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과 구상의 경계에 피어난 풍경화…그리고 고향
김혜선 개인전, 25일~7월 19일 은암미술관
2025년 06월 23일(월) 19:05
‘장주지몽-에메랄드 그린’
고향에서의 첫 개인전.

김혜선 작가는 감회가 새롭다. 고향 광주에서 처음으로 전시를 열기 때문이다. 광주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대학(홍대 미대)에 진학하면서 고향을 떠났지만 마음에는 늘 광주가 자리했다.

대학 졸업 후 30여 년간 인천에서 미술교사를 했다. 그리고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펼쳤다. 그는 틈틈이 광주의 역사 깊은 ‘에뽀끄’ 단체를 매개로 고향화단과의 연결고리를 이어왔다.

은암미술관 전시(25일~7월 19일) 주제가 ‘고향 가는 길’인 것은 그런 연유 때문이다. 전시를 앞두고 만난 김 작가는 “고향에서 첫 전시를 미술관에서 할 수 있어서 설렌다”며 “‘나의 고향의 색과 질감은 무엇인가’라는 고민 등이 작품에 투영돼 있다”고 전했다.

45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모두 2부로 구성돼 있다. 전체적인 전시 모티브는 바다다. 그러나 실재적인 바다가 아닌 추상과 구상의 경계지점에서 피어난 풍경화다.

작가는 나이프를 활용해 “물감들이 섞이고 밀어내면서 드러내는 이미지를 구현했다”며 “재현이라기보다는 경험과 상상 그리고 기억을 매개로 만들어진 기호화된 풍경”이라고 언급했다.

1부 소주제는 작가의 정체성과 예술적 DNA를 가늠할 수 있는 ‘아버지의 바다’. 다크 블루의 바다는 시대적인 격류와 의미를 담고 있는데 작가는 “전라도적인 색은 무엇인가 사유했을 때, 다크 블루가 떠올랐다”고 했다.

작가의 아버지 세대들이 거쳐 왔던 시간은 현대사의 아픔과 상흔, 질곡의 시대였다. 한과 슬픔 등이 점철된 지난한 시간은 고스란히 화폭에 두터운 질감과 어두운 색감으로 전이됐다.

아버지와 조부의 고향은 강진이다. 기실 김 작가의 ‘고향 가는 길’은 강진의 바닷가와 고향 광주가 드리워진 ‘내면의 바다’를 상정한다.

2부 소주제 ‘나의 바다’는 1부와 자연스레 연계된다. 한마디로 작가의 바다는 심상의 바다다. “치유의 바다이자 명상의 바다이다”며 “컬러에서 가능한 색을 빼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색감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작가는 말했다.

그는 “나이프로 밀고 당기면서 발현되는 질감과 색감에는 비가시적인 사유와 감성들이 깃들게 된다”며 “나이프를 다루는 작업이라 호흡이 중요한데, 역설적으로 감정을 가라앉히는 효과도 있다”고 부연했다.

채종기 관장은 “바다가 그리워지는 무더운 여름은 저마다 상상 속에 그리는 바다가 있을 것”이라며 “고향, 바다를 모티브로 한 김 작가의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에게 의미있는 풍경으로 다가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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