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광주 공약’과 실천 플랫폼 ‘도시미래관’ - 박홍근 건축사·공간복지생각 대표
2025년 06월 11일(수) 00:00
지난주, 우리 앞에는 두 가지 미래가 동시에 왔다. ‘정해진 미래’와 ‘정해질 미래’다. 정해진 미래는 5월말 기준 광주인구가 130만명대로 감소 되었고 20년 뒤에는 110만명대가 될 것이며, 시민 세 사람 중 한 명 이상이 노인이 된다는 것이다. 인구감소와 인구구조 변화는 정해진 미래다.

정해질 미래인 ‘광주 공약’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는 지역의 준비와 전략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것이다.

대통령의 광주 7대 공약은 ‘AI국가 시범도시 조성’, ‘국가 주도 민·군 통합 서남권 관문공항 조성’, ‘대한민국 대표 모빌리티 도시 조성’, ‘아시아문화중심도시 3.0시대 추진’, ‘영산강·광주천 수변 활력도시 조성’, ‘국가 초고자기장 연구인프라 구축’, ‘서남권 메가시티 조성’ 등이다. 광주 도시구조 변화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몇 가지 공약 중심으로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첫째, 국가 주도 민·군 통합 서남권 관문공항 조성이다. 광주공항을 이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전 사업에서 발생하는 부족한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큰 선심(?)을 쓰고, 주변 지역과 협의가 잘 되어 이전을 추진한다면 얼마나 걸릴까. 최소 10년, 보통은 20년 이상 소요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이는 장기계획에 해당한다. 어떤 용도로 활용하고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에 대한 혁신적이고 실현 가능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 어려운 일이다.

둘째, 아시아문화중심도시 3.0시대 추진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역사박물관 광주관 유치, 한국예술학교 광주캠퍼스 설립 등 문화시설 확충과 문화산업을 발전시키겠다고 한다. 국회도서관 광주관 유치 노력도 함께 하고 있다. 문화시설은 위치가 중요하다. 과거 중앙초등학교 부지에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유치를 시도했으나 학교와 동문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아시아문화전당 인근으로 문화인프라 연계성이 좋아 유력한 후보지였다. 아쉬운 과거다. 앞으로 추진은 성공할 위치를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셋째, 영산강·광주천 수변 활력도시 조성이다. 수변 공간을 활용한 도시재생 및 관광 활성화, 하천 주변에 생태공원과 문화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민선 8기 광주시 핵심 공약인 영산강·황룡강 Y프로젝트의 확장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광주 중심부를 지나는 광주천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콘크리트 구조물로 만든 도로 부분을 철거하고 복원하겠다는 의미인가. 철거만이 능사가 아니다. 기존시설을 활용한 보행데크, 생태공간도 복합적으로 상상하면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넷째, 서남권 메가시티 조성이다. 광주를 중심으로 전남·북을 연계하는 초광역 경제권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북은 특별자치도로 별도의 길을 가고 있다. 광양과 여수지역의 산업은 부산을 중심으로 하는 동남권 메가시티와 가까워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서남권 메가시티는 광주와 전남 일부지역에 한정될 수도 있다. 어떻게 호남을 포함하며 현재 산업구조와 적은 인구수와 지리적 한계를 극복할 것인가. 묘책이 있어야 한다.

어쨌든 잘 만들어야 한다. ‘어쩌면 해피엔딩’이 될 수도 있다. 공약이 공허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성공적으로 추진되려면 지역이 먼저 준비하고 실행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시민과 전문가, 정책 결정자들이 함께 논의하고 기획하며 실천을 이어갈 수 있는 공공적 플랫폼, 가칭 ‘광주도시미래관’의 설립이 절실하다는 것을 다시 주장해 본다.

광주도시미래관은 단순한 전시관이 아니다. 광주의 미래를 상상하고 설계하고 실험하는 열린 도시전략 거점이다. 여기에는 광주의 미래 도시모델, 도시건축 프로젝트, 문화정책 로드맵 등이 시민 눈높이에 맞춰 상시 공개되고 변화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전문가들이 정책을 설계하고 시민들이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행정이 그 실행을 조율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공약 실현의 관건은 행정의 추진력만이 아니다. 지역사회의 상상력·실행력·정치력이 전략적으로 결합될 때 비로소 실질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 광주도시미래관은 이러한 협치와 혁신의 거점이자,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는 공공적 도시플랫폼이 될 것이다. 지금이 그 첫 삽을 뜰 시점이다. 정해질 미래는 어떻게든 ‘해피엔딩’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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