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국악인들 예술혼 기리며 ‘하늘과 땅을 잇다’
‘제113회 한국의 명인명무전’ 24일 남구 빛고을시민문화관
임방울 등 ‘남도 국악인’ 150인 추모…국악인 오정해 해설
2025년 04월 14일(월) 20:00
‘제113회 한국의 명인명무전’이 오는 24일 광주시 남구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펼쳐진다. 판소리 심청가를 공연하는 김선이 명창(왼쪽)과 살풀이춤을 선보이는 김지원 단국대 교수.
떠나간 호남 전통예술인 150명의 넋을 기리는 신명나는 살풀이춤이 광주에서 펼쳐진다.

‘제113회 한국의 명인명무전’이 오는 24일 오후 7시30분 광주시 남구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열린다. 전통예술의 원형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온 국악계 원로들의 예술혼을 기리는 의미 있는 자리다.

동국예술기획(대표 박동국)의 주최로 마련된 이번 공연은 조선시대의 마지막 무동(舞童)으로 불린 명무 고(故) 김천흥, 판소리의 거장 고(故) 박동진, 호남검무의 계승자 고(故) 한진옥 등을 비롯해 명창 임방울, 김창조, 이매방 등 남도 출신 국악인 150인을 추모하고 그 뜻을 되새긴다.

주제는 ‘하늘과 땅을 잇다’. 흰 수건이 휘날리는 살풀이춤이 눈을 감은 명인·명무의 혼과 그 뜻을 이어가는 후대의 예술혼을 연결하는 매개가 된다는 의미다. 국악인이자 영화배우인 오정해의 해설이 곁들어진다.

관객들은 전통 장단 위에 펼쳐지는 한서린 소리와 몸짓, 그 속에 담긴 서정과 깊이를 생생히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대는 국가무형유산 판소리고법 보유자 김청만 명인의 ‘남도시나위 합주’로 시작된다. 시나위는 무속에 뿌리를 둔 음악으로, 여러 악기가 주고받으며 어우러지는 전통 합주다. 특히 남도시나위는 보다 질펀하고 서정적인 색채가 살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금 원완철, 아쟁 서정호 연주자 등이 함께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전통 무대가 이어진다. 정현숙 한국국악협회 이사의 ‘향발무’, 박야림 대전살풀이춤 이수자의 ‘초립동’, 국가무형유산 태평무 이수자 한민정의 ‘강선영류 태평’무, 허순선 광주대 명예교수의 ‘수건입춤’ 등이 차례로 펼쳐진다.

광주시 무형유산 ‘동초제 흥보가’ 보유자인 김선이 명창은 박시양 고수의 장단에 맞춰 ‘심청가’의 한 대목을 선보이며 판소리의 진면목을 들려준다. 공연 해설을 맡은 오정해 씨는 깊은 울림을 담은 ‘상주아리랑’과 ‘홀로아리랑’을 관객과 함께 나누며 무대의 감동을 더할 예정이다. 이어 김지원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는 고요하면서도 절절한 살풀이춤으로 선인들의 넋을 기리는 무대를 펼친다.

공연의 마지막은 채수정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남도민요 ‘육자배기’가 장식한다. 애절한 선율과 심금을 울리는 가사가 조화를 이루는 이 곡은 전라도 음악 특유의 서정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사랑과 이별, 그리움의 감정을 관객에게 전할 것이다.

한편 ‘한국의 명인명무전’은 전통예술의 원형을 지키고 계승하기 위해 1990년 첫 무대를 시작으로 36년째 이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전통예술 브랜드 공연이다. 남도 출신 국악인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국악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예술인들을 총망라하며, 광주·서울 등 국내 도시뿐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70여 곳에서 공연을 펼쳤다. 지금까지 3500여 명의 전통예술인이 참여한 이 공연은 전통예술의 정수를 전하는 무대로 자리매김해왔다.

공연을 기획한 박동국 대표는 “고향 함평에서 여성국극을 접한 것을 계기로 전통예술에 매료된 이후, 이 무대를 30년 넘게 지켜오고 있다”며 “국가무형유산 보유자뿐 아니라, 지역에서 묵묵히 전통예술을 지켜온 예술인들까지 함께 추모하고 기억하고자 이 공연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무대에 설 기회가 줄어드는 지역 예술인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국악을 배우는 후배들에게는 명인의 깊은 예술세계를 직접 만나는 귀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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