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 예술들
‘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전
17일부터 ACC…아야 모모세 등
2025년 04월 16일(수) 19:45
ACC에서 오는 6월 29일까지 ‘우리의 몸에는…’전이 열린다. ‘코 없는 코끼리 no.2’와 함께 설치된 엄정순 작가의 드로잉 작품.
“코가 없으면 코끼리가 아닐까요?”

전시를 소개하는 박예원 학예사의 질문이다. 코가 없어도 코끼리일 것이다. 한쪽 팔이 없다고 인간이 아니라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전당장 직무대리 김상욱, ACC)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전시(17일부터 6월 29일까지)를 펼친다.

16일 전시를 앞두고 열린 간담회에서는 ‘배리어 프리’(무장애)로 구축한 다채로운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라는 주제는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 참여작가인 김원영 작가의 책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전시에는 모두 5인(팀)이 참여했다. 엄정순, 해미 클레멘세비츠, 아야 모모세 등이다.

엄정순 작가의 설치 작품 ‘코 없는 코끼리’는 ‘이방인’의 이미지, 의미를 환기한다. ‘코가 없는 코끼리’는 마치 눈이 없는 시각장애인,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과 같은 느낌을 준다.

박 예원 학예사는 “작가는 언젠가 태국 치앙마이에서 봤던 코끼리를 모티브로 이번 작품을 제작했다”며 “서커스 등에 동원돼 학대를 당한 코끼리는 우리에게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대해 묻는다”고 전했다.

해미 클레멘세비츠의 ‘궤도’는 원형의 스피커 4개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지름 약 45cm인 스피커에서는 ‘ㅏ’, ‘ㅗ’, ‘ㅓ’, ‘ㅜ’ 모음 소리가 흘러나오는데 각각 소리가 다르다. 각기 다른 음정과 소리가 허공을 떠돌며 관객들에게 던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다소 철학적이고 난해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비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김원열을 비롯해 손나예, 여혜진, 이지양, 하은빈 작가의 ‘안녕히 엉키기’는 지난 2월 워크숍을 전시로 확장한 작품이다. 저마다 다른 상태의 장애인, 비장애인 참여자가 함께 움직이며 글도 쓰고 대화를 나눈 것을 토대로 구현했다.

김상욱 직무대리는 “이번 전시 ‘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는 우리들의 일상에 깃든 경계와 구분을 허물고 예술로 하나가 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며 “다양한 작품을 매개로 장애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대화’를 시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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