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이 들려주는 양수아 화백의 삶과 예술세계
동구 미로센터서 ‘드로잉으로 만나는 ‘무제와 행위’’전
오는 10일까지… 소묘 작품 등 매개로 작품세계 조명
2025년 06월 30일(월) 18:55
전시실에 걸린 다양한 드로잉 작품들
다양한 자화상들
전시실에 비치된 다양한 자료들
양수아 작가는 사실주의와 추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창적 회화를 구축했다. 구상회화뿐 아니라 드로잉, 크레용, 엥포르멜 회화에 이르기까지 담담하면서도 강렬한 색과 선으로 표현했다. 작품에는 표현주의적 감성은 물론 내면의 고통, 존재의 흔적까지도 담겨 있다.

보성 출신의 양 작가는 일본 가와바타 미술학교를 졸업 후 광주사범대 교수와 전남 미술계 리더로 활동했다. 많은 후학들을 가르쳤으며 지역 미술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

호남 출상미술의 선구자로 일컫는 양수아 화백을 만나는 전시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예술의 거리 미로센터 1층에서 오는 10일까지 펼쳐지는 이번 전시 명은 ‘드로잉으로 만나는 ‘무제와 행위’’.

2025 아시아 문화예술 활성화 거점 프로그램인 ‘궁동 1987’ 일환으로 기획됐으며, 문체부와 광주시가 주최하고 사회적 협동조합 살림이 주관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드로잉 유작을 매개로 20세기 중반, 전쟁과 분단의 시대를 살며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열었던 양 화백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예술감독을 맡은 남궁윤 작가는 “양수아는 삶과 예술을 분리하지 않은 사람이다. 그는 시대의 모서리에 선 채로 끝까지 선을 긋고 색을 올렸다”며 “압박과 외면, 가난과 고독 속에서도 그림은 그에게 마지막까지 남은 자유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예술가들이 떠나온 거리에서 그는 머무르며 끝내 붓을 놓지 않았다”며 “이번 전시는 그의 아들 양승찬 관장님과 함께 준비하는 과정 자체로 큰 의미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크레파스, 연필 등으로 그린 소묘 작품을 비롯해 미공개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제목 없는 드로잉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라는 콘셉트는 양 화백이 당시 시대를 어떻게 살고 화폭에 담았는지 선을 통해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자화상 작품들에선 당시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도 예술에 정진했던 예술혼이 느껴진다. 굳게 다문 입술과 무표정한 얼굴, 현상 너머를 응시하는 듯한 눈빛은 삶의 고통 가운데서도 예술의 길을 걸었던 순수한 영혼을 보는 듯하다.

다양한 ‘고양이’ 작품들은 빠른 손놀림으로 스케치한 그림들이다. 구체성과 추상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선들은 감성의 기운을 전한다.

무제의 드로잉들은 말로는 담아낼 수 없었던 작가의 그림에 대한 사유, 삶에 대한 단상 등이 투영돼 있다. 관람객들은 드로잉이라는 ‘선(線)의 시간’이 환기하는 감성과 시대적 이미지 등을 저마다 심미안으로 느낄 수 있다.

이밖에 젊은 시절의 양 화백의 사진 뿐 아니라, 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 다양한 매체들도 볼거리이다.

남궁윤 예술감독은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과거의 잔상도 단순한 기록도 아니다”며 “한 예술가가 겪어낸 세계, 그 안에서 피어난 진실의 선 그리고 그 선이 다시 우리 시대의 감각과 만나는 동시성”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양 화백 아들인 양승찬 나인갤러리 대표는 “2023년 독일 전시 이후 지역 관람객들에게 드로잉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번 전시에는 30~60년대 작품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라며 “30~40년대 일본 시절, 50년대 목포 시절, 60년대 광주 시절 그렸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시장에 들른 화가들은 작품에 드리워진 선(線)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비록 부친은 근현대사의 굴곡으로 고통과 빈한한 삶을 살았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은 무엇에 비할 수 없이 뜨거웠고 순수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양 화백의 작품은 사후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2000년 국립현대미술관 ‘한국 현대미술의 시원’전을 비롯해 2024년 독일 뒤셀도르프 국제 초대전, 광주시립미술관 ‘한국미술명작’ 특별전 등을 통해 재조명되고 있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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