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글씨는 호흡이고, 눈으로 듣는 노래’
민중가수인 박종화 서예가 갤러리생각상자서 전시
2일부터 오는 30일까지…시집 ‘치밀한 빈틈’ 발간도
2025년 05월 01일(목) 18:25
‘영원하라 오월 광주여’
노래로, 시로, 붓글씨로 창작의 붓물로 터지는 민중가수 박종화.

그는 20대부터 민중시위 현장의 한복판에서 치열하게 노래를 만들고 부르며 아스팔트 위에 있었다. 그리고 투쟁현장과 싸움터에서 성정이 거칠어진 자신을 돌아보며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붓을 들었다.

더 자유롭기 위해 화선지 위에 먹물을 붓에 묻혀 호흡을 가다듬고 일필하고 나면, 답답했던 체증과 분노가 가라앉았다. 그에게 노래는 호흡이고, 시는 노래였다. 붓글씨는 호흡이고, 눈으로 듣는 노래였다.

갤러리생각상자(관장 주홍)에서 ‘자유 그리고 사유’를 주제로 박종화 서예가의 전시가 열린다.

오월초대전으로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2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되며, 개막식은 2일 오후 7시에 펼쳐진다.

주홍 관장은 “여러 전시회 중 지난 2023년 국회의원 회관 로비에서 한글 소나무 대작전시를 했던 기억이 남는다”며 “그림이 글씨가 된 작품들로 소나무 작품들이 향기를 품어내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박 작가는 그동안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다. 평번한 학생이었던 그는 1982년 전남대 신방과에 입학하면서 드라마틱한 삶을 살게 된다. 전대협 통일결사대 시위사건으로 구속됐으며, ‘박종화 창작곡’ 1,2,3집 발표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그가 붓글씨를 쓰게 된 계기는 감옥에 갇혀 있을 때 불현듯 떠오른 어릴 시절 기억 때문이었다. 그에 따르면 아버지가 쓴 글씨를 자신이 따라서 쓰면 아버지가 10원씩을 주셨다. 그때의 행복한 기억이 붓글씨 작업으로 이어진다. 부당한 세상에서 속이 터질 것 같은 분노가 붓글씨를 쓰면 사라지고 숨이 깊어졌다.

박 작가는 “내 몸을 대신해서 내 목소리를 대신해서 내 눈빛을 대신해서 작품이 소통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작가는, 소통은, 오로지 작품과 관객이 매번 새롭게 만나는 것이라는 의미다. 노래할 때는 무대에서 새롭게 만나고 서예 작품은 작가의 손을 떠나서 작가의 몸이 되어 관객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노래를 만들고 시를 쓰고 서예를 하는 과정은 불현듯 찾아온다. 일상생활을 하다가 어떤 시공간의 사건을 마주할 때, 삶의 전 과정이 내면에서 울렁거릴 때, 그 순간의 영감과 깨달음으로 작품을 만든다.

‘노래할 때 나는 자유’라는 작품은 역동적이며 무한한 자유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글씨에서 응축된 삶에 대한 의지와 사유의 깊이가 배어 나온다.

‘영원하라 광주여’는 지난 12·3 비상계엄과 맞물려 울림을 준다. 광주시민들의 자유에 대한 열망, 어떤 억압과 탄압에도 굴하지 않는 광주정신이 배면에 드리워져 있다.

지금까지 그는 어떤 조건에서도 경찰들에 에워싸인 위험한 현장에서도 민중이 부르면 달려가 노래했다. 그것이 자유라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박 작가는 “젊은 시절은 살기 위해 살았지만 지금은 죽기 위해 산다. 그럴만한 나이가 되지 않았는가!”라며 늙지 않는 정신으로 거짓과 부당함에 저항하고 분노한다. 특히 12·3계엄사태 이후 광장에서 노래하며 자유를 목이 터지게 외치는 청년의 분노가 그에게는 아직도 있다.

전시와 아울러 박 작가의 시집 ‘치밀한 빈틈’(문학들)이 발간돼 전시 의미가 더욱 깊다. 김해화 시인은 “나는 박종화의 분노에 동의한다. 슬픔에 동의한다. 사랑에 동의한다”고 평했다.

한편 주홍 관장은 “오월 특별전시를 통해 세상의 부조리한 바람에 꺾이지 않는 시인이자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가수, 그리고 민중서예가 박종화의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며 “‘자유와 사유’의 세계에서 깊은 숨을 함께 쉬고 내면의 공명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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