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긴 물 흐름 회복하는 데는 수십 년…지속적 유지·관리 절실
광주·전남 ‘불량 어도’ 114개
지역민, 삶까지 달라졌다 하소연
2025년 06월 18일(수) 09:50
나주시 다시면 임천을 찾은 취재진이 구조물 위 플라스틱 쓰레기가 덮인 어도를 살펴보고 있다.
“여기에 어떻게 물고기가 살겠냐. 작은 물이 바뀌어야 큰 물이 바뀌는 거다.”

‘불량’ 어도로 자신들이 거주하는 마을 하천 환경의 변화를 지켜본 지역민들은 어도가 제 기능을 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삶도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광주·전남 ‘불량’ 어도 114개(지난 4월 기준)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건 부실 설계 뿐 아니라 관리 부재도 한몫을 하고 있는 만큼 내비게이션을 통해 찾아가기도 힘들 정도였다.

대부분의 길은 승용차로는 들어갈 수 없고 바지를 걷어올리고 들어간 곳이 상당수였다. 어도는 물고기가 댐이나 보 등 하천 구조물을 지나 상류로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든 시설. 하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쓰레기, 진흙 등으로 뒤덮였고 내부 시설도 파손된 어도가 부지기수였다.

올해 보수에 들어가는 나주시 다시면 임천 어도의 경우 개울 옆 논두렁을 따라 10여 분 걸었는데, 물만 조금 흐를 뿐 진흙과 잡초로 뒤덮여 물고기가 이동하기 불가능했다. 화순 수청 어도는 물이 전혀 흐르지 않는 이름만 어도였다.

장성 만무리6 어도1, 만무리5 어도는 내부 낙차가 너무 크게 설계돼 무용지물이었다. 표준 기울기보다 훨씬 가파르게 설계돼 다리가 달린 ‘수퍼 물고기’가 아니면 이용할 수 없는, 엉터리 어도였다.

불량 어도는 수질도 불량이었다. 시커먼 물이 고여있고 기껏 입구까지 흘러도 출구까지 이어질 수 없는 구조가 많았다. 주변 지형, 환경, 어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맞춤형 설계와 지속적인 유지·관리 등의 사후 모니터링 시스템이 절실했다. “끊긴 물의 흐름을 회복하는 데는 수십 년이 넘게 걸린다”는 지역민 말이 잊히지 않는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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