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내 이주아동 출생 등록·체류권 정책 개선해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 시민사회 보고서 공개…복지 등 정책 소외 지적
건강보험 미가입 체류 이주민 전체 40%…과도한 진료비 부담 등 문제
2025년 05월 06일(화) 20:05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 이하 위원회)가 대한민국 내 이주아동에 대해 출생등록, 체류권 등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전남 지역의 경우 다문화 출생아 비율(전체 출생에서 다문화 출생이 차지하는 비중)이 6.8%로 ‘전국 최고’인 만큼, 이주 배경 아동을 위한 정책 개선과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 대한민국 시민사회 보고서’를 공개하고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이주아동들은 한국 국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동의 보호, 지원, 복지와 관련된 국내법과 정책들의 적용에서 제외되거나 제한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 국적 이주아동·청소년은 21여만명으로 추산되지만, 출생 등록조차 되지 않은 미등록 아동 수는 1만~2만명에 달한다. 정부 통계에서조차 집계되지 않는 이들은 공적 교육, 보건, 복지 시스템으로부터 사실상 배제된 상태라는 것이 위원회 주장이다. 일부 아동은 16세가 되도록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경우도 빈번했으며 출생등록이 되지 않으니 이후 체류자격을 부여받는 데에도 제약이 심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정부가 출생신고 누락 아동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더라도 한국 국적자에만 한해 시행하는 등 외국 국적 아동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이 위원회 설명이다.

위원회는 외국 국적 이주아동·청소년이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 체계에 편입되지 못해 의료기관 이용 시 과도한 진료비를 감당해야 하는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지난 2022년 말 기준 건강보험에 가입해 있지 않은 국내 체류 이주민의 비중은 전체의 40%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 7월부터 이주민의 건강보험 가입이 의무화됐음에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보건복지부의 ‘외국인근로자 등 의료비 지원사업’은 한정된 예산과 까다로운 자격 요건에 건강보험 미가입 이주아동 중 극소수만이 이를 통한 지원을 받고 있을 뿐이라고 위원회는 지적했다.

보육료, 유아학비, 아동수당 등은 국적 요건으로 인해 이주 아동에게는 해당되지 않으며, 일부 지자체에서 제한적으로 지원하는 것마저 지원 기준과 범위가 제각각이라 일관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무교육 역시 현행법상 대한민국 국민에만 적용되면서 이주아동은 학교장 재량에 따라 입학이 제한되거나 추가 서류 제출을 요구받는 일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류권 문제도 심각하다. 한국 정부는 2021년부터 한시적으로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체류자격을 부여하고 있지만, 신청 조건이 까다롭고 범칙금 부담이 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존재하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시민사회에서는 18세 이하 ‘불법체류’ 외국인을 최소 1~2만명으로 추산하는 데 비해 법무부는 2025년 1월 말 기준 3434명이라고 집계하는 등 실질적인 실태 파악조차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출생등록과 체류권 보장을 위한 법제화, 이주아동에 대한 보편적 보육·교육·건강권 적용, 미등록 아동의 실태조사 및 사회보장 접근 확대, 아동의 구금 중단 및 대체 제도 마련 등 한국 정부에 대한 권고사항을 내놨다.

위원회는 “아동의 출생 등록은 국적이나 신분, 체류자격에 관계없이 즉시 이뤄져야 하며, 정부는 모든 외국인 아동에게 출생등록의 권리와 의무를 명시적으로 부여하고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이주아동도 부모의 건강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기본적인 건강권을 보장받아야 하며, 이주아동에 대한 건강보험 가입을 허용하고 내국인 아동과 동일한 보험료 기준을 적용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가운데 이주배경 청소년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전남에선 이주아동 성장 환경에 대한 모니터링 및 정책 개선이 더욱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 2023년 통계청 자료(2022년 기준)에 따르면 전남의 다문화 출생아 수는 538명으로 지역 총 출생아 가운데 다문화 출생아 비율이 6.8%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다문화 가구 수는 1만 5천666세대(전국의 3.9%·8위), 가구원 수는 5만 1천131명(전국의 4.4%·7위)으로 전남 인구의 2.8%에 달한다.

지역 출생아 수 감소로 전체 학령인구는 감소하는 데 비해 전남의 이주배경청소년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남의 전체 학령인구는 2016년 21만3135명에서 지난 2022년 18만2171명으로 감소한 반면 이주배경청소년은 2016년 6977명(3.2%)에서 2022년 1만0347명(5.6%)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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