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시의 삶·정서, 그림으로 담아냅니다”
풍경·일상 그림으로 남기는 ‘어반스케쳐스 광주’
문화재·근대건축 보존 캠페인…아카이빙 프로젝트 기획 중
6월 남구 푸른길 스케치…실력·전공 무관 누구든 참여 가능
2025년 05월 20일(화) 20:20
지난 17일 어반스케쳐스광주 회원들이 제45주기 5·18민주화운동 전야제가 열린 금남로 일대에서 각자 그린 그림을 들어보이고 있다. <서채은 작가 제공>
도심 속 골목과 풍경, 평범한 일상의 장면을 현장에서 그림으로 담아내는 어반스케치 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80여 명의 회원을 둔 ‘어반스케쳐스 광주’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지역의 대표 단체다.

어반스케쳐스 광주는 2020년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시작된 모임에서 2024년 2월 글로벌 어반스케쳐스 매니페스토의 기본 원칙, ‘직접 보고 스토리를 담아 기록한다’를 실천하며 보다 체계적인 스케치 모임으로 재결성됐다.

“어반스케치의 가장 큰 매력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고 스토리를 담아내는 생생함이에요. 같은 장소를 그려도 그림에는 회원들 각자의 감정, 그날의 공기가 다르게 담기죠. 무엇보다 한 장 한 장 쌓이는 그림이 도시에 대한 나만의 기록이 돼 큰 성취감과 애정을 선사합니다.”

운영자 서채은 작가는 “어반스케치는 단지 멋진 풍경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삶과 정서를 함께 담는 작업”이라며 “단순한 미술을 넘어 나와 도시가 연결되는 특별한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어반스케쳐스는 광주는 오는 6월부터 사단법인 푸른길과 함께 ‘푸른길 어반스케치 프로젝트’를 시작해 도심 속 녹지길인 푸른길 일대의 풍경과 변화를 스케치로 남길 예정이다. 이외에도 지역 문화재·근대건축 보존 캠페인, 시민참여 워크숍, 학교·기관과의 협업 전시 등 광주 곳곳을 현장에서 기록하는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어반스케쳐스는 50여 개국 350여 도시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조직으로, 한국에도 서울·부산·제주·광주 등 37곳의 공식·비공식 지역 모임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어반스케쳐스 광주는 현재 글로벌 어반스케쳐스의 공식 지부 승인을 대기 중이다.

어반스케쳐스 광주 회원이 그려낸 5·18 민주광장. <서채은 작가 제공>
자신만의 시선으로 관찰하고 기록하는 과정 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얻는 이들에겐 평범한 주택가, 전통시장, 담벼락 하나도 소중한 스케치의 재료가 된다.

스케치 활동을 하다 보면, 눈 깜짝할 새 바뀌는 도시 풍경을 실감하는 순간이 많다.

서 작가는 “하루는 산수동의 작은 주택을 그렸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집이 완전히 허물어지고 작은 도서관이 들어섰다”며 “그 장소가 이제는 그림 속 추억으로만 남게 됐다”고 말했다.

‘건물과 골목은 언젠가 바뀌겠지만, 그림에 담아 낸 이 순간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이 스케치를 멈추지 않는 이유다.

“이전엔 바쁘게 걷기만 했던 길, 무심코 흘려보냈던 건물이 펜을 들고 관찰하기 시작하면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와요. 어반스케치를 시작한 후로는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시선이 머무르고, 낡고 평범한 풍경도 이야기가 담긴 특별한 공간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반스케쳐스 광주는 매달 첫째 주 일요일 정기모임, 주말 스케치, 오픈채팅방과 SNS를 통해 주기적으로 소통한다. 그림 실력이나 나이, 전공을 가리지 않고 현장에서 직접 그리고 기록하는 활동에 뜻이 있는 모든 이들을 환영한다.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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