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만나는 ‘오월’ <1>시향 연주회
선율 위에 새긴 ‘오월’ 다시 부르는 ‘형제들’
5·18 45주년 기념 음악회…30일 광주예술의전당
아르보 패르트 ‘형제들’ 등 시민 희생·공동체 담아
5·18 45주년 기념 음악회…30일 광주예술의전당
아르보 패르트 ‘형제들’ 등 시민 희생·공동체 담아
![]() 광주시립교향악단이 오는 30일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기념한 공연 ‘형제들’을 무대에 올린다. 지난 4월 펼쳐진 ‘2025 교향악축제 프리뷰’의 모습. <광주시립교향악단 제공> |
민주주의와 자유, 그리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거리에 나섰던 1980년 5월의 광주. 서로를 감싸며 어깨를 맞댄 시민들의 숭고한 연대는 45년이 지난 지금도 깊은 울림으로 남아 있다. 그 ‘시민의 형제애’가 클래식 선율 위에 새겨진다.
광주시립교향악단(시향)이 오는 30일 오후 7시 30분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395회 정기연주회 ‘형제들’을 무대에 올린다.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공연의 주제는 ‘형제들’.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의 숭고한 연대와 희생을 상징한다.
시향은 이번 공연에서 음악이라는 언어를 통해 5·18의 정신, 곧 형제애와 저항의 서사를 풀어낸다. 공연은 단 두 곡이지만 강렬한 울림을 지닌 아르보 패르트와 안톤 브루크너의 작품은 80분간 간결하고도 밀도 있게 울려퍼질 예정이다.
무대의 서막을 여는 곡은 에스토니아 출신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의 ‘형제들(Fratres)’. 제목이 암시하듯 이 작품은 인간의 유대, 혹은 공동체의 연결성을 주제로 한다. 패르트는 분열된 세상 속에서의 연대를 미니멀하면서도 경건한 음색으로 그려냈다.
특히 작곡가 특유의 ‘틴티나불리(tintinnabuli)’ 기법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종소리(tintinnabulum)처럼 반복되는 맑고 단순한 음이 관객들에게 명상에 빠져드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정제된 패턴 속에서 고음과 저음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선율은 고요하지만 날카로운 긴장감을 품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듯한 이 사운드는 단순한 음의 반복을 넘어, 내면의 울림이자 영적 연대의 감동으로 다가온다.
시향은 이 곡을 통해 1980년 5월, 서로의 ‘방패’가 되어주었던 광주 시민들의 공동체적 결속과 평화의 메시지를 오늘의 관객과 함께 다시 새기려 한다. 이는 5·18 희생자들을 위한 음악적 진혼이자,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역사의 기억을 다시 불러내는 조용한 울림이다.
이어지는 곡은 브루크너의 교향곡 제9번 D단조. 브루크너 최후의 교향곡이자 미완성 유작이기도 한 이 곡은 인간의 고통과 구원, 삶과 죽음을 장대한 오케스트라 언어로 풀어낸다.
당초 4악장 구조로 구상됐으나, 브루크너는 마지막 악장을 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미완의 형식은 오히려 인간 존재의 유한성과 구원에 대한 갈망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곡은 웅장함과 장엄함 속에 고요한 신비로움이 교차하고 격정과 불안, 충돌과 화해가 정치하게 얽혀 있다. 차분히 시작해 점차 고조되는 선율은 내면의 울분과 갈망을 토해내듯 격정적으로 번져가고, 결국 정적 속에서 음악은 멈춘다.
마치 역사적 상처를 마주하면서도 그 너머의 치유를 모색하는 광주의 오늘과도 닮아 있다. 끝내 완성되지 않은 이 교향곡은 마침표 대신 긴 여운을 남기며, 살아남은 자들이 감당해야 할 ‘기억의 책임’을 조용히 일깨운다.
지휘를 맡은 이병욱 시향 예술감독은 “이번 공연을 통해 5·18이 남긴 숭고한 연대의 정신과 희생의 의미를 음악으로 되새기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사회적 의미와 예술적 깊이가 조화를 이루는 무대로 관객들과 꾸준히 소통해나가겠다”고 전했다.
R석 3만원, S석 2만원, A석 1만원, 광주예술의전당 홈페이지·티켓링크 예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광주시립교향악단(시향)이 오는 30일 오후 7시 30분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395회 정기연주회 ‘형제들’을 무대에 올린다.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공연의 주제는 ‘형제들’.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의 숭고한 연대와 희생을 상징한다.
무대의 서막을 여는 곡은 에스토니아 출신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의 ‘형제들(Fratres)’. 제목이 암시하듯 이 작품은 인간의 유대, 혹은 공동체의 연결성을 주제로 한다. 패르트는 분열된 세상 속에서의 연대를 미니멀하면서도 경건한 음색으로 그려냈다.
정제된 패턴 속에서 고음과 저음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선율은 고요하지만 날카로운 긴장감을 품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듯한 이 사운드는 단순한 음의 반복을 넘어, 내면의 울림이자 영적 연대의 감동으로 다가온다.
시향은 이 곡을 통해 1980년 5월, 서로의 ‘방패’가 되어주었던 광주 시민들의 공동체적 결속과 평화의 메시지를 오늘의 관객과 함께 다시 새기려 한다. 이는 5·18 희생자들을 위한 음악적 진혼이자,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역사의 기억을 다시 불러내는 조용한 울림이다.
이어지는 곡은 브루크너의 교향곡 제9번 D단조. 브루크너 최후의 교향곡이자 미완성 유작이기도 한 이 곡은 인간의 고통과 구원, 삶과 죽음을 장대한 오케스트라 언어로 풀어낸다.
당초 4악장 구조로 구상됐으나, 브루크너는 마지막 악장을 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미완의 형식은 오히려 인간 존재의 유한성과 구원에 대한 갈망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곡은 웅장함과 장엄함 속에 고요한 신비로움이 교차하고 격정과 불안, 충돌과 화해가 정치하게 얽혀 있다. 차분히 시작해 점차 고조되는 선율은 내면의 울분과 갈망을 토해내듯 격정적으로 번져가고, 결국 정적 속에서 음악은 멈춘다.
마치 역사적 상처를 마주하면서도 그 너머의 치유를 모색하는 광주의 오늘과도 닮아 있다. 끝내 완성되지 않은 이 교향곡은 마침표 대신 긴 여운을 남기며, 살아남은 자들이 감당해야 할 ‘기억의 책임’을 조용히 일깨운다.
![]() 이병욱 예술감독 |
R석 3만원, S석 2만원, A석 1만원, 광주예술의전당 홈페이지·티켓링크 예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