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오지 않고…하염없는 기다림에 ‘발동동’
광주 시내버스 파업에 혼선
평소보다 30분 일찍 새벽에 나와
“40분째 기다리고 있는데 안 와”
30분 출근길이 1시간 넘게 걸려
비상 수송에도 시민 불편 가중
광주시 적극적인 중재 나서야
2025년 06월 09일(월) 19:40
광주 시내버스 노조가 전면 파업에 들어간 9일 오전 서구 양동시장역(북) 버스정류장에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광주시는 비노조원 운전기사 등을 투입해 비상수송에 나섰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평소보다 30분 일찍 나왔는데도 40분째 기다리고 있어요. 출근길이 1시간 넘게 걸리네요.”

광주 시내버스 노조가 11년만에 전면 파업에 나선 9일, 출·퇴근, 등·하교 시간 시민들의 불편이 속출했다.

버스 일부 노선이 운영되지 않거나 배차 간격이 늘어나며 시민들은 버스 도착 예정시간이 뜬 전광판을 바라보며 초조한 마음을 내비쳤다. 배차 간격이 10여분 안팎인 버스 노선이 평소보다 30~40분씩 늦게 도착하는 등 지체됐고, 지각할까봐 급하게 택시나 지하철을 타러 뛰어가는 시민도 있었다.

이날 새벽 5시 40분께 광주시 동구 학동증심사입구역 정류장에는 첫 차를 타려는 시민 10여 명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 파업 안내문이 정류장에 붙어있었지만 오늘도 파업을 진행하는 줄 몰랐다며 당황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한 시민은 평소 타던 버스 도착 시간이 뜨지 않자 다른 버스 노선을 급하게 확인했고, 결국 지하철을 타러 뛰어갔다.

김춘덕(여·70)씨는 파업 소식을 듣고 이날 새벽 5시부터 나와 버스를 기다렸다.

김씨는 “서민들은 하루 벌어먹고 살려고 새벽부터 나서는데 차 없는 사람들은 답답해서 살겠냐”며 “출근 시간대라도 차 배차 간격을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오전 7시 30분께 시민들이 몰린 남광주역에는 30여명이 오갈 정도로 분주했지만, 버스가 언제 올 지 어플을 확인하는 시민들이 가득했다.

또 배차 간격이 9~14분인 봉선37번 버스는 전광판에 ‘46분 후 도착’으로 안내됐고, 배차간격이 4~15분인 수완03 버스는 23분 후 도착으로 떠 시민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고등학생·대학생들도 평소보다 20분 가량 일찍 나왔지만 등교 시간에 늦지 않을까 걱정하며 지연되는 버스를 기다렸다.

민정희(여·33)씨는 “평소 타는 버스가 자주 왔는데 오늘은 20분 이상 기다린다”며 “나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은 02번 버스를 타야하는데, 오가지도 않아 불편이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현(20)씨도 “매일 버스 타고 학교 가는데 파업이 장기화되면 수업 시간 맞춰 가기 힘들 것 같다”고 걱정을 내비쳤다.

특히 정보취약계층인 노인들은 파업 사실을 몰라 “버스가 띄엄띄엄 온다”고 주변에 묻기도 했고, 가격 부담에 택시를 탈 여력이 없어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날 광주 지역에 낮 최고체감온도 31도에 달하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노인들 사이에서 “더워서 서 있기도 힘든데 버스도 안 오니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불만도 나왔다.

퇴근길에도 시민들 불편은 이어졌다. 시민들은 지친 몸을 이끌고 평소보다 훨씬 늦게 오는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이번 파업은 지난 2014년 6월 광주 시내버스 583대가 멈춘 뒤 11년 만으로, 첫날인 9일에는 기존 운행하던 1041대(예비 40여대 포함)의 시내버스 중 887대가 투입(운행률 85.2%)됐다. 97개 노선 중 51개 노선이 정상운행되고 46개 노선은 운행횟수가 줄었다.

광주시는 비상수송대책을 세워 운행률을 80%이상을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는 지하철을 240회에서 252회로 12회 증편 운행하고, 출퇴근 시각 택시 등 다른 교통수단 운행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비노조원 운전기사를 투입하고, 파업 장기화로 운전원 피로가 누적될 경우 임차버스를 투입할 계획이다.

광주 시내버스 노조는 지난 5일 임금·정년 문제로 전면파업에 돌입했다가 준법운행으로 전환한 후 사측이 협상안을 제시하지 않자 이날부터 다시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임금 8.2% 인상과 정년 65세 연장을 요구하며 타 지역 대비 임금 차이 좁혀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사측은 “시민의 혈세인 세금으로 운영되니 대폭 인상하긴 어렵고 서로 이해하고 협의해야 한다”며 “오늘처럼 70~80% 윤행률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조와 사측의 입장 차이로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시민 불편만 가중되는 만큼 광주시가 적극적으로 노조와 회사 간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시의회도 “비상수송 대책을 가동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파업이 장기화되면 결국 시민의 불편이 가중되고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니 준공영제 운용 주체로서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www.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wangju.co.kr/article.php?aid=1749465600785116006
프린트 시간 : 2025년 06월 10일 03: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