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대행은 두 달짜리 대통령이 아니다 -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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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4일에 있었던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 인용 결정으로 무려 넉 달을 넘게 끌어온 이번 탄핵정국이 마침내 어렵사리 종결된다 싶었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며칠 전에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생뚱맞게도 4월 18일로 임기가 끝나는 두 분 재판관의 후임을 기습적으로 지명하면서 내란국면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권한대행은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며 몽니를 부리다가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를 당한 이가 바로 한 총리 자신이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는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며 입장을 180도 바꾼다. 그러자 국민의힘 쪽에서는 대통령직의 사고(事故)와 궐위(闕位)가 다르다며 파면과 함께 이제는 대통령직이 궐위가 되었으니 권한대행이 대통령과 다를 바가 없다며 편을 든다. 과연 그럴까. 마치 ‘호랑이가 없는 곳에서 여우가 왕 노릇’하는 꼴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미국의 대통령제에는 부통령이라는 자리가 따로 있다. 대통령직에 궐위가 발생하면 부통령이 곧바로 대통령직을 승계하도록 정해져있다. 선거에서 부통령이 대통령과 함께 동반 당선되었기에 이른바 ‘민주적 정당성’의 관점에서도 문제가 없다. 즉 그간 미국의 헌정에서 여러 번 있었듯이 부통령의 대통령직 승계 가능성을 미리 전제하고서 유권자들이 투표에 임하기 때문이다.
미국과는 달리 우리 헌법은 대통령직이 궐위된 경우에는 60일 이내에 대통령선거를 실시하여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게끔 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기간 동안에 권한대행은 어떤 일을 해야 마땅하겠는가. 권력의 공백기인 중차대한 시기에 차기 대통령선거를 차질 없이 치르는 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업이다. 늦어도 두 달 후면 새로이 선출될 대통령의 권한 행사와 관련해서는 불가역적인, 즉 되돌릴 수 없는 국정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이번처럼 대통령 몫인 임기 6년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이 대표적으로 그러하다. 따라서 현상유지적이고 소극적인 권한 행사가 마땅하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이나 부통령이 아닌 자가 대통령직을 참칭하는 셈이 된다. ‘참칭(僭稱)’은 다소 생경한 말인데 국어사전에는 “분수에 맞지 않게 스스로 황제나 왕이라고 일컬음”으로 뜻풀이하고 있다. 이에 덧붙여서 헌법학계 일각에서는 대선 관리가 맡겨진 가장 중요한 과업인 까닭에 권한대행을 맡은 총리의 차기 대선 출마 또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힌덴부르크 대통령이 87세를 일기로 1934년에 사망했다. 바로 그 전 해에 힌덴부르크가 수상으로 임명한 히틀러는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지 않은 채로 혼자서 수상직과 대통령직을 겸했고 이후에 실시된 국민투표를 통해서 ‘지도자이자 수상’, 즉 총통이라는 새로운 직함을 가졌다. 대통령직뿐만 아니라 심지어 독일민족의 구세주라면서 기독교의 구세주(救世主)를 참칭했다. 주지하듯이 이에 뒤따르는 비극은 비단 그 혼자만의 몫이 아니었다.
의원내각제 정부에서는 총리에 대한 의회 다수의 불신임과 함께 내각 전체가 총사퇴한다.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와 함께 국무총리 등 각부 장관들도 사실상 함께 면직된 셈이다. 파면 당하기까지에 이르는 대통령의 중대한 헌법 및 법 위반 행위와 관련하여 그동안 보좌를 그르친 국무총리와 각부 장관들의 책임 또한 결코 가볍지가 않다. 법적인 책임은 물론이고 정치적 책임 또한 함께 져야 마땅하다.
하물며 이러할진대 권한대행인 국무총리가 스스로 두 달짜리 대통령으로 행세하면서 월권행위를 서슴지 않는 행태는 대통령제의 본질과 정치적 책임의 원리에 부합하는 바가 결코 아니다. 따라서 한덕수 총리는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당장 철회해야한다.
미국과는 달리 우리 헌법은 대통령직이 궐위된 경우에는 60일 이내에 대통령선거를 실시하여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게끔 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기간 동안에 권한대행은 어떤 일을 해야 마땅하겠는가. 권력의 공백기인 중차대한 시기에 차기 대통령선거를 차질 없이 치르는 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업이다. 늦어도 두 달 후면 새로이 선출될 대통령의 권한 행사와 관련해서는 불가역적인, 즉 되돌릴 수 없는 국정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이번처럼 대통령 몫인 임기 6년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이 대표적으로 그러하다. 따라서 현상유지적이고 소극적인 권한 행사가 마땅하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이나 부통령이 아닌 자가 대통령직을 참칭하는 셈이 된다. ‘참칭(僭稱)’은 다소 생경한 말인데 국어사전에는 “분수에 맞지 않게 스스로 황제나 왕이라고 일컬음”으로 뜻풀이하고 있다. 이에 덧붙여서 헌법학계 일각에서는 대선 관리가 맡겨진 가장 중요한 과업인 까닭에 권한대행을 맡은 총리의 차기 대선 출마 또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힌덴부르크 대통령이 87세를 일기로 1934년에 사망했다. 바로 그 전 해에 힌덴부르크가 수상으로 임명한 히틀러는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지 않은 채로 혼자서 수상직과 대통령직을 겸했고 이후에 실시된 국민투표를 통해서 ‘지도자이자 수상’, 즉 총통이라는 새로운 직함을 가졌다. 대통령직뿐만 아니라 심지어 독일민족의 구세주라면서 기독교의 구세주(救世主)를 참칭했다. 주지하듯이 이에 뒤따르는 비극은 비단 그 혼자만의 몫이 아니었다.
의원내각제 정부에서는 총리에 대한 의회 다수의 불신임과 함께 내각 전체가 총사퇴한다.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와 함께 국무총리 등 각부 장관들도 사실상 함께 면직된 셈이다. 파면 당하기까지에 이르는 대통령의 중대한 헌법 및 법 위반 행위와 관련하여 그동안 보좌를 그르친 국무총리와 각부 장관들의 책임 또한 결코 가볍지가 않다. 법적인 책임은 물론이고 정치적 책임 또한 함께 져야 마땅하다.
하물며 이러할진대 권한대행인 국무총리가 스스로 두 달짜리 대통령으로 행세하면서 월권행위를 서슴지 않는 행태는 대통령제의 본질과 정치적 책임의 원리에 부합하는 바가 결코 아니다. 따라서 한덕수 총리는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당장 철회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