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믿맨’의 양상-이보람 예향부 차장
잠시 방심한 틈에 그들의 타깃이 되었나 보다. 빈틈이 보인다 싶으면 눈앞에 등장하는 이들. 일명 ‘도믿맨(도를 믿는 사람)’이다. 지난 저녁 퇴근길, 누군가 가까이 다가오며 인사를 건네려고 한다. “안녕하세요. 어디 가시나(봐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휙 지나쳤다. 세이프다.
겨울 동안 자취를 감췄던 이들이 따스한 햇살과 함께 다시 길거리에 등장했다. 타깃이 되고 싶지 않아 언젠가부터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을 감추고 인상을 쓰며 걷게 된다. 인터넷에 ‘길거리에서 말 거는 사람들의 정체’에 대한 재미난 정보가 등장한다.
“인상이 좋으시네요” 라는 식으로 말을 건네면 대순진리회라는 종교단체, “하나님 아버지는 많이 들어보셨을텐데 어머니 하나님은 안계실까요”라며 접근하면 하나님의 교회라는 종교단체, 젊어 보이는 남녀가 대학생 동아리라며 설문조사 또는 심리테스트를 해준다고 하면 신천지라는 종교단체, 긴치마를 입은 아주머니들이 홍보 전단지를 배포하면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종교단체, 하얀 셔츠 검은 바지에 명찰을 달고 다니며 말을 건네면 몰몬교라는 종교단체 사람들이란다. 이래나 저래나 이단·사이비로 분류되는 포교자들이다.
“도를 아십니까” “도를 믿으십니까”는 꽤 오래된 방식이다. 요즘에는 좀 더 업그레이드 됐다. “고민이 많아 보이세요”, “인상이 좋으시네요”, “학생이세요? 설문참여 한 번만 해주세요” 라거나 길을 묻는 방식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대체적으로 2인 1조로 움직이지만 혼자서 움직이기도 한다. 물론 언제라도 합류할 수 있도록 아주 가까운 거리에 일당(?)이 따라오고 있을 테지만 말이다. 도믿맨에 대처하는 다양한 방법들도 등장하는데 대체적으로 ‘무시하라’는 답이 압도적이다. 반응하지 말고 내 갈길 가라는 얘기다. 조금이라도 대꾸를 할라치면 말꼬리 물고 대화가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경고다.
도믿맨들의 활동은 단지 사이비 종교의 문제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불안하거나, 외롭거나, 무언가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빈틈을 파고드는 방식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경계해야 할 건 거리 위 그들보다 우리 안의 빈틈일지도 모르겠다.
/boram@kwangju.co.kr
겨울 동안 자취를 감췄던 이들이 따스한 햇살과 함께 다시 길거리에 등장했다. 타깃이 되고 싶지 않아 언젠가부터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을 감추고 인상을 쓰며 걷게 된다. 인터넷에 ‘길거리에서 말 거는 사람들의 정체’에 대한 재미난 정보가 등장한다.
도믿맨들의 활동은 단지 사이비 종교의 문제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불안하거나, 외롭거나, 무언가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빈틈을 파고드는 방식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경계해야 할 건 거리 위 그들보다 우리 안의 빈틈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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