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유심 대란에…애꿎은 고령층 한숨 깊어진다
줄서는 오픈런 힘들고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어려워 발 동동
2025년 04월 30일(수) 20:25
가입자 유심(USIM) 정보를 탈취당한 SK텔레콤이 유심 무료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28일 광주시 동구 금남로 SK텔레콤 대리점에서 시민들이 유심 교체를 위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광주일보 자료사진>
SK텔레콤 서버 해킹에 따른 유심(USIM) 정보 유출 사건으로 애꿎은 고령층 디지털 취약 계층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혹시나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복제폰’이 생겨 피해를 입을까 걱정되지만, 고령층 이용자들은 SK텔레콤 측에서 안내하는 ‘유심보호서비스’를 가입하기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을 서 가며 ‘오픈런’을 하기도 힘들고, 그나마 유심칩 물량조차 부족해 칩 무료 교환을 받지 못하고 있는 고령층 이용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우영희(여·64)씨는 SK텔레콤 서버 해킹으로 유심 정보가 유출됐다는 말에 유심보호서비스부터 가입하려고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혼란을 겪었다.

서비스 가입 안내 문자를 받긴 했지만 어떻게 해야 서비스를 가입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고, 혹시나 SK텔레콤을 사칭한 피싱 문자가 아닐까 의심돼 이도저도 못 했다는 것이다.

우씨는 “SK텔레콤으로부터 문자를 받긴 했는데, 내가 해보려고 해도 너무 어려워서 결국 아들에게 휴대전화를 넘겨 주고 서비스 가입을 부탁했다”며 “안 그래도 휴대전화에 대해 잘 모르겠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통장을 털릴까봐 걱정된다. 해외에서 전화가 자주 오고 스팸 문자도 수둑하게 오는 데 나이 든 사람은 어떻게 알고 서비스를 가입하라는 것이냐”고 한숨을 쉬었다.

우씨와 같은 사례는 디지털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확장하고 있다. SK텔레콤 측이 유심보호서비스 지원이나 안내 등을 온라인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어 서비스 가입 방법을 모르거나 대응 방법을 몰라 대리점을 찾아가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더욱이 SK텔레콤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화면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피싱 사이트’까지 등장하고 있어 디지털 취약계층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과학기술정통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지난 27일 ‘유심 무상 교체’, ‘유심 보호 서비스’로 내용을 속여 외부 피싱 사이트 접속을 유도해 개인정보를 입력하도록 하는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심 무상 교체’, ‘유심 보호 서비스’ 등 내용을 담은 게시물을 올리고, 게시물 내 링크를 클릭할 시 도박 사이트로 연결되는 식이다. 정부와 경찰 등은 이처럼 급박한 상황을 이용해 공신력 있는 정부 기관을 사칭해 클릭을 유도하는 피싱, 스미싱(문자메시지 피싱) 공격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 28일에는 부산의 60대 남성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알뜰폰이 개통되고 계좌에서 5000만원이 출금됐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당초 SK텔레콤 해킹 사건과 연관됐을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수사 결과 피싱 문자 속 링크를 눌렀다가 개인정보를 유출당한 ‘스미싱 공격’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양홍렬 광주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매번 시민들의 불안심리가 커질 때마다 디지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무료 유심 교환’ 등 문자를 보내 스미싱 공격을 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며 “잘 모르는 사이트를 통해 유심보호서비스를 가입하려다가 예상치 못한 피싱 피해를 받을 수 있으니 출처가 의심스러운 문자 내 링크 등을 누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www.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wangju.co.kr/article.php?aid=1746012300783432006
프린트 시간 : 2025년 05월 01일 05:4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