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신안 통합, ‘단계적 수순’이 필요하다 - 김병록 목포대 경영행정학과 교수
2025년 04월 20일(일) 21:30
최근 전북, 전남, 광주가 참여한 호남권 메가시티 경제동맹이 본격적인 협력에 나서며 지역 간 광역 연대가 국가 균형발전 전략의 한 축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단순한 선언을 넘어서 AI 인프라 유치, 공동 교통망 구축, 국제행사 공동 유치 등 실질적 협력이 단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때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던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은 아쉽게도 중도 무산되고 말았다. 빠른 시일 내 특별지자체를 구성해 행정 통합으로 나아가려 했지만 지역 간 이해관계 충돌, 주민 수용성 부족, 제도적 기반 미비 등의 이유로 추진력을 잃었다. 이는 ‘속도감’만으로는 통합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목포시와 신안군의 통합 논의 또한 다시금 전략적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간 목포신안통합추진위원회는 양 시군 단체장의 강한 의지와 지역사회의 관심 속에 2026년 통합시 출범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민간교류, 공동 행사, 전문가 포럼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다. 그 노력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양 시군 단체장의 직위 상실이라는 변수는 통합 추진의 전제 조건 자체를 흔들고 있다. 특히 향후 선출될 차기 단체장, 특히 신안군 측의 향배에 따라 통합 논의가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의 ‘임기 내 통합’ 전략을 계속 고수하는 것이 현실적일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목포신안통합추진위원회는 현재의 정치적, 행정적 공백 상황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통합 전략의 방향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급격한 통합 추진보다는 실질적인 협력과 신뢰 축적을 바탕으로 한 단계적 접근 방식이 더욱 설득력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가장 먼저 직무대행 체제 하에서도 충분히 실행 가능한 양 시군의 상생협력 과제부터 착실히 이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관광자원 공동 개발, 농수산물 유통 공동 플랫폼 구축, 청년 일자리 연계 사업, 교통망 통합 계획 등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행정협력 사업을 통해 통합의 필요성과 성과를 눈에 띄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협력은 통합 논의에 대한 주민의 신뢰와 수용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향후 경제협력→제도적 경제동맹→행정통합으로 이어지는 점진적 통합 로드맵의 기초가 될 것이다.

통합은 단지 단체장 간의 합의로 완성되는 일이 아니다. 주민과 지역사회의 공감, 그리고 지속 가능한 제도적 기반 위에 서야 한다.

아울러 부울경 메가시티의 실패가 보여주었듯이 속도와 선언 중심의 통합은 되레 통합 자체에 대한 피로감과 회의감을 불러올 수 있다. 지금은 일시적인 동력보다 긴 호흡으로 준비된 통합 전략을 설계할 시점이다.

목포와 신안은 하나의 생활권이자 경제·문화적으로도 긴밀히 연결된 지역이다. 장기적으로 통합은 분명히 필요한 과제다. 그러나 그 방식은 과거의 반복이 아니라 현실에 맞춘 단계별 실천을 통해 새롭게 구성되어야 한다.

이제 목포신안통합추진위원회가 그동안의 노력을 바탕으로 ‘통합의 방식’을 재정립하길 제안한다. 성급한 일정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신뢰와 성과이며 이는 단계적 실천에서 비롯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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