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유발·개발 제한…전남 지역 군부대 이전해 달라”
담양군 주민들, 창평 예비군 사격장 이전 촉구…군, 용역 추진 중
여수 향일암 군부대 이전 범국민 추진위 발족…31사단 ‘요지부동’
나주 금성산 공군부대 신무기 체계 구축에 “영구 군사기지화 안돼”
2025년 03월 31일(월) 20:30
/클립아트코리아
지역 소멸의 위기를 겪고 있는 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소음 피해와 개발 걸림돌 등을 내세운 군 부대 이전 목소리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폐쇄적인 군 특성에다,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군 부대의 지리적 특수성 등에도 지역 사회와의 미흡한 소통이 갈등을 키우는 원인으로 꼽힌다는 점에서 국방부의 적극적 중재도 요구되고 있다.

31일 담양군에 따르면 군은 지난해 8월부터 ‘창평 예비군 훈련장 이전 사업 기본계획 타당성 용역’을 추진 중이다.

군부대 이전 부지를 물색하고 이전 이후 공동주택단지 등을 신설하기에 타당한지 여부를 조사하는 용역으로, 국방부 승인을 거쳐 오는 2026년 1월까지 마칠 계획이다.

담양군 창평면 주민들은 지난 1981년 군부대와 예비군사격장이 들어선 이후 40년 넘도록 소음공해와 재산상 피해를 입어 왔다며 군부대 이전을 요구해 왔다. 슬로시티로 지정된 뒤 지역 개발을 통한 관광객 유치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이전 목소리를 키우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020년에는 이 군부대에서 사격 훈련을 하다 유탄(빗나간 탄) 총탄이 1.4㎞ 떨어진 무정면 오룡리의 골프장에서 근무하던 20대 여직원의 머리에 박히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담양군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던 부대 이전 논의가 유탄 사고 이후 급속도로 추진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용역이 마무리되더라도 국방부의 입장에 따라 실제 이전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여수시에서는 돌산읍 율림리 향일암 거북머리에 주둔하고 있는 31사단 예하 해안경계부대에 대한 이전 목소리가 크다.

이곳은 지난 1998년 12월 17일 오후 11시께 북한 반잠수정이 침투한 것을 계기로 군 경계가 강화된 지역이다.

지역민들은 이곳 향일암이 손꼽히는 해돋이 명소이자 1300여년 전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라는 역사를 품고 있는 공간임에도 군부대가 배치돼 있어 아름다움과 역사문화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이 지난 2022년 향일암 일대를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전남도의회 이광일(민주·여수1) 부의장은 ‘여수 향일암 군부대 이전 촉구 건의안’을 발의, 도의회에서 통과된 바 있다.

하지만 여수시는 31사단 측에서 요지부동이라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31사단이 ‘현재 위치가 해안 경계 군사 작전을 펼치기에 대체할 장소가 없는 최적의 위치이므로 이전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군사 시설은 국가 차원의 이전 계획이 선행돼야 하나, 아직까지 국방부 등에서 군부대 이전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아 이전 논의도 어렵다는 것이 여수시 입장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향일암 역사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면서 지역 주민과 함께 상생하려면 부대 이전은 필수적이라는 점은 시민들과 공감하고 있다”며 “시에서는 시민들 의견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2023년부터 31사단을 방문하고 기재부에 공문을 발송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주시 경현동 금성산 정상에 있는 공군부대(포대)에 대한 이전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나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금성산 공군부대로 인해 주변 개발이 제한되고, 정상부에 대한 등산 수요가 높으며 지역민들의 성산(聖山)으로 여겨졌다는 점에서 부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공군부대 부지에 국방부의 신규 무기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시민사회단체가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신무기체계 전력화를 빌미로 금성산을 영구히 군사기지화하려는 계획이라는 지적이다.

전남도의회 이재태(민주·나주3) 의원은 지난달 17일 도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국방부는 금성산 공군부지 사용 허가 기간 갱신과 신규 무기체계 도입을 위해 도유지를 매입하고 있는데, 이는 금성산 군사기지를 영구화하는 조치가 될 것”이라며 “금성산을 전남도민과 나주시민의 휴식공간이자 관광자원으로 만들기 위해 군부대를 조속하고 완전하게 철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나주시는 지난 2021년 금성산 군부대 이전 기초조사 연구용역을 한 적 있으나, 그 이후 현재까지 별다른 이전 계획이나 조치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군부대로 인해 주민들이 실제로 피해를 입고 있음에도 국방부가 부대 이전 요구를 묵살하고 있는 것은 지역민과 상생하기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부대 이전 협상에 뛰어들고, 이전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지역과 상생하기 위한 행동이라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담양군 관계자는 “군 시설로 발전이 제약이 생기고 지역민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을 감안해 국방부가 되도록 협상의 여지를 열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www.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wangju.co.kr/article.php?aid=1743420600782008006
프린트 시간 : 2025년 06월 06일 15:2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