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마술로 관객에게 작은 놀라움 선물하고파”
‘광주 마술 버스킹’ 이우찬·황주찬씨
중학시절 독학으로 마술 배워…충장로·동명동 일대서 공연
“현장서 사람 만나고 눈 맞추는 게 좋아…매직바 운영이 꿈”
2025년 06월 04일(수) 19:45
‘광주 마술 버스킹’ 이우찬(왼쪽)·황주찬씨.
“제가 지금부터 이 분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맞춰볼게요.”

그가 숫자를 한 자리씩 누르자 잠겨 있던 휴대폰 화면이 열렸다. 수십장의 카드에서 관객 한 사람이 지목한 카드도 정확히 찾아내자 관객들 사이에서 탄성과 환호가 터져나왔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충장로 거리는 어느새 젊은 마술가들이 소박한 꿈과 열정을 펼치는 무대로 변신했다.

길거리에서 노래나 춤으로 자신의 끼를 발산하는 버스킹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길거리 마술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전달하는 마술 팀이 눈길을 끈다. 지난 4월부터 ‘광주마술버스킹’을 꾸려 활동 중인 이우찬(25), 황주찬(23)씨다. 두 사람은 카드 한 벌, 로프 한 줄과 능숙한 입담으로 시민들의 관심을 자아내고 있다.

두 사람은 자신이 느낀 신기한 감정을 누군가에게도 전해 주고 싶어 마술을 시작했다. 우찬 씨는 사람의 심리와 선택을 읽는 멘탈마술이 주전공이고, 주찬 씨는 무대마술 중 로프·카드마술을 선호한다.

“관객보다 헤클러(Heckler·딴지거는 관객)가 더 많은 날 의욕을 잃기도 하지만 거리에서 직접 피드백을 받고 관객과 호흡하는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신나요. 이럴 땐 공연하는 시간이 짧게 느껴지죠. 관객들의 순간적인 리액션과 피드백이 제 마술을 완성시키는 거에요.”

우찬 씨는 “아침에 일어나서 알고 있는 모든 마술을 한 번씩 연습하는 게 하루 일과”라며 “마술의 매력은 관객과 바로 호흡하는 현장감”이라고 말했다.

주찬 씨 역시 “매번 새로운 관객을 만나 실전에서 배우는 게 많다”며 “더 많은 사람에게 작은 놀라움과 즐거움을 계속 선물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두 사람은 중학생 때부터 유튜브와 독학으로 마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영상과 자료를 참고하며 홀로 연습했지만 점차 마술에 흥미를 가진 친구들이 모여 서로의 기술을 공유하며 실력을 키워갔다. 2018년 무렵부터는 친구들과 무대를 찾아 직접 거리로 나섰고, 2022년까지 충장로와 동명동 일대에서 본격적인 거리 마술 공연을 시작했다.

친구들이 취직하며 하나 둘 떠나는 사이 두 사람은 ‘마술’을 통해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팀을 결성하고 지난 4월부터 다시 충장로 무대에 서고 있다.

이들이 꿈꾸는 건, 언젠가 아늑한 공간에 위스키바와 매직쇼를 결합시킨 ‘매직바’를 열어 손님에게 마술과 일상을 함께 건네는 일이다.

“이제는 어디부터 연습이고 어디까지 실전인지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마술은 제 삶의 일부가 됐어요. 가만히 앉아 있을 때도 손에 든 마술 도구를 만지작거리고, 새롭게 응용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지 고민하죠. 요즘에는 사람들이 유튜브나 SNS에 올라온 마술을 즐겨 마술사들이 인터넷을 통해 마술을 선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아직 현장에서 사람과 직접 이야기하고 눈을 맞추며 선보이는 마술이 더 재밌어요. 앞으로도 사람들을 만나는 장소에서 다양한 마술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글·사진=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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