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속삭임-숨결부터 균열까지’
무등현대미술관 환경미술제 7월 4일∼8월 24일
김수진, 송필용, 정송규 등 8명 작가 작품 선봬
2025년 06월 26일(목) 18:15
송필용 작 ‘물의 서사-소쇄’
이석중 작 ‘삶-동행’
정송규 작 ‘산불’
엄기준 작 ‘귀신고래’
균열과 공존.

서로 상반된 의미를 환기하는 어휘는 오늘날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가 봉착한 문제다. 가장 심각한 분야는 자연과 환경이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문명과 과학의 발전은 편리와 이기라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자연 파괴와 훼손이라는 부정적인 그림자를 남겼다.

인간의 환경은 공존할 수 없을까. 지금은 균열은 봉합될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치닫는 건 아닐까.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예술로 환기하는 미술제가 열려 눈길을 끈다.

‘자연의 속삭임-숨결부터 균열까지’를 주제로 무등현대미술관에서 펼쳐지는 이번 환경미술제(7월 4일∼8월 24일)는 아슬아슬하게 공존을 이어가고 있는 자연과 인간의 모습을 조명하고 탐색한다.

이번 전시의 두 개의 키워드는 ‘숨결’, ‘균열’이며, 모두 8명의 작가가 작품을 출품했다.

먼저 전반부 ‘숨결’에서는 김수진 작가를 비롯해 선민정, 송필용, 이석중 작가의 작품이 선보인다. 이들은 자연의 정체성인 생명력, 미, 평온함을 작가들 특유의 개성적인 감각으로 풀어낸다.

작가들의 다른 무엇보다 ‘자연의 소리를 들으라’고 정중히 요청한다. 작가들은 인간이 자행해왔던 무분별한 개발과 파괴와는 변별되는 자연의 본질에 초점을 맞췄다.

송필용의 ‘물의 서사-소쇄’는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준다. 시원하면서도 맑은 물줄기가 쏟아지는 그림은 마치 화면을 타고 청색의 물이 쏟아지는 듯한 느낌이다. 무더위를 저만치 밀어내는 한편 사람들의 내면에 드리워진 근심, 걱정, 슬픔, 분노까지도 소쇄하게 씻어낸다.

이석중의 ‘삶-동행’은 초록의 풍경이 넘실거린다. 푸른 숲속으로 새가 깃드는 풍경은 마치 어린아이가 모든 평화와 안식의 대상인 어머니의 품에 안기는 모습이다.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풍경은 그 자체 ‘숨결’로 다가온다.

선민정의 ‘crop-쏟아지는 중’은 작물의 풍성함을 보여준다. 푸르름 속 붉은 열매가 주는 것은 자연의 신비함과 조화로움이다.

후반부 ‘균열’에서는 문선희, 엄기준, 정송규, 조정태 작가의 작품이 관객들을 맞는다. 작가들은 비가역적 환경 훼손에 대한 문제의식을 예술가 특유의 자의식과 미적 감각으로 구현했다.

정송규의 ‘산불’은 산불의 현장을 타오르는 불꽃으로 이미지화했다. 맹렬하게 불이 붙은 모습은 자연이 인간을 향해 풀어내는 분노처럼 다가오며 인간의 무지와 탐욕을 향한 경고로 읽힌다.

엄기준의 ‘귀신고래1’는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우울한 감각이 눈길을 끈다. 플라스틱 등 해양 오염물질에 뒤덮인 고래는 숨이 끊어질 듯한 위기의 순간에 노출돼 있다. 형형색색으로 물든 펄펄 끓는 듯한 바다는 보는 이에게 균열을 넘어 파멸의 불안함을 인식하게 한다.

박우리 학예실장은 “이번 전시는 인간의 태도 여하에 따라 자연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는 지를 보여준다”며 “자연의 속삭임이 파멸 직전의 신음소리인지 평안과 쉼을 주는 숨결인지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www.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wangju.co.kr/article.php?aid=1750929300785850007
프린트 시간 : 2025년 06월 27일 02:2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