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들의 교황’ 프란치스코의 선종- 황성호 광주가톨릭사회복지회 부국장
2025년 04월 25일(금) 00:00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12년의 사목 여정을 마치고 하느님 곁으로 돌아가셨다. ‘가난한 이들의 교황’이라 불리며 겸손과 사랑으로 세상을 섬긴 그의 삶은 깊은 슬픔과 함께 우리에게 영원한 울림을 남겼다. 사회의 약자에 속하는 이들과 함께 했고 특히 이주민과 난민에게 보여준 각별한 관심과 사랑은 국경과 인종, 종교를 넘어 모든 인간이 존엄한 존재임을 일깨워주었다.

교황으로 선출되기 전 남미 아르헨티나의 추기경이면서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교구장이었을 때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시민들과 가까이 있었고 늘 어려움에 처한 이들의 편에 서 계셨다. 그래서일까?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사셨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을 상징하는 금으로 만든 십자가 대신에 철제 십자가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전통적인 교황의 숙소로 알려진 크고 아름다운 사도궁에 들어가는 대신에 일반 사제들의 공공 숙소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 기거하셨다. 권위적인 모습 대신 겸손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하셨고 이러한 모습은 교회 안팎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교황은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들에게 깊은 연대감을 표하며 그들의 고통에 귀 기울였다.

다들 기억할 것이다. 2014년 한국을 방문했던 교황 프란치스코는 세월호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길 원해 46일 동안 단식했던 유민 아빠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그리고 로마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고통 앞에는 중립이 없다”는 아주 유명한 말씀을 하신다. 교황은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놓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래서 교황은 고통과 어려움을 피해 이주한 이주민과 난민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는 모두 형제자매”라며 국경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환대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전 세계에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관심과 인도주의적 지원을 확대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한 환경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공동의 집’인 지구를 보호해야 함을 강조했다.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생태적 회개를 촉구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실천을 강조했다. 교황의 이같은 노력은 전 세계적인 환경 운동에 새로운 동력을 부여하고 인류가 공동의 책임을 인식하도록 이끌었다. 이처럼 교황의 모든 여정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또 어떤 특정 집단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과 그 세상 안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였다.

교황의 겸손과 섬김은 사람들을 향한 지도자의 모습이었고 세계가 이 모습으로 열악한 처지에 있는 이들을 돌보는 문화를 만들어가길 원하셨다. 그래서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주교와 사제들이 권위주의와 성직주의에 빠져 안주하는 삶을 살지 않기를 권고하셨다. 예수님처럼 낮은 자들을 위해서 낮은 자가 되기를 바라셨다. 섬김의 모습으로 교황은 슬퍼하는 이들과 함께 슬퍼해 주셨고 기뻐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해 주셨다.

사회의 구조적인 악으로 열악한 처지에 놓여 벼랑 끝에 서 있는 모든 사회적 약자들이 핍박과 착취와 폭력에서 자유로워지길 바라며 연대하셨다. 결국 이 연대는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잘 살아가기 위한 공동의 목표임을 알려주신 것이다. 우리가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 ‘공동의 집’인 지구를 보호해야 함을 강조하시면서 지속 가능한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책임을 인식하도록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은 안타깝고 큰 슬픔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살았던 삶이 절대적 이타주의의 삶이었고 부활하신 예수께서 겪어야만 했던 수난과 십자가의 삶이기도 했다. 그의 삶과 가르침은 우리 마음속에 깊이 남아 우리를 가르치고 이끌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 하느님은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의 말씀을 기억하며 우리는 슬픔을 딛고 일어나 희망을 품고 살아가야 한다. 그의 삶과 가르침을 본받아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기여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하며 그의 삶이 남긴 영원한 울림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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