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말하게 하라 김인환 지음
2025년 04월 25일(금) 00:00
“나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사상을 그 시대의 내부에서 바라보면서 공감을 가지고 분석하려고 하였고 시대마다 철학이 시대 문제의 해결에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기록하려고 하였다.”

문학평론가 김인환(79) 고려대 명예교수는 신간 ‘다 말하게 하라: 유교조선 지성사론’에서 조선 518년(1392~1910년)을 ‘유교조선’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李)씨가 세우고 지배한 조선이 아니라 유교(儒敎) 이념이 세우고 지배한 조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저자는 ‘문학이건 사상이건 과거는 과거 속에서 보아야 한다’는 내재분석론(內在分析論)을 틀로 삼아 조선시대 지성사의 큰 흐름을 통찰한다.

‘지성사론’이라는 부제는 독자에게 얼핏 딱딱하고 난해한 논문 모음집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실제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근대’라는 잣대를 벗어난 저자의 탁월한 시선과 문학·역사·철학을 아우르는 사유, 논리정연하게 풀어내는 문체에 금세 매료되고 만다.

저자는 조선시대를 정초-형성-동요-안정-하강-이행의 6단계로 구분하고 세종과 우암 송시열, 다산 정약용, 연암 박지원, 삼연 김창흡, 수운 최제우, 혜강 최한기와 같이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과 토지제도 등 경제사를 통해 ‘유교조선’의 허상을 꿰뚫는다.

‘유교조선’의 흐름은 현재와도 맞닿아있다. “한글과 동학을 만든 것만으로도 한국의 전근대는 제 할 일을 충실하게 완수했다고 할 수 있다”라고 한 저자의 지론은 내란정국에서 입증됐다. ‘계엄 뿌리도 조선에 있지만, 그 계엄을 해제한 야광봉의 뿌리도 조선에 있다’는 것. 김경원 작가의 현장 기록사진 16점이 함께 실려 있다. 당대의 시각에서 조선 518년을 읽어내는 저자의 통찰은 독자들에게 ‘유교조선’이 남긴 유산과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 <수류산방·3만3000원>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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