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맞춤형 설계·수상 어류 모니터링·사후 관리 3박자 갖춰야
[물길 끊긴 魚道 생태계도 끊겼다] <4> 어도, 생태통로 역할 하려면
수중 생태계 유지 역할 중요성 감안
설계부터 유지·보수·점검 이뤄져야
전남도, 불량어도 5곳 개보수 사업
하천별 표준 설계 가이드라인 마련
2025년 06월 18일(수) 09:30
구례군 산동면 계천리1어도 내 수풀이 빼곡히 차있는 모습이다.
하천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유지하면서 연어·산천어·황어 등 주요 산란 어종의 자연스러운 이동을 돕는 ‘어도’(漁道)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 구조물이 아닌 수중 생태계를 유지하는 역할의 중요성을 감안, 환경과의 연계성을 갖고 설계부터 유지·보수·점검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생태 맞춤형 설계를 비롯해 수상 어류 모니터링, 사후 관리의 3박자가 체계적으로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일보가 최근 3개월 간 한국농어촌공사가 판정한 광주·전남지역 ‘불량’ 어도 114개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부실 실태를 살펴본 결과, 생태적 흐름을 고려한 설계가 어도의 기능을 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성 황룡강 어도의 경우 경사와 유속, 수심, 기암배치 등을 주변 생태적 흐름에 맞게 설계, 어류가 쉬어갈 수 있는 구간을 두었다. 또 생태계와 어울리는 설계로 지역과 연계한 생태관광 프로그램도 호응을 얻었고 결과적으로 주민과 방문객 모두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냈다.

반면, 국내 어도 5573개 중 장성 황룡강 어도처럼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는 어도는 4.2%에 불과하다.

대부분 어도의 경우 보(洑) 설치 과정에서 필요한 부속물 개념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커 지형적 환경과의 조화나 회귀성 어종 등을 고려한 설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 전문가들이 참여하지 않은 건설 전문가들 위주의 건설 방식이 유지되면서 낙차, 유속, 입·출구 훼손, 수초 퇴적 등으로 인해 물고기 흐름이 원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농어촌공사 측도 “설계나 시공 당시에는 어도에 대한 개념이나 설치 기준이 부족했던 실정”이라고 인정했다.

어도 설치 과정에서도 환경·생태를 반영하는 구조가 없어 전남지역 어도 설치 비율도 19.9%에 머물고 있다.

전문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점검·관리 인력도 없다보니 유지관리에 대한 인식도 미흡한 형편이다.

‘불량’ 어도는 물고기의 이동을 막아 생태계가 단절되고, 자원 감소로 결국 지역 어업인들의 소득 저하 및 지역 생태계 훼손 등으로 이어진다.

다만, 최근 수산자원 보호와 어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어도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전남도가 시설상태가 불량한 어도 5개소를 선정, 개보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전남도는 효율적인 어도 관리를 위해 어도 관리계획을 수립, 어도 개보수, 어도 점검관리강화, 어도 정보 현실화, 사후관리 등 종합적인 관리체계를 마련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는 설치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나, 앞으로는 하천별 유속, 유량, 종별 소상 시기 등에 맞춘 표준 설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모니터링과 개보수를 포함한 생애주기형 관리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환경단체는 특히 특정 하천에 서식하는 주요 어종의 이동 시기와 서식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 공사는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해당 하천의 생태학적 특징을 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다.

전남도 관계자는 “수산자원 회복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시행해 건강한 해양수산생태계를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지현 광주시의원(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생물다양성 차원에서 수생생물은 하천 생태계의 핵심을 이루는 존재이며, 어류의 이동을 막는 단절 구조물은 자원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어도 개보수 사업은 단순한 시설 정비를 넘어, 하천의 흐름을 복원하고 생태계 순환을 회복하는 중요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끝>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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