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가 추구하는 스페셜티 공정무역의 색은… ‘믿고 마시는 투명성’
‘마시는 공정무역’에 좋은 커피 소비 느낌
농민과 농장주의 착한 공생관계
2025년 04월 22일(화) 14:00
볶아지지 않은 생두 <화이트셔츠커피 제공>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와 치솟는 환율 속에 생두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고급 커피의 대명사인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생산과정에서 윤리적 가치를 담은 공정무역 커피가 주목받으면서 ‘마시는 공정무역’이라는 인식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스페셜티 커피는 대량 생산되는 블렌딩 원두와 달리 소규모 농장에서 공정한 방식으로 재배된다. ‘공정무역 행위가 소비자의 제품 구매의도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들은 일반 커피보다 공정무역 제품을 선호하며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스페셜티 커피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공정무역이 성립하려면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관계가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 주민 90% 고용… 농민의 삶까지 돌보는 에티오피아 ‘게샤빌리지’

에티오피아에 위치한 ‘게샤빌리지’는 국내 스페셜티 카페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 있는 농장이다. 산미가 강한 일반 스페셜티 원두와 달리, 고소하고 가벼운 맛이 특징이며, 농장의 가치관 또한 공정무역 정신과 잘 맞닿아 있다.

게샤빌리지는 지역 주민 90% 이상을 고용하며 인근 학교에 매년 장학금과 후원금을 지원한다. 농민들을 위한 정기 건강검진과 응급 치료, 위생 교육도 함께 이뤄진다.

광주 남구 봉선로에 위치한 카페 ‘커피서클’은 이 게샤빌리지의 원두를 직접 수급해 사용하고 있다. 커피서클을 운영하는 이재영(32) 씨는 “좋은 농장에서 자란 원두는 로스팅을 거쳐 손님에게 전달된다”며 “그래서 농장의 철학과 농민들의 삶을 함께 생각하는 게샤빌리지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게샤빌리지 농장에서 나온 원두로 만든 바닐라빈 라떼
◇“어느 산지에서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든 게 추적 가능하다

광주 서구 내방동의 ‘화이트셔츠커피’는 생두 유통업체 블레스빈과 함께 ‘에이미 프로젝트’ 원두를 사용하고 있다. 에이미 프로젝트는 에티오피아 사다모 지역에서 시작된 소규모 농장 프로젝트로 커피를 재배하는 농민 가족들의 아이들이 멀리까지 이동하지 않고도 교육받을 수 있도록 지역 내 학교를 세운 것이 특징이다. 현재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약 600여 명의 학생이 집 근처에서 교육을 받고 있으며 자격을 갖춘 교사 채용까지 가능할 정도로 자립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화이트셔츠커피를 운영하는 류주혜(33) 씨는 “필터커피는 6000원에서 1만원 정도로 실험적인 가공을 거친 희소한 커피에 비해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라며 “에이미 프로젝트와 거래를 시작하면서 원가 부담이 줄어든 점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스페셜티 커피의 가장 큰 가치는 ‘추적 가능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스페셜티 커피는 어떤 산지에서 어떤 농부가 왜 이 가공 방식을 택했는지까지 모두 알 수 있다”며 “수확부터 가공·선별까지 손이 많이 가지만 그만큼 가치도 높다”고 덧붙였다.

광주 양림동에 위치한 까사델 커피의 로스팅 공방
◇커피 한 잔에 담긴 상생의 마음

생두를 볶는 로스팅 실험실 안. 원두가 팝콘처럼 ‘톡’ 하고 터질 때마다 오재건(37) 씨는 단순한 커피 작업을 넘어서 지역과 함께 숨 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생두 수입 회사 ‘MI커피’에서 일하며 스페셜티 커피를 배워온 그는 현재 광주 광산구의 ‘까사델 커피’ 로스팅실에서 소규모 로스팅을 이어가고 있다. 납품처는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광주에 자리한 소규모 카페들. 커피 맛을 나누는 동시에 지역 자영업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지속 가능한 상생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오씨는 “카페 운영자 분들과 로스팅 포인트나 추출법을 함께 고민하며 원하는 맛이 나올 때까지 같이 실험해보기도 한다”며 대량 납품보다는 지역과 소통하는 방식의 의미를 전했다.

그는 박리다매 방식 대신 소량 생산·납품 방식을 고수한다. 소규모 카페들이 고품질 커피를 부담 없는 가격에 들여올 수 있도록 유통 구조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는 셈이다.

오씨가 다루는 원두는 대부분 스페셜티 커피다. 공정무역을 통해 유통되는 이 생두들은 생산국과 농장, 농장주의 철학까지 투명하게 공개된다. 단순히 맛 좋은 커피가 아니라 어디서 어떻게 생산됐는지를 아는 ‘윤리적 소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커피에 사회적 가치를 더한다.

가열되고 있는 커피 원두의 모습 <화이트셔츠커피 제공>
스페셜티 원두를 즐겨 마신다는 강대영(27) 씨는 “커피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게 되면 생산 과정까지 납득할 수 있는 커피를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비싸더라도 누군가를 착취하지 않은 커피를 마신다는 게 마음 편하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정경선 인턴기자 redvelvet2761@naver.com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www.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wangju.co.kr/article.php?aid=1745298000783011339
프린트 시간 : 2025년 04월 30일 14:3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