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IT 기업 유리버스가 지난달 광주시와 토큰증권에 바탕을 둔 AI(인공지능)·블록체인 기술 활용 디지털 금융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앞으로 토큰증권 모델 발굴 및 성과 공유, 관련 기업 유치, 국내외 네트워크 활성화, 지역 인재 양성 등에 협력할 계획이다.

토큰증권은 암호화폐 등에 쓰이는 블록체인 기술로 신뢰성을 강화한 새 전자증권으로 미술품, 저작권, 부동산 등의 자산 일부에 돈을 넣고 지분 수익을 받는 ‘조각 투자’를 활성화할 수단으로 꼽힌다.

메타버스, 인공 지능, 증강현실, 블록체인, SNS, 보안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보유 중인 유리버스를 이끄는 이는 곽렬희 대표다.

광주 출신으로 광주과학고,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거쳐 스탠포드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마친 곽렬희 대표는 지난 2013년 스탠퍼드, 서울대, 칼텍 출신의 동료들과 유리버스를 창업했다. 광주과학고, 서울대 동기로 삼성 SDS에 근무했던 아내 김보람씨도 유리버스 부사장으로 재직중이다.

“이번에 체결한 협약을 통해 지자체 미래 먹거리 사업을 위한 재정 부족, 지역 경제 활성화, 지역 주민 수익 증대 문제를 해결하는 공정 성장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광주시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AI 사업에 먼저 뛰어들었습니다. 중앙정부와 광주시의 줄다리기, 다른 지자체와의 경쟁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광주형 AI 솔루션’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에 도움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곽 대표는 지역 인재 양성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학강초등학교 시절 광주시 컴퓨터영재교육반에 다녔던 그는 금남중, 광주과학고 시절 받은 수많은 지원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고, 늘 마음의 빚으로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제가 20대에 알았다면 완전히 다르게 세상을 대했을 노하우들을 조금은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험들을 고향의 인재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시와 공동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겠고, 이미 운영중인 여러 인재 양성 사관학교 등을 통해 공유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볼 계획입니다.”

인재 양성에는 시간이 걸리고 필수적으로 많은 자원이 투입돼야 한다. 곽 대표는 일단 광주사무소를 개설해 개발자들을 선발, 실리콘밸리 스타일로 실리콘밸리 개발자들과 함께 일하며 자연스럽게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는 방법을 찾아볼 예정이다. 또 광주시 창업가들의 멘토 역할과 자문을 하고 일정 요건에 부합되면 실리콘밸리 진출도 도울 예정이다.

유리버스를 운영하며 실패를 겪고 다시 일어서곤 했던 곽 대표는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어떻게 실패할 지에 대해 배웠기에 우리는 ‘성공적인 실패’라고 부른다”며 “팀원들과 큰 그림을 공유하고, 문제 발생시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원으로 다시 돌아가 공부하고 연구하는 자세는 실리콘밸리에서 꿈을 향해 힘차게 달리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에 아시아 총괄 및 R&D(연구개발) 센터를 설립하는 등 활동범위를 넓히고 있는 곽 대표는 두 가지 꿈을 갖고 있다. 하나는 광주를 아시아의 문화 라스베이거스(K-콘텐츠 메트로폴리스)로 만드는 것이다. K 콘텐츠 중심의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허브로 만들고 싶다는 꿈이다.

“또 하나는 두 아이를 키우며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모든 아이들에게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기회는 균등하게 제공되어야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빨리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어른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