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품고 있는 것만으로도 삶이 긍정의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해요”
광주출신 조온윤 시인 두 번째 시집 ‘자꾸만 꿈만 꾸자’ 펴내
적절한 균형점 찾아가는 작업 결과물… ‘공통점’ 동인 활동
2025년 06월 21일(토) 11:45
광주 출신 조온윤 시인이 최근 시집 ‘자꾸만 꿈만 꾸자’를 발간했다.
광주 출신이자 조선대 문창과를 졸업한 조온윤 시인은 그동안 ‘공통점’ 문학동인으로 활동했다. 문우들과 문학무크지 ‘공통점’을 발간하며 젊은이 특유의 감각과 시각이 담긴 작품을 엮어냈다. 특히 “우리는 문학을 통해 같은 통점이 된다”는 모토를 내걸고 다양한 세대의 독자들과 소통하는 활동을 펼쳤다.

지난 201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그가 최근 두 번째 시집을 펴냈다. ‘문학동네시인선 231’로 출간된 ‘자꾸만 꿈만 꾸자’는 “현실과 비현실 같은 두 가지 성질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가는 작업의 결과물”이다.

전화상으로 다소 감이 먼 듯해서 물었더니, 현재 조 시인은 경기도 화성이라고 했다. “그곳에서 직장과 거처를 구해 지내는 중”이라는 말이 다소 낯설게 들렸다.

“곧 새 가정을 꾸리게 돼 한동안은 서울과 화성을 오가며 생활하게 될 것 같아요. 서울에 와서는 생계를 위해 직장을 다니며 틈틈이 시인들과 화가들이 서로 시와 그림을 가르쳐주는 모임을 1년 반 남짓 함께했죠. 그때 쓴 시들이 이번 시집에 여럿 실렸습니다.”

그는 “재작년에 광주를 떠나 연희문학창작촌에 입주하며 서울살이를 시작했다”며 “언젠가는 고향인 광주로 돌아가서 살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조 시인은 “수도권에서의 생활이 ‘한동안’이 될 거라”고 했다. “여러 계기와 변화로 고향을 떠나 있지만, 제 문학의 산실이자 가장 편안한 정서를 느끼는 곳이 광주”라는 말에서, 언젠가 시인은 ‘연어’처럼 회귀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역 문학을 이끌어갈 전도유망한 문학청년이 광주를 떠나 수도권에 거주하며 생계와 창작을 병행하는 현실은 기대 반, 안타까움 반으로 다가왔다. 젊은이들이 지역을 떠나가는 현실이 예술 분야에서도 더 이상 예외가 아니었다.

조 시인은 광주에 있을 때 문학동인 공통점 친구들과 다채로운 활동을 펼쳐 주목을 받았다. 시 낭독을 모티브로 한 연구도 진행하고 시인들 육성을 담은 시 낭독 웹사이트와 음원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낭독 시집 ‘활자낭독공간’(공통점)은 2024년도 문학나눔도서 보급사업의 추천 도서에 선정되는 등 성과를 인정받았다.

또한 공통점은 느린학습자를 위한 도서관인 라이브러리 피치와 공동기획으로 느린학습자 대상의 시 창작 교실을 운영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그분들은 시의 기본적인 문법과 재미를 배우는 입장이었지만, 저 또한 문식성의 정도와 관계없이 시가 지니는 가치가 있다는 걸 배울 수 있었죠. 올해도 공통점은 라이브러리 피치와 함께 광주에서 느린학습자를 위한 시 창작 프로젝트를 이어갈 예정이구요.”

조 시인은 가급적 모든 사람에게 읽히고 공명하는 시를 상정한다. 물론 불가능에 가깝지만 “태도 자체는 필요하다”고 본다. “환경이나 성별, 세대 같은 경계를 불문하고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문학을 중요하게 여기는 데 창작의 초점을 두고 싶다”는 것은 이번 시집 해설을 쓴 양경언 평론가의 ‘중도’라는 의미와도 일정 부분 연계된다.

이번 표제작 ‘자꾸만 꿈만 꾸자’는 매력적인 시다. 실패와 넘어짐이 많은 세상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이라도 자꾸 꿀 수 있다는 것은 그 나름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꾸만 꿈만 꾸자’는 거꾸로 읽어도 똑 같이 읽히고 의미도 동일하다는 점은 사뭇 이색적이다.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부터 읽어도 의미가 훼손되지 않고 똑같습니다. ‘회자정리’라고, 우리는 모두 만남에서 헤어짐으로 삶에서 죽음으로 나아가게 마련이죠. 어쩌면 결말이 정해진 인생을 살아가는 것일 수도 있어요, 물론 그걸 알고 절망하기보다 끝이 있으니 현재를 긍정하며 충실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 같은 제목을 붙였습니다.”

“노인으로 태어나/ 아기가 되어 죽는 시계공의 이야기를/ 거꾸로 돌려보았어// 노인이든 갓난아이든 그는/ 약하고 가여워질 뿐/ 바뀌는 건 없었지// 거꾸로 도는 시계에도 정각이 있듯/ 있던 일은 없는 일로/ 없던 일은 있는 일로 나아갈 뿐//(후략)”

시인의 말대로, 쉽게 읽히지만 그 의미는 각별하다. “문턱이 낮은 시를 쓴다”는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시집을 엮으며 구조가 복잡하거나 감추는 식으로 무언가 심오한 의미가 있는 척 하지 않으려 했다”며 “매체가 다양해지며 문학 독자가 줄고 있지만, 언어를 안다면 누구나 창작자와 향유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학은 가장 보편적인 예술”이라고 부연했다.

향후 계획을 물었더니, 올여름에는 공통점 동인의 첫 동인시집이 출간될 예정이는 말이 돌아왔다. 내년이면 공통점으로 활동을 시작한 지 꼬박 10년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시인은 다음과 같은 말을 첨언했다. “시가 무용한 것으로 여겨지는 세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시가 우연히 얻게 된 길몽이 됐으면 해요. 물론 길몽의 대가는 그저 모두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면 족하구요. 대문에 ‘입춘대길’이나 부적을 붙여놓듯이, 용꿈이나 돼지꿈을 마음에 품고 지내듯이, “시를 품고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들 삶이 희망과 긍정의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합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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