙤약볕에서 땀이 잘 빠지지 않는 헬멧을 쓰고 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레깅스, 팔 쿨토시를 입고 주행하지만 하루 종일 햇볕을 쬐면 몸이 빨갛게 올라 잠 못 잘정도로 아픈 날도 많다고 한다.
요즘처럼 35도를 넘나드는 푹푹 찌는 날씨에는 1시간을 배달하면 30분을 쉬어야할 정도로 힘들지만, 쉬는 시간이 여의치 않고 잠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목을 축이는 게 전부다. 쉬는 시간 규정이 있지만 지켜지기 힘든 현실인 것이다.
김씨는 “두꺼운 헬맷을 쓰고 뜨거운 도로를 달려 배달할 때면 ‘물이 있으면 바로 빠지고 싶다’는 생각을 매번 한다”며 “도로 주행할 때는 바람이라도 맞아 그나마 낫지만, 신호등 앞에 기다리면서 햇볕에 노출될 때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노동계에서는 이들처럼 폭염에 취약한 노동자들을 위한 휴식 보장 제도와 시설 등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폭염도 산재다. 법 취지에 맞춰 모든 노동자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현장 감독 강화와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며 “제대로 휴식할 공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쉼터 확대 등 제도 정착까지 현장 인식 개선·감독 강화가 병행돼야한다”고 전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