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유연하게…기아 EV4와 달린 백수해안도로
기아 첫 전기 세단 EV4, 광주-영광 왕복 시승기
연이은 굽잇길에도 변속 엔진음 없이 부드러운 주행
회생제동 기능…페달에서 발 떼는 동시에 배터리 충전
차량 내부 곳곳에 친환경 소재 사용…진정한 친환경차
2025년 05월 19일(월) 09:50
지난 13일 기아 오토랜드 광주에서 영광 백수해안도로까지 운행한 기아 최초 전기 세단 EV4. <기아 제공>
조용함이 주는 힘, 전기차가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주행이란 이런 것일까.

지난 13일 기아 오토랜드 광주에서 영광 백수해안도로까지 왕복 110㎞의 여정은 EV4가 가진 전기차의 장점을 만끽하는 시간이었다.

엔진 소리 대신 고요한 가속, 덜컥이는 변속 대신 부드러운 제동이 공간을 채웠고, EV4는 전동화 세단이 나아갈 방향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이날 시승한 모델은 EV4 롱레인지 트림. 전장 4730㎜, 전폭 1860㎜, 전고 1480㎜의 체격은 준중형급이지만, 세단 특유의 길고 낮은 비율이 눈에 띄었다. 축간거리(휠베이스)도 동급 최대 수준인 2820㎜로 실내 공간의 여유를 뒷받침했다.

기아의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과 세로형 헤드램프가 조화를 이룬 전면은 세련미를, 패스트백 스타일로 짧게 마감된 후면부는 공기저항을 줄이고 역동성을 강조했다.

기아 최초 전기 세단 EV4 내부. <기아 제공>
동승자 3명과 함께 차에 오르면서, 가장 먼저 느낀 건 공간의 여유로움이었다. 앞좌석은 물론 뒷좌석까지도 성인 남성이 앉아 여유 있게 다리를 뻗을 수 있을 정도였다.

시승 구간인 영광 백수해안도로는 멋진 풍경과 연이어지는 굽잇길을 갖춘 드라이브 명소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커브와 굴곡진 경사가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 다만 내연기관 차량이라면 변속으로 인한 엔진음으로 피로감을 느끼기 쉬운 구간이기도 하다.

이날 광주 도심을 빠져나와 한적한 해안길을 돌고 다시 광주로 향하는 여정 동안 EV4는 마치 도로와 한 몸이 된 듯 고요하고 부드럽게 움직였다. 소음 없이 이어지는 주행, 커브를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는 유연한 바디, 불필요한 긴장감이 없는 핸들링까지 완벽했다.

EV4는 특히 곳곳에 복잡한 노선 숨겨놓은 백수해안도로를 마치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 주행했다.

고저차가 많은 노면에서도 저중심 설계와 정교한 서스펜션 세팅 덕분에 차체 흔들림은 거의 없었고, 안정적인 핸들링으로 이어졌다. 전기차의 무게중심이 낮다는 특징이 커브와 굴곡 구간에서는 큰 강점으로 작용하는 듯 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능은 회생제동 시스템이었다. 회생제동은 속도를 줄일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다시 배터리로 돌려주는 기술이다.

지난 13일 기아 오토랜드 광주에서 영광 백수해안도로까지 운행한 기아 최초 전기 세단 EV4. <기아 제공>
백수해안도로 특유의 경사로와 감속 구간에서 회생제동 기능은 진가를 발휘했다. 페달을 떼면 차량이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고, 동시에 배터리 충전이 이뤄지며 주행가능 거리 수치도 늘어났다.

시승 전 말로만 들었을 땐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주행 중 주행가능 거리 숫자가 줄지 않고 그대로 멈춰 있는 걸 보자 그제야 이 기능의 원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EV4는 또 ‘i-페달 3.0’ 시스템을 통해 가속 페달 하나로 감속부터 정차까지 가능한 ‘원 페달 드라이빙’을 구현했다.

단계를 조절하면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도 제동이 걸리며, 브레이크 타이밍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브레이크에 익숙하지 않거나 주행 피로도를 낮추고 싶은 운전자에게 유용한 기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시승 전 421㎞였던 주행 가능 거리는 광주에서 영광까지 약 55㎞를 달리고 나서도 360㎞ 이상 남았다. 성인 4명이 탄 점을 고려하면, 회생제동 덕분에 주행가능 거리를 보전한 것이다.

EV4는 차량 내부 곳곳에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점도 눈에 띄었다. 재활용 플라스틱과 옥수수·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소재를 활용한 인조가죽,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섬유 등이 인테리어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기아 최초 전기 세단 EV4 내부. <기아 제공>
앞좌석은 슬라이딩 콘솔 테이블과 회전형 팔걸이로 공간 활용도를 높였고, 뒷좌석에는 콘센트를 둬 전자기기 사용이 가능하게 한 점도 만족스러웠다.

모든 게 좋았지만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미세한 소음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전기차 특유의 ‘너무 조용해서’ 들리는 잡소음이 거슬렸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 싶다. 도로 상태가 고르지 않은 일부 구간에서 노면 소음이 실내로 일부 유입됐고, 라디오를 듣거나 동승자와 대화를 나누면 인식하지 못할 정도였다.

EV4는 58.3kWh 배터리를 탑재한 스탠다드 모델과 81.4kWh 배터리를 장착한 롱레인지 모델로 출시됐다. 2WD 기준, 산업통상자원부 인증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는 각각 382㎞(스탠다드), 533㎞(롱레인지)다.

가격은 전기차 세제혜택 적용 전 기준 스탠다드 모델은 에어 4192만원, 어스 4669만원, GT 라인 4783만원, 롱레인지 모델은 에어 4629만원, 어스 5104만원, GT 라인 5219만원이다.

광주 기준 정부와 자치단체 보조금을 적용할 경우 770만~886만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3000만원 중후반대로 실구매할 수 있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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