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텐트 - 김지을 사회부장
2025년 05월 19일(월) 22:00
국민의힘 지도부가 최근 추진했던 ‘대통령 후보 교체 시도’의 명분은 이른바 ‘범보수 빅텐트’였다. 빅텐트(Big tent)를 만들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에 대항할 범 보수 후보를 옹립해 내면 이재명 대세론과 맞설 수 있다는 인식이 만들어낸 막장극이었다. ‘커다란 텐트’ 아래 모여 힘을 합치지 않으면 필패(必敗)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하면서 이뤄진 시도였다.

빅텐트는 원래 유랑 서커스단의 큰 천막을 가리키는 용어였다. 흑인, 백인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이 빅텐트 안에서 공중곡예, 동물 묘기 등의 공연을 즐겼다. 이 단어는 이후 미국 정치권에서 다양한 이념을 갖고 있는 세력을 포용한다는 의미로 발전하게 됐다.

특히 미국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 전략과 관련, 진보·보수를 아우르는 폭넓은 인재 영입을 통해 대세론을 형성하자는 구상으로 ‘빅텐트’가 언급되면서 보다 대중화됐다. 이전에는 보수 공화당 소속인 에이브러햄 링컨이 흑인 노예 해방을 주장한 진보 인사들을 끌어들일 당시 사용된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최근 국내 정치권의 대선 정국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빅텐트’ 얘기가 끊이질 않는다. 민주당에서도 중도 보수 외연 확장을 언급하면서 빅텐트가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쪽에선 온통 빅텐트 얘기 뿐이다.

국민의힘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육군 특전사령관으로 전두환 동기인 정호용을 선거대책 상임고문으로 위촉했다가 취소한 것도 보수를 재건하려는 빅텐트 구상의 일부였다. 45년 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시민 가슴에 총칼을 꽂은 학살 현장의 책임자를, 당시 내란중요임무 종사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자를, 표를 얻겠다며 빅텐트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한 것이다.

내란수괴 윤석열 피고인의 변호인도 선대위에 합류시켰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는 비상계엄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도 하지 않았다. 전두환도, 윤석열도 사과를 하지 않았다. 과거 내란 세력과 현재 내란 세력을 모두 빅텐트에 모으려는 발상 아닌가. 이대로라면 그 텐트, 국민들에게 찢겨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김지을 사회부장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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