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핫플] 어서와~ 교도소는 처음이지?
[장흥 ‘빠삐용ZIP(집)’]
옛 장흥교도소, 현존 유일 개방된 실물
2015년 폐쇄 후 복합문화공간 변신
‘더 글로리’ 등 드라마·영화 촬영지 각광
유치장·연무장 등 원형 간직 이색 공간 변신
외부 수용동 숙박시설 활용 ‘호텔 프리즌’도
장흥군 ‘빠삐용집’ 다음달부터 일반 체험
2025년 06월 18일(수) 19:45
2015년 문을 닫은 교도소가 영화촬영장소인 기억 기록의 공간으로 탈바꿈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내외부인이 출입했던 교도소 정문. <장흥군 제공>
사람의 마음과 몸을 구속하는 교도소는 일반인에겐 혐오의 대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다. 그런데 사람을 불러 모으는 교도소가 있다. 죄수들 대신 어린이 관람객들이 붐비고, 영화를 촬영하는 스태프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영화 찍고 호텔도 있는 교도소라니. ‘빠삐용ZIP(집)’, 이 이름도 특별한 교도소가 ‘길게 흥할 고장’ 장흥에 있다.

장흥은 우리나라에서 고인돌( 2500개)이 가장 많은 고장이다. 선사시대부터 생존 본능이 작동된 ‘생존 도시’이자 ‘의로운 도시’, 또 ‘문화예술의 도시’이다. 이제 지역소멸위기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버려진 것들을 활용해 쓸모 있게 하는 등 생존법을 찾아 애를 쓰고 있다. ‘세상이 감옥 같고 삶이 형벌 같을 때 사색과 해방의 공간을 열어 치유와 회복이 이루어지는 갱생문화발신지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한다’라는 취지로 단장되고 있는 옛 장흥교도소가 오늘의 핫 플레이스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옛 장흥교도소.
◇장흥+교도소 영화로운 도시 장흥으로 비상

옛 장흥교도소는 현재까지 유일하게 개방된 실물 교도소로 유휴공간 문화재생 삽업을 통해 본래 교정시설의 근원적 가치를 잇고 문화공유지로 쓰임을 이어가기 위해 장흥군이 사들였다. 빠삐용집이라는 새로운 이름도 얻었다. 빠삐용은 교도소 배경 영화 주인공 이름으로 프랑스어로 나비를 뜻한다.

1975년 개청한 장흥교도소는 그 쓰임을 다하고 2015년 폐쇄된다. 이곳이 실물 체험공간을 거쳐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장흥군 폐쇄된 교도소를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안으로 지난 2019년에 문화관광부가 주관하는 공모사업에 선정돼 103억 원을 들여 2020년~2024년까지 영화촬영장소인 기억 기록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빠삐용ZIP사업단’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빠삐용집은 교도소 건물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유일한 실물 교도소라는 매력으로 영화 촬영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이곳 옛 장흥교도소 빠삐용집에서 지난 2021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한 것만도 100여 편에 이른다.

정준환 감독이 제작한 영화 ‘1987’ 중 1월 경찰조사를 받던 스물두 살 대학생 사망사건 은폐로 구속된 경찰관 스토리 과정이 담긴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고 ‘넷플릭스’ 드라마로 배우 송혜교가 출연해 고등학교 시절 끔찍한 괴롭힘에 시달렸던 여자, 많은 시간이 흐른 후 가해자들을 응징하기 위해 그녀가 치밀한 복수를 감행한 장면이 담긴 ‘더글로리’며 박해수가 출연한 ‘슬기로운 감빵생활’ 역시 이곳에서 촬영돼 명성을 얻었다.

이로 인한 지역경제 파급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장흥군이 영화제작사로부터 받는 대관료는 연평균 1억 2000만원(1일 대관료 100만원)이고 한 팀당 150명에 이르는 촬영관계자들이 쓰는 돈도 5억 8000만원 달해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장흥군은 옛 교도소 빠삐용집 영화촬영소 공사가 끝남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일반인들의 관람이 허용되면 팬덤 문화를 활용한 새로운 볼거리 관광상품으로 150억원의 파급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형자들이 생활했던 수용동 내부가 그대로 재현됐다.
◇‘남도영화길’ 조성 길게 흥할 수 있는 고장으로

교도소를 구성했던 각각의 시설들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용도에맞는 이색 공간으로 변모했다. 장흥군이 이 곳의 영화촬영지 이미지를 살려 2단계 전략사업을 추진한 결과다.

연무장은 한국영상자료원 지역미디어 라이브러리인 ‘영화로운 책방’으로 재탄생했다. 내부는 영화 관련 콘텐츠로 채워지고 있는데, 지역 영화인들이 도서나 필름을 기증했다.

교도소 역사를 담은 아카이브실은 교정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바뀌었다. 이곳에서는 1974년 이전 조선 시대 장흥옥 모습과 장흥경찰서 유치장 시절 사진들, 1975년부터 2014년까지 교도소 역사가 오롯이 볼 수 있다. 인근 교회당은 지역예술인 전시·공연장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교정역사전시관으로 활용되는 직원식당 외부에는 교정교화 문구가 연출돼 있다. 질문 문항이 적힌 타공판, 사색공간으로 나가는 철창 등을 설치했다.

수형자들이 휴식하고 운동을 했던 교도소 내 운동장.
직원식당이던 교정역사전시관은 법무부 교정본부와 업무협약을 통해 대한민국 교정사를 살펴보는 자리로 변했다. 각각 전근대, 일제강점기, 현대로 나눠 형벌과 행형, 교도소 안에서의 의식주 생활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긴 복도를 따라 일렬로 배치된 회랑형 수용거실 구조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 이색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옥상에는 다섯 개 감시탑을 배경으로 교정교화 문구가 새겨져 있어 눈길을 끈다.

외부 수용동을 리모델링한 숙박시설 ‘호텔 프리즌’도 있다. 유스 호스텔 컨셉과 교도소 테마를 접목, 향후 외부 촬영팀이 숙박시설로 활용할 수 있게끔 구성했다. 이 외에도 수감자를 면회하던 접견실은 ‘접견 체험공간’으로, 1~2층 청사동은 푸드샵으로 다시 태어났다. 여자 수용자들이 머물렀던 여사동은 창작공간(레지던시)로 구축했으며 안내 데스크와 탈의실, 굿즈 진열대를 갖춘 여행안내소도 옛 차고지를 증축해 마련했다.

보안동 및 유휴 시설은 교정 내 투어를 위해 보완정비가 마무리 단계다. 향후 관람객들은 교정 내부를 거닐며 시설들을 둘러보고 문화 콘텐츠들을 누릴 수 있다.

연무장은 지역미디어 라이브러리인 ‘영화로운 책방’으로 재탄생했다.
이와 관련 최근 장흥군이 (재)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한 ‘2025년 전남 문화콘텐츠산업 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돼 2억5000만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확보한 사업비는 옛 장흥교도소에 지역 문학자원을 기반으로 관광·교육이 결합한 ‘문학갱생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문학갱생 프로젝트는 장흥이 보유한 풍부한 문학 자산과 옛 장흥교도소라는 공간의 역사적 상징성을 융합한 장흥군만의 독창적인 문학관광 콘텐츠로 의미가 있다.

김성 장흥군수는 “이번 문학갱생 프로젝트는 장흥군이 보유한 문학적 자산과 교도소라는 공간의 사회적 상처를 예술로 치유하고 재생하는 뜻깊은 시도”라며 “이번 프로젝트가 장흥을 문학 치유와 인문 여행의 중심지로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광주일보=김용기 기자·중부취재본부장 ky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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