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청년들이 다 서울로 떠나지”…청년 부동산 정책도 호남은 ‘소외’
정부 청년 주거 정책 광주·전남 청년에겐 ‘그림의 떡’
‘6년 거주 후 분양 결정’ 분양전환형 배정 1호도 없어…비분양전환만
전국 일반분양 아파트 중 청년 대출 가능 단지 평균 52%·광주 35.5%
2025년 06월 26일(목) 15:35
/클립아트코리아
정부가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내놓은 각종 주거 정책이 광주에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장기 임대 후 분양 전환이 가능한 주택은 배정조차 되지 않았고, 청년 우대 부동산 대출은 분양가 조건 등에 막혀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주거정책 불이익은 전국 최고 수준의 광주 청년 유출 현상과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전국 11개 시도에 총 1713호의 분양전환형 및 든든전세 매입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광주는 비분양전환형 19호만 배정받았다. 입주 후 6년 이상 거주 시 분양 기회를 부여하는 ‘분양전환형’은 아예 배정되지 않았다.

이번에 공급하는 분양전환형 매입임대주택은 작년부터 새롭게 공급하는 유형으로, 입주자가 최소 6년 임대로 거주한 뒤 분양받을지 선택할 수 있다. 소득·자산 요건과 무관하게 시세 대비 90% 전세로 공급하는 든든전세 유형과 신혼·신생아 매입임대2 월세형으로 구분해 모집한다.

분양전환형은 든든전세 869호와 신혼·신생아 매입임대2 유형 179호로 모두 1048호이며, 든든전세 중 분양 전환이 없는 ‘비분양전환’ 유형(665호)도 함께 공급된다.

이 중 광주에는 비분양전환형 든든전세 19호만 공급된다. 이는 전북(39호), 대구(111호) 등 다른 광역시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으로, 전남은 아예 공급 자체가 없다. 정부는 “수요가 많은 수도권 중심으로 공급했다”고 설명하지만, 광주 청년들은 “지역 무주택자 수요는 없다는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분양전환형 매입임대는 저소득 청년에게 실질적인 ‘내 집 마련의 사다리’를 제공하는 정책으로 평가받지만, 수도권에 전체 공급량의 86.1%가 집중돼 지역 청년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소외감은 올해부터 시행된 청년 전용 주택금융 상품인 ‘청년주택드림대출’에서도 마찬가지다.

광주는 청년 대출이 가능한 아파트 비율이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R114에 따르면 올 1~3월 기준 전국 일반분양 아파트 가운데 청년 대출이 가능한 단지는 평균 52%에 달했지만, 광주는 35.5%에 불과했다. 이는 도시 규모가 비슷한 대전(40.8%)보다도 낮은 수치다.

청년주택드림대출은 전용면적 85㎡ 이하, 분양가 6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해 분양가의 80%(최대 4억 원)까지 대출을 지원하는 상품이다. 시중은행보다 훨씬 낮은 금리(연 2.2~3.6%)와 결혼·출산 시 추가 인하 혜택도 있어 실수요 청년들 사이에선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광주에선 정작 이 조건을 충족하는 단지를 찾기조차 힘들어 청년들이 ‘내 집 마련 꿈’을 이루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분양가 기준을 충족하려면 전용 85㎡ 기준으로 평당 분양가가 1765만 원 이하여야 하지만, 최근 광주의 아파트 분양가는 이 기준을 웃도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청년의 거주 혜택 등이 수도권 등에 집중되다 보니, 광주를 떠나는 청년의 수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 5년(2020~2024년) 간 광주시 인구현황을 보면 청년인구(19~39세) 인구 감소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2020년 광주시 청년인구는 41만 4088명으로 광주시 전체 인구의 28.6%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36만 9664명으로 26.2%에 그쳤다. 5년 새 2.4%p 감소한 것이다. 청년층(20~30대)의 타 지역 순 유출도 2020년 3137명에서 지난해에는 5860명으로 최근 5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광주지역 순 유출 전체 인구(7962명) 가운데 청년이 73.6%를 차지하기도 했다.

정민지(여·31·광주시 서구 쌍촌동)씨는 “제도가 있다지만 광주엔 해당이 안 돼 그림의 떡일 뿐”이라며 “청년이 살 수 있는 아파트를 수도권에만 고려한 것 같다. 이러니 누가 지방에 남고 싶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청년 주거 정책의 취지는 좋지만 실현 가능성이나 지역 여건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정책 수혜 대상을 늘리기 위해 지역별 분양가와 주거 실태를 반영한 기준 재설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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