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감보다 축산물에 대한 믿음 필요할 때
이광일 농협중앙회 전남본부장
2025년 04월 29일(화) 00:00
전남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지 어느 덧 한 달이 지났다. 방역 당국과 농가의 발 빠른 대응 덕분에 확산은 어느 정도 진정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축산 현장에서는 완전한 종식을 위해 불철주야 방역을 이어가고 있다.

다행히 “구제역 발생이 곧 식탁의 위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회적 인식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가축 전염병과 식품 안전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반복하여 알리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먹어도 된다”는 믿음이 조금씩 자리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구제역이 발생할 때마다 축산물을 먹어도 되는지 막연한 불안감을 가진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인식은 단순한 오해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유통과 소비에까지 영향을 준다. 지난 3월 발생한 구제역으로 영암의 한 축산물 판매장은 소고기 판매량이 구제역 발생 전주 대비 약 15% 줄었다. 한국소비자연맹의 지난 2015년 ‘가축질병에 대한 인식과 축산물 소비행태’ 조사에서도 ‘2014년 구제역 발생 때 소고기와 돼지고기 소비량을 줄였다’에 응답한 비율이 각각 48.3%와 47.4%였다.

그 이유로는 구제역 바이러스로 인한 인체 감염 우려가 육류 소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되었다.

구제역은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우제류)에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는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에서는 구제역을 사람과 짐승이 같이 걸리는 인수공통 감염병으로 분류하지 않고 미국 동식물방역청(APHIS)에서도 “사람에게 구제역이 감염되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구제역 바이러스는 PH 6.0 미만 또는 PH 11.0 이상에서 빠르게 사멸되고 섭씨 56도에서는 30분, 76도에서는 7초에 사멸된다고 한다. 이는 우리가 평소에 고기를 익히는 일반적인 조리 온도에도 구제역 바이러스가 충분히 사멸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축산물은 유통 전·후로 철저한 검사 과정을 거친다. 한우는 도축 전에 수의사의 임상 검사, 도축 후 식육감사를 모두 통과해야 하며 이상이 있는 축산물은 유통되지 않는다. 우유도 마찬가지다. 젖소에서 착유된 생우유는 유가공장에 도착 후 세균 수, 체세포 수 등 품질 검사를 받고 저온 살균(섭씨 70도 이상) 또는 고온 살균(130도 이상) 과정을 통해 병원성 세균을 완전히 없앤 뒤 시중에 유통된다.

이처럼 과학적이고 국제적인 검증을 거친 결과들이 있음에도 막연한 불안감이 계속 된다면 그 피해는 축산 농가를 넘어 육가공업체, 정육판매점, 식당, 유통업 등 우리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그 피해는 우리 모두에게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올 수밖에 없다.

우리 농·축협은 생산단계부터 유통까지 철저한 검역과 위생관리로 믿고 먹을 수 있는 축산물을 생산·유통하겠다. 그러니 소비자는 구제역으로 생긴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맛있는 우리 축산물을 많이 애용해 주셨으면 한다.

끝으로 어려움을 견디고 있는 모든 축산 농가 여러분께 위로를 전하며 구제역이 하루 빨리 종식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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