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작가 목판화 초대전 ‘백골난감’(白骨難堪)
제주4·3 77주년 기념 오월미술관서 5월 31일까지
2025년 04월 13일(일) 18:10
‘우리는 죄없는 사람’
제목부터 강렬해 눈길을 끈다. 아니 소름이 끼친다.

‘백골난감’(白骨難堪). ‘백골난망’은 들어봤는데 ‘백골난감’은 무슨 뜻일까.

백골난망(白骨難忘)은 ‘죽어 뼈만 남아도 잊을 수 없다’는 의미다. 즉 누군가로부터 큰 은혜를 입었을 때 고마움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와 달리 ‘백골난감’(白骨難堪)은 문자적으로 해석하면 ‘죽어 뼈만 남은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제주 4·3, 77주년을 기념해 오월미술관(관장 범현이) 열리고 있는 박경훈 작가의 목판화 초대전 ‘백골난감’(白骨難堪). 지난 7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제주와 서울, 광주에서 오는 5월 3일까지 동시 진행 중이다. ‘이름 잃은 항쟁에 바치는 때늦은 弔辭’라는 부제는 이번 전시의 의미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광주와 제주를 오버랩해서 사유할 수 있게 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뼈만 있는 앙상한 인물들을 형상화한 모습과 마주한다. 다소 무섭다는 생각도 잠시, ‘왜 작가는 뼈만 남은 사람들을 전면에 내세웠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의 언어는 모두 뼈와 총으로 구현됐다. 죽은 자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표현된 데서 보듯, 작가는 죽음을 직시하고 나아가 오늘의 삶을 이야기한다. 김준기 평론가의 말대 “4·3학살에 대한 애도와 제의라는 원초적 서사를 강하게 밑바닥에 깔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4·3 당시 수괴급 재심청구서’를 들고 있는 작품은 죽어서도 엇갈리는 운명에 처한 인물들 이야기를 대변한다. 재심 공판에서 무죄를 받는 이들과 달리 그렇지 못한 이들을 형상화했다.

작가는 ‘작가의 글’에서 “제주 4·3항쟁은 미군정과 그 주구들의 폭정에 굴하지 않고 깃발과 총을 들어 온몸으로 불의에 저항했음을 보여준 제주 민중의 인간성이 승리한 역사적 사건이었다”며 “무엇보다 4·3의 정신은 물의에 맞선 저항의 정신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범현이 관장은 “살아있는 자들이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진실은 스스로 드러나는 것임을 알게 한다”며 “가장 참혹할 때 더 이상 물러설 때가 없을 때 죽음만이 최선일 때 진실은 더 크게 기억에 저장된다”고 말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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