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레오 14세 - 박성천 문화부장
2025년 05월 11일(일) 21:30
지난 8일(현지시간)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가 열리고 있는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바야흐로 새 교황이 뽑혔음을 외부에 알리는 신호다. 선출에 실패한 경우에는 검은 연기를 피워 올리게 돼 있다. 이번 콘클라베에서는 개막 이틀 만에, 4번째 투표만에 미국 출신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 추기경을 새 교황으로 선출했다.

콘클라베는 가톨릭 교회의 최고 수장인 교황을 뽑는 절차다. 라틴어인 ‘콘클라베’(con clave)는 ‘자물쇠를 잠근다’라는 의미로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외부와 단절된 채 비밀회의를 진행한 데서 비롯됐다. 만 80세 미만 추기경 선거인단 135명이 투표에 참여하는데 이번에는 건강상 이유로 2명이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 결과 총 133명 가운데 3분의 2이상인 최소 89명 이상이 지지했다.

제267대 교황에 오른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1955년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교리교사로 활동한 아버지와 함께 성당을 다니며 복사로 활동했다.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신학교를 거쳐 교황청립 안젤리쿰 대학에서 교회법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로마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후 페루 빈민가 등지에서 오랫동안 선교사로 활동했다.

미국 출신 추기경이 교황이 된 데 대해 외신들은 놀랍다는 반응이다. 도덕적 권위 차원에서 초강대국인 미국 출신은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없지 않았다.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와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재임기라는 점도 부정적 요인이었다. 그만큼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지정학적 배경을 넘어 다양한 문화를 아우르는 포용과 균형을 겸비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교황 레오 14세는 선출 직후 첫 강복 메시지에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이라고 전했다. 세계 도처에서 전쟁과 갈등이 지속될 만큼 오늘날 가장 필요한 것은 평화이다. 레오 14세가 세계의 평화를 위해 의미있는 발자취를 남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우리의 대선이 난마처럼 얽힌 정국을 풀고 평화를 정착하는 데 기여하는 지도자를 뽑는 축제가 되었으면 한다.

/박성천 문화부장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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