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근재 작가 초대전
기차 형상 ‘장성 우리동네미술관’서 30일까지
전남체전 장성 개최 맞물려 전시…수채화·드로잉 등 45점
“살아가는 이야기 ‘나의 노래’…그림에 담고 싶었죠”
2025년 04월 15일(화) 20:10
임근재 작가가 오는 30일까지 장성 ‘우리동네미술관’에서 전시를 연다.
두 량의 기차를 붙여 2층으로 만든 ‘우리동네 미술관’
‘나의 노래’
‘나의 노래’


예술가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과 예술을 비유한다. 어떤 이는 ‘소풍’으로, 어떤 이는 ‘여행’으로 상정한다. 또 어떤 예술가는 낭만적이면서도 추상적인 ‘사랑’이라는 말로 우리들 삶을 예찬하기도 한다. 비유가 어떠하든 그것에는 작가들 나름의 철학과 삶에 대한 자세가 투영돼 있기 마련이다.

예술을 노래로 비유하는 작가가 있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노래한다는 의미일 게다. 장성 출신 임근재 작가. 임 작가는 수년 전 고향으로 낙향해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그림으로 자신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노래한다. 그러므로 그에게 있어 노래는 그림인 셈이다.

장성역 바로 옆에 기차 형상의 이색적인 미술관이 있다. 일명 ‘우리동네 미술관’. 두 량의 기차를 붙여 2층으로 만든 기차는 도심의 어느 미술관과는 다른 아우라를 발한다. ‘옐로우 시티’ 장성의 랜드 마크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눈길을 잡아끈다. 금방이라도 기적소리를 날리며 기차가 플랫폼을 떠나 어딘가로 출발할 것 같은 분위기가 감돈다.

하나의 예술작품과도 같은 우리동네 미술관에서 임 작가의 전시(30일까지)가 열리고 있다. ‘나의 노래’를 주제로 펼쳐지고 있는 초대전은 오는 18일부터 전남체전이 장성에서 개최되는 것과 맞물려 기획됐다.

임 작가는 “지난 1월 장성미협에서 연락이 와, 이번 전시를 하게 됐다”며 “그동안 작업했던 작품, 최근 수채화와 드로잉까지 더해 모두 45점을 고향에서 선보이고 있다”고 했다.

미술관 안으로 들어서면 모던하면서도 아트적인 실내 공간과 마주한다. 양쪽 벽면 사이로 기다란 통로가 나 있는데 열차의 실내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작품들은 한쪽 벽면에 걸려 있고 반대쪽은 유리창이 달려 있어 일직선으로 이동하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천정이 다소 낮아 100호 크기의 그림은 걸 수 없다는 게 아쉬운 부분이다.

기차(전시장) 안을 가득 메운 것은 임 작가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장미와 나팔꽃, 숲 등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열차 안에 핀 꽃들은 저마다 그림을 넘어 잔잔한 ‘노래’로 치환된다.

“몇 해 전 누군가 ‘그림을 그리는 대상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이렇게 답을 했죠. 서민적이고 서정적인 것들은 모두 나의 노래가 될 수 있다고요.”

임 작가의 성정을 알고 있는 터라 “그림으로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노래한다”는 말은 간단치 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는 천품이 소박하고 서민적인 화가다. 장성의 어느 산골짜기에서 보낸 유년의 시간은 오늘의 그와 그림의 토대가 되었을 것이다.

“저의 고향은 자동차를 구경하려면 걸어서 한 시간은 족히 가야 볼 수 있는 그런 시골입니다. 깡촌이나 다름없는 그곳에서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치고 형과 함께 광주로 유학을 갔어요. 친구 하나 없는 도시에서 생활하려니 시골 집이 그립고 옛동네가 자주 눈에 떠올라 울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후 그는 조대부고 미술반을 거쳐 조대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한다. 창작활동을 하는 틈틈이 시골집을 오가며 ‘서정적인 감수성’을 충전하곤 했다. 그러다 고향으로 낙향해 화실로 출퇴근을 하다, 주변의 자연 풍경을 화폭에 옮기기 시작했다. “광주 작업실로 가기 위해 장성 집을 나설 때면 아름답고 화사한 나팔꽃이 강렬하게 눈에 들어왔다”는 말에서 시류와는 무관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천상 예술가의 면모가 읽혀졌다.

임 작가는 “요즘은 나팔꽃이나 소나무, 동백꽃을 나만의 구도 설정을 통해 구현한다”며 “특히 동양화에서 활용하는 화면의 여백 미(美)를 살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작업 배경은 큰면으로 처리하고 대상은 함축적으로 표현한다”며 “벌이나 무당벌레 같은 곤충들을 가미해 작품 전체에 역동성을 불어넣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그림은 시골 담장 너머로 늘어진 붉은 장미, 풀숲에 함초롬히 피어난 나팔꽃의 이미지를 환기한다. 회화적 변용보다 본래 모습을 충실히 재현한 자연은 냉철하면서도 다정다감한 길항의 감성을 선사한다.

그는 3년 전 시골 탯자리 부근으로 완전히 자리를 옮겼다. 집에서 2분 거리에 작업실이 있어 “너무 편하고 무엇보다 이사 걱정과 임대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 더없이 좋다”는 것이다. 이전에 작업실을 10번 넘게 이사한 적이 있다는 말에서 저간의 고충이 짐작됐다.

박은지 미술평론가는 언젠가 임 작가 작품에 대해 “결과적으로 40대 50대 60대 작가가 다양한 소재 속에서 걸어온 미학적 사고의 틀 속을 들여다보면 면면히 흐르는 대자연의 범주 안에서 숲과 새와 꽃과 소통하고 고뇌하고 확장하고 탐색해 가고 있었던 것”이라며 “전통은 다져지고 그를 통해 상생 발전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임 작가는 다수의 개인전, 대한민국미술대전 수상작가 초대전, 400여회 기획전 등에 참여했으며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 전남도전 심사, 광주시전 운영 및 심사를 맡은 바 있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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