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바로 알기 - 뇌졸중]갑자기 발음 어눌하고, 한쪽 시야 흐릴 땐 ‘뇌졸중’ 의심
김준태 전남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등
위험인자 정기적인 관리 필요
대한뇌졸중학회 ‘갑자기5’ 캠페인
건강한 식생활·운동 등 예방이 최선
2025년 04월 06일(일) 18:45
뇌졸중은 환자에게는 신체적 장애를 초래하고, 가족들에게는 심리적·경제적 부담을 안기는 심각한 질환이다. 전세계 인구 6명 중 1명은 자신의 일생 중에 뇌졸중을 경험하며, 2초에 1명씩 뇌졸중이 발생하고, 6초에 1명씩 뇌졸중 때문에 사망한다고 한다. 우리 나라 사망원인을 분석한 2023년 통계청 사망통계에 따르면 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인구 10만 명당 47.3명으로 암, 심장질환, 폐렴에 이어 사망원인 4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고령에서 장애의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갑자기 막혀서 생기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뇌출혈로 구분된다. 과거 우리나라는 뇌출혈이 많았으나, 식생활이 점점 서구화되고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등 뇌졸중의 위험질환들이 증가하면서, 최근에는 뇌경색이 뇌출혈에 비해 월등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

뇌졸중의 위험요인 중 교정이 가능한 주요한 원인은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흡연, 심방세동, 비만 등이 있는데, 이들을 잘 조절하면 뇌졸중 발생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뇌졸중과 고혈압과의 연관성은 오래 전부터 잘 알려져 있다. 미국의 연구 자료 ‘Framingham Heart Study’에 의하면 고혈압이 있는 사람의 뇌졸중 발생위험이 정상인에 비해 남자는 3.1배, 여자는 2.9배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의 차이가 증가할수록 뇌졸중의 위험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성 고혈압은 뇌혈관 내피세포에 손상을 입히고, 혈전의 형성 및 동맥경화를 일으켜 혈관 협착을 유발한다. 또 고혈압은 뇌혈관의 확장 및 자동조절 기능을 방해하는데, 쉽게 말하자면 뇌허혈에 대항하여 스스로 뇌를 보호하는 기전을 방해하는 것이다. 수축기 혈압이 20mmHg, 이완기 혈압이 10mmHg 증가할 때 마다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은 2배 증가한다.

당뇨병 또한 고혈압과 마찬가지로 뇌졸중 발병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혈당이 높을수록 뇌졸중의 발병위험이 증가하며, 뇌졸중 환자들 중 재발 되는 경우의 약 10%가 당뇨병으로 기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55세 이하의 젊은 연령에서는 당뇨병이 있는 경우, 뇌경색의 위험이 10배나 증가하고, 사망률도 올라간다. 당뇨병은 동맥경화를 악화시켜, 뇌혈관뿐만 아니라 심장, 팔, 다리의 혈관들에서도 협착을 일으킨다.

이상지질혈증이란, 혈액내에 콜레스테롤이 너무 많은 경우이다. 혈중 콜레스테롤은 혈류가 정체되는 부위에서(혈관이 분지되는 곳) 혈관벽 내부에 쌓이게 되는데, 이렇게 쌓인 콜레스테롤은 서서히 혈관을 좁게 만들거나 혈관내로 터져 혈전 및 색전증을 일으킬 수 있다. 혈전·색전증이 생겨 뇌혈관을 막게 되면, 뇌조직이 곧바로 손상받게 되어 허혈성 뇌졸중이 발생하게 된다.

심방세동은 심장 박동이 불규칙적이고 비정상적으로 움직여 심장의 펌프 작용이 불규칙해지는 이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로 인해 심방내에 혈전이 잘 형성되고, 이것이 뇌혈관을 막아 뇌경색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심방세동이 있을 경우 위험도를 평가하여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한다.

흡연과 음주, 그리고 비만은 뇌혈관 질환, 특히 뇌졸중의 중요한 원인으로 간주된다. 담배는 뇌로 가는 혈액양을 감소시킬 수 있고, 특히 니코틴이 혈관을 수축하고, 손상시키면서 점차 혈관이 막히게 된다. 음주나 비만 역시 동맥경화 및 위험인자의 유발을 통해 뇌졸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혈관이 갑자기 폐색되면 뇌세포가 수 분 내에 죽기 시작하기 때문에, 허혈성 뇌졸중의 증상은 매우 갑작스럽게 나타나게 된다. 뇌졸중에 의해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증상으로는 갑작스런 반신 마비나, 반신 감각마비가 있으며, 언어 장애 (발음장애 혹은 실어증), 안면마비, 시야장애, 운동실조 (사지 및 신체의 움직임을 원활히 조절할 수 없는 상황), 갑작스러운 심한 두통 및 어지럼증, 의식장애 등이 있다. 또한 손상된 뇌 부위에 따라 갑작스러운 기억력 저하나 치매가 발생하기도 한다.

대한뇌졸중학회에서는 다양한 뇌졸중의 증상 중 특히 잘 나타나는 5가지의 증상을 뇌졸중 5대 증상으로 선정하여 일반인들이 뇌졸중을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뇌졸중 갑자기 5’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뇌졸중의 5대 증상은 편측마비, 언어장애, 시각장애, 어지럼증, 심한 두통이다. 운동마비는 편측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발음이 갑자기 어눌해진다거나 언어적 표현이나 이해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경우, 갑작스럽게 한쪽 시야가 잘 보이지 않거나 물체가 둘로 보이는 경우는 반드시 뇌졸중을 의심해야 한다.

어지럼증은 귀의 전정기관 기능장애로 발생하는 경우도 많지만, 급성 뇌졸중에 의해 어지럼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으므로 갑자기 심한 어지럼증과 함께 균형을 잡지 못하고 넘어지는 보행 장애가 동반된 환자에서는 반드시 뇌졸중을 의심해야 한다. 갑자기 발생한 심한 두통은 뇌출혈에 의해 나타나는 증상인 경우가 흔하다.

일반적으로 한 번 죽은 뇌세포는 되살리기 어려우므로, 뇌졸중은 다른 질환에 비해 예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뇌졸중의 증상은 갑자기 발생하지만 그 원인을 들여다보면 결코 갑자기 생기는 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뇌혈관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원인들을 빨리 발견하고 조절하여 뇌졸중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건강한 식생활과 적절한 운동, 그리고,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심장질환과 같은 원인이 되는 위험 인자들의 정기적인 관리를 통해 예방이 가능한 병이다. 하지만, 철저한 위험 인자 관리에도 불구하고, 뇌졸중이 발생 했다면, 조기 진단 및 치료를 위해 지체 없이 근처 뇌졸중센터를 찾아 응급조치를 받고, 뇌졸중 집중치료팀 등 전문 의료진에게 환자의 증상에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뇌경색은 발병 후 수시간 내 (4.5시간)에 병원에 도착해 혈전용해치료를 받을 경우 뇌졸중으로 인한 후유증을 크게 줄이고 환자의 회복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에 의심 증상이 발생했을 경우 빠른 환자 후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록 혈전용해제 사용이나 혈전제거술이 모든 뇌경색 환자를 회복시키는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뇌세포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입증되지 않는 치료를 받는데 허비하거나, 당황하여 스스로 포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서승원 기자 swseo@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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