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합한 대기오염 지표, 알고도 공표 강행했다
‘금타 화재 ’ 관련 광주시·영산강환경청 잘못된 정보 발표 논란
시 “미미한 수준”…체감피해와 측정결과 괴리 발생으로 ‘안전 오인’
“지역민 불안감 잠재우기” 의혹 … 두통·구토 등 피해 신고 3433건
2025년 05월 22일(목) 21:05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사건과 관련된 광주시의 잘못된 정보는 자칫 시민들에게 유해 대기 오염 물질로부터 “안전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공공기관이 대부분의 대기오염 수치를 측정하고 공개하는 현재 실정을 고려하면 임의적으로 기준을 적용하면서 자칫 ‘외출해도 문제없다, 안전하다’는 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민들이 많아졌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광주시와 영산강유역환경청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21일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 영산강환경청이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등 59종 측정 결과, 불검출 되거나 ‘미미한 수준’이라는 지표가 부적합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광주시는 이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다. VOCs에 대한 대기환경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불가피하게 고용부의 작업환경 기준을 참고했다는 게 광주시의 입장이다.

하지만, 해당 측정 기준이 작업장 내 근로자를 바탕으로 한 기준으로 어린이·노약자 등 일반 시민들 포함했을 경우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알고도 별다른 설명 없이 자료를 발표, 시민들에게 근거 없는 안전함을 불러오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화학물질 및 물리적 인자의 노출기준’이라는 고시를 통해 ‘대기오염의 평가 또는 관리상의 지표로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칫 잘못된 해석을 불러올 수 있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광주시는 당시 대기측정을 통해 대기환경기준이 적정하다고도 했다. 광주시가 측정한 대기환경 기준만 발표했어도 됐지만, VOCs 측정결과까지 발표해 지역민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점이다.

광주시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가 발생한 지난 17일부터 21일 오후 3시까지 광주 전역 대기측정망(11대)과 공장 인근지역에 대기측정차량을 배치해 미세먼지(PM-2.5, PM-10), 오존(O₃), 이산화황(SO₂), 이산화질소(NO₂), 일산화탄소(CO) 등 대기환경기준 오염물질 6개 항목을 측정해 공개했다.

모니터링 결과, 공장 주변지역은 화재 당일인 지난 17일과 18일은 6개 항목 모두 대기환경기준 이하로 측정됐다. 하지만 사고 직후 화재 온도로 대기질로 확산됐던 오염물질이 낮은 기압에 따라 하강하고, 잔불 처리로 인한 비산먼지가 발생하면서 19일에는 (초)미세먼지가 기준치 이상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시의 경우 당초 영산강환경청으로부터 정확한 기준 없이 단순 측정 자료 위주로 받아 보다가, 보도자료 배포 과정에서 처음으로 TWA(시간 가중 평균 노출기준)를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화재 당시 검은 연기가 몰려오고, 일부 시민들이 기침과 구토, 어지럼증을 호소했는데도 기준치 미만이라 괜찮다고 하면 실제 체감 피해와 측정 결과 간 괴리가 발생한다”면서 “차이에 대한 구체적 설명 없이 그저 ‘안전하다’는 식의 발표는 지역민이 잘못 해석할 수 있는 시그널을 준다”고 말했다.

환경부 국민환경보건기준에는 TWA 대비 유기화학물 종류가 상당히 미반영돼 있는 만큼 대기환경기준의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송창영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이사장은 “현재 휘발성유기화학물을 모두 포함하는 다른 기준이 국내에 미비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22일 기준 광주시 광산구에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에서 발생한 연기 등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가 6097건 접수됐다. 이 중 두통·구토 등 인적 피해 신고는 3433건이며, 물적 피해 2009건, 기타 655건 등이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www.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wangju.co.kr/article.php?aid=1747915500784420006
프린트 시간 : 2025년 05월 23일 04:1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