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과 잿밥 -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2025년 05월 21일(수) 22:00
불교에서 시작된 우리 민족의 속담이나 비유가 많다. 각자 맡은 일에 충실하지 않아 난장판이 벌어지는 ‘이판사판’ , 일자리를 잃은 뒤 빈둥거린다는 ‘건달(바)’ 등을 우리는 흔히 쓴다. 불교에서 염불은 경전의 글귀를 소리내어 읽거나 읊조리는 것을 말하며, 잿밥은 불공할 때 올리는 음식이다. 염불이 불공드릴 때의 ‘노력’을 의미한다면 잿밥은 이후 얻어질 수 있는 ‘이득’을 상징한다. 노력은 하지 않고 대가만을 바라는 경우에 우리는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있다고 말한다. 염불을 제대로 외지 않으면서 잿상에 어떤 음식이 올라가는지에만 관심을 보이는 욕심을 꾸짖는 비유다.

21대 대통령선거가 본격화 하면서 광주·전남 정치권도 대선에 몰두하고 있다. 전직과 현직 할 것 없이 국회의원과 광역·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회 의원 등이 앞다퉈 선거판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후보 캠프에서 발급해주는 임명장을 SNS 등을 통해 홍보하면서 후보와의 친밀도를 과시하기도 한다. 파트별로 구성된 후보 캠프에서 길거리 유세를 하면서 ‘대통령 선거도 치르고 본인도 홍보’하는 정치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선거판에서도 염불은 뒷전이고 잿밥에만 관심을 보이는 정치인을 흔히 볼 수 있다. 최근 금호타이어에서 대형 화재가 났는데 공교롭게도 그날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광주 일정이 집중된 날이었다. 이번 광주·전남지역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당선 가능성이 높고 향후 선거에서 민주당 공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이 후보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후보가 등장하는 장소에 모든 정치인들이 결집을 하고, 불이 난 날에도 이 후보의 동선을 따라 알만한 정치인과 알아줘달라 애쓰는 정치인들이 모두 이동했다.

이날 화재는 58시간 동안 이어졌고, 대다수 정치인들이 이 후보와 광주 전역을 돌 때 민주당 광산갑 박균택 국회의원만이 화재 현장을 지켰다. 검은 연기가 도심 곳곳으로 퍼져나갈 때 이 후보와 사진찍는 데 몰두한 다른 정치인을 흉보기 전에, 염불에만 집중한 박 의원의 행보를 칭찬하면 어떨까 싶다.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kro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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