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미래를 위해 움직여야 할 때- 배준열 굿네이버스 광주지부장
2025년 06월 22일(일) 21:30
“학교에선 쉴 틈이 없고, 집에 가면 공부하느라 움직일 수가 없어요.”

굿네이버스 아동권리모니터링단 활동에 참여한 한 초등학생의 말이다. 이 짧은 문장은 오늘날 아동들이 경험하는 일상의 구조적 제약과 이로 인한 건강 침해의 현실을 명확히 드러낸다. 건강은 단지 개인의 생활 습관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아동이 태어날 때부터 누려야 할 기본적이고 불가침한 권리이며, 국가와 사회는 이를 적극적으로 보장할 책무를 가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3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9세~17세 아동의 비만율은 14.3%로 2018년(3.4%) 대비 4배 이상 증가했으며 하루 평균 좌식 시간은 11시간에 달한다고 한다. 더 심각한 것은 ‘수면 부족’과 ‘정서적 고립’으로 초등학생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8.4시간, 고등학생은 6.1시간으로 WHO 권고치(9시간 이상)에 크게 미달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아동·청소년은 75.8%나 증가했다.

이는 단순한 생활습관이나 일시적 현상이 아닌 아동의 건강권이 구조적으로 침해되고 있다는 사회적 신호이다. 우리는 대한민국 NGO로서 아동의 건강 문제를 복지나 의료 서비스의 개인영역에 한정하지 않고 아동의 권리로서 보장받아야 할 건강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광주·전남 지역은 인구 대비 범죄 발생률이 전국 상위권에 해당하며 다문화 가정 및 자립준비청년 등 신취약계층의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굿네이버스 광주지부가 운영하는 사회적약자통합지원센터는 이러한 지역 특성을 고려해 범죄 피해 예방과 회복지원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정서적 고립과 신체적 건강 저하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다문화 아동, 시설 보호 종료 청소년, 학대 피해 아동 등을 대상으로 심리정서 회복 프로그램, 자립역량 강화 지원 등을 통합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굿네이버스는 이러한 문제의식과 실천을 바탕으로 2025년 아동 건강권 증진 캠페인 ‘지금, 움직여 봐!’를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단순 건강 정보 제공을 넘어 아동이 스스로 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일상에서의 작은 움직임을 통해 건강한 삶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신체건강 증진, 정서회복 지원, 정보기반 환경구축, 권리옹호 활동을 진행한다.

이와 더불어 굿네이버스 광주지부(사회적약자통합지원센터)는 지역 내 아동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한 디지털 환경과 아동의 권리보장, 사회적 약자지원 보편예방 구축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아동을 보호대상에서 나아가 변화를 만들어가는 권리의 주체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건강권 증진을 위한 적극적인 참여의 기회를 열어가고 있다.

건강은 단지 병원에서 치료받을 권리가 아니라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시간,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휴식, 건강한 식사를 누릴 수 있는 권리이다. 그러나 많은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움직일 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삶의 구조 속에 놓여 있다. 우리는 아이들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가정의 역할을 넘어서 학교와 지역사회, 정책결정자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할 공동의 과제이다. 아동이 일상 속에서 몸을 움직이는 작은 실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바로 아동의 건강권을 실현하는 첫걸음이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움직여야 할 때이다. 아동의 건강할 권리는 보장되어야 할 최소 기준이자, 함께 만들어갈 사회의 미래 가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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