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화재 여파…공장 함평 이전 속도 빨라지나
법령 따라 공장 폐쇄해야 용도 변경 등 가능
화재로 법적 조건 충족…실천은 기업의 몫
市 “3년간 이전 요청…법 허용 범위 넘어 추진”
중국 자본 금타, 이전 의지 진정성 여부 주목
2025년 05월 20일(화) 18:35
국과수, 경찰, 소방 등 관계자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발생 사흘째인 지난 19일 광주시 광산구 금호타이어 2공장에서 화재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사고가 법령에 막혀 수년째 진척이 없는 공장 이전 문제의 전환점이 될지 지역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공장 이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됐던 국토부 법령인 공장 ‘공업 용지’를 가치가 상승하는 ‘상업용지’로 전환되기 위한 ‘공장을 폐쇄해야 한다’는 법적 요건이 이번 화재로 사실상 충족됐기 때문이다.

특히 2018년 중국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한 이후 50년 이상 된 노후 공장을 함평 빛그린국가산업단지로 이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는 점에서, ‘먹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진정성이 담긴 새 공장 이전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7시 11분 발생한 불은 이날 오전 11시 50분을 기해 진화됐다.

소방당국은 불이 난 서쪽 공장(2공장) 건물을 해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당분간 정상적인 공장 가동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1공장과 2공장으로 나뉘는데, 화재가 발생한 2공장은 생고무에 화학 약품을 첨가해 혼합하는 작업인 정련 공정과 반제품 생산 등 핵심 원료 가공 설비가 집중된 공장으로 전체 생산량의 88%를 담당하고 있다.

이번 화재로 1·2공장 모두 정상 가동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면서, 새 공장 이전에 대한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1974년 설립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설비 노후화와 도심 내 입지에 따른 민원 등으로 수년 전부터 이전이 추진돼 왔으며,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10월 함평군 빛그린국가산업단지 내 부지 매입을 확정하고, 이전 계획도 공식화한 상태다.

이후 금호타이어 측은 공장 이전에 1조 200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막대한 이전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광주공장 부지를 상업용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광주시는 공장부지를 상업용지로 변경하려면 “기존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폐쇄해야 한다”는 관련법 때문에 공장 가동 시 용지 전환을 해 줄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실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도시지역 내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대상은 ‘유휴 토지’ 또는 ‘대규모 시설의 이전 부지’로 한정돼 있다.

법적인 문제 외에도 지역 내에서 중국 자본인 금호타이어 측이 상업용지 전환으로 막대한 매각 자금만 챙기고, 신규 투자나 공공기여 약속 등에는 소극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점도 이전 문제의 큰 장벽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화재로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됨에 따라 50년이 넘은 노후 공장을 다시 짓는 것보다는 그동안 준비해 왔던 공장 이전 계획을 서두르는 게 공장 현대화와 재정적 측면에서도 이익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그동안 공장 이전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토지 용도 변경 문제가 이번 화재로 자연스럽게 해결됐다는 점도 공장 이전 가능성을 높이는 주요인이다.

지역 시민사회단체 등도 공장 이전과 관련, 새 공장 착공 일정과 기존 노동자 고용 승계 방안, 지역사회와의 상생·공공기여 약속 등 실질적 이행 계획을 신속히 밝히고,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광주시 역시 금호타이어의 새 공장 이전을 적극 돕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 19일 “그동안 일관되게 금호타이어에 공장 이전을 요청해 왔다”며 “공장 이전을 한다면 이전에 따른 용도변경 등 이런 문제도 법적인 허용 범위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선도적으로 해석해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금호타이어 측은 일단 화재 수습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공장 이전 계획은 사고 수습 후 공장 복구와 비용 등 고려해야 할 게 많아 현재 논의할 만한 상황이 아닌 점을 양해 바란다”고 답변했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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