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양림동 소녀’에 5·18 정신 담았어요”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 임영희 작가·오재형 감독 모자
소수자 편견 깨고 비소수자와 공존·연대 의미 담아
이달말 뇌성마비 무용수 이야기 ‘소영의 노력’ 상영
2025년 05월 18일(일) 21:15
임영희 작가와 아들 오재형(오른쪽) 감독. 영화 ‘양림동 소녀’ 속 임영희 작가의 작품.
5·18 민주화운동의 기억, 장애인 인권, 소수자의 연대를 한 편의 작품으로 엮어낸 가족이 있다. 지난 7·8일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리어프리 영화로 상영된 ‘양림동 소녀’는 이 모든 메시지를 예술로 녹여내 깊은 울림을 남겼다.

그림과 내레이션을 통해 임영희(69) 작가의 인생을 담아낸 애니메이션 영화 ‘양림동 소녀’는 지난 2022년 아들 오재형(40) 감독의 공동 연출로 완성됐다.

진도 출생으로 광주 남구 양림동에서 수피아여중을 다닌 임 작가는 1980년 5월의 현장에서 시민군의 삶을 경험했다. 중년에 급성뇌졸중 후유증으로 오른손을 쓰기 힘들어진 그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새 삶의 관문을 마주했다.

“장애를 얻기 전까진 장애인의 아픔과 차별을 조금은 먼 이야기로 생각했어요. 막상 장애를 얻고 나니, 타인의 시선과 말투 등 일상이 바뀌는 억압을 겪게 되더라고요.”

어느 날 카페에 들어갔을 때 뒤뚱거리는 자신의 몸짓을 본 사람들이 조용히 자리를 뜨는 모습을 마주한 경험은 임 작가가 ‘차이’와 ‘차별’을 체감한 순간이었다.

영화 ‘양림동 소녀’ 속 임영희 작가의 작품.
작품은 장애, 여성, 노인 등 우리 사회의 소수자가 겪는 편견을 비추고 서로 다름을 포용하는 공동체의 가치를 떠올리게 한다.

“5·18정신이야말로 소수자와 비소수자가 함께 공존하고, 연대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길이에요. 광주 시민군의 자발적 연대, 민주화의 물결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의도에 몰려든 시민들, 트랙터를 타고 온 농민들, 선결제 운동과 따뜻한 버스 같은 자발적 행동들은 모두 평범한 이들이 만들어 낸 기적이죠.”

임 작가는 연대의 의미를 담은 영화 속 한 장면에 “자리 하나를 비워두었다”며, 누구든지 남은 한 자리를 채워 동행·연대하자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가치봄 영화의 날’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온전히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수어통역, 화면해설, 자막을 더한 배리어프리 상영이 함께 진행돼 큰 의미를 더했다.

오재형 감독 역시 “장벽 없는 영화 관람이 보편화되려면 비장애인 관객들 역시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발달장애인용 ‘쉬운 영화 해설’ 연구와, 다양한 소수자 관객을 포용하는 배리어프리 버전 제작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여전히 발달장애인들에게는 영화 관람에 장벽이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5·18처럼 역사적 사건은 사전 지식 없이 이해하기 어려워 ‘군인들이 세상을 마음대로 하려 하자 광주 시민들이 이에 저항한 것’이라고 단순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럼에도 지속적인 배리어프리 영화제작이 이러한 장벽을 깰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한편, 오는 5월 말 서울 마로니에공원 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는 오재형 감독의 최신작으로 뇌성마비 무용수 소영의 일상과 무대의 삶을 교차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소영의 노력’이 상영될 예정이다.

/글·사진=박연수 기자 traini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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