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초등학교서 만든 그림책 ‘꿀벌 이야기’ 만나요”
완도 소안초교 문수지 교사, ‘출동! 비비빅볼’ 출간
천진난만 아이들 상상력 담아 읽을거리·볼거리 선사
한국문예위 ‘문학기반시설 상주작가 프로그램’ 도움
2025년 03월 31일(월) 19:15
비비비. 비비비비….

유난히 작은 날개, 작은 덩치를 가진 꿀벌 ‘비비’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날갯짓을 해야한다. 금빛 날개를 가진 꿀벌 친구들 사이에서 비비는 항상 주눅이 들어있다. 그때 꿀벌들의 보금자리에 나타난 거대한 장수말벌 한 마리. 겨우 도망친 비비는 겁에 질려 깊숙한 숲 속으로 도망친다.

하지만 숲 속에서 만난 달콤한 꽃과 다정한 동물 친구들이 벌벌 떠는 비비를 위로한다. “괜찮아. 많이 힘들었지?” 숲 속 친구들의 도움으로 용기를 얻은 비비는 꿀벌 친구들을 만나 작전을 펼친다. 일명 ‘비비빅볼’ 작전! 다 함께 모여 비비와 친구들은 거대한 꿀벌 공을 만든다. 그리고 꿀벌들이 힘을 합해 공격하자 장수말벌은 결국 꽁무니 빠지게 도망친다.

작은 섬마을 초등학교서 꿀벌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그림책이 최근 발간돼 화제다.

‘출동! 비비빅볼’은 작은 꿀벌 비비의 이야기를 통해 벌공(bee ball·꿀벌 연합체가 말벌을 동그랗게 감싸 날갯짓의 뜨거운 열로 공격하는 방법) 등 꿀벌의 생태는 물론 지혜와 용기, 더불어 사는 삶의 중요성을 전한다.

책은 완도 소안초 교사인 문수지 작가가 글을 쓰고, 안진선 돌봄전담사가 그림을 그렸다. 완도에서도 배를 타고 50여분을 가야 하는 작은 섬 소안도에서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상상력이 가미돼 완성된 작품은 읽을거리, 볼거리를 선사한다.

문 작가는 지난해 5월 20일 ‘세계 꿀벌의 날’을 맞아 학생들을 위한 계기교육을 준비하던 중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아이들에게 꿀벌의 중요성을 재미있게 전달하고자 같은 학교 동료 선생님과 협력해 환경 생태 그림책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스토리 구성 단계부터 참여해 함께 비비의 모험을 고민했고, 동료 선생님들도 ‘비비빅볼’이라는 이름을 제공하는 등 ‘공동창작’의 과정을 거쳤다.

사실 문 작가와 소안초 학생들의 그림책 출판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학생들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전복 해수욕장’을 펴냈다.<1월 2일자 광주일보 24면> ‘전복해수욕장’은 학생, 주민과 나누고 학교 도서관에 비치하는데 그쳤지만, 이번 그림책 ‘출동!비비빅볼’은 출판까지 이어졌다.

이번 발간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학기반시설 상주작가 프로그램’을 통해 현실화됐다. 도서관 등 문학기반시설에 작가가 상주하며 주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업이다. 문 작가는 광주시 서구 쌍촌동 신일작은도서관에서 방승희 아동문학 작가로부터 문학 공부와 동화 출판을 위한 과정 등을 배웠다. 덕분에 지난해 12월께 그림책을 완성할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출판사와 연결돼, 상업출판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장흥 출신인 16년차 교사 문 작가는 지난 2021년 광주교대에서 아동문학으로 석사학위를 받는 등 동화 연구와 창작에 매진했다. 그는 “처음에는 연극을 했었는데 지역에서 여러 한계를 느꼈다. 그러던 중 장흥 문인모임에 합류하면서 문학, 특히 동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석사학위를 받은 후 완도에서 근무하며 아이들에게 동화를 매개로 환경과 생태에 대해 재미있게 알려줄 수 있겠다 싶었다”고 전했다.

그림을 그린 안진선씨 역시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지만, 완도로 이사한 후 경력을 살리지 못하던 차였다. 그 역시 그림책에 섬마을 아이들의 순수함을 담는 한편, 작가로서의 경력도 활용할 수 있었다.

문 작가는 이제 꿀벌 비비의 두 번째 이야기를 준비 중이다. 역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스토리를 구상하고 있다. “선생님, 꿀벌이 없어지면 우리가 먹는 음식도 사라져버린대요!” 아이들은 꿀벌의 생태와 중요성을 공부하며 점차 생각을 넓혀가고 있다.

문 작가는 “아이들도 ‘쓰레기를 버리면 안된다’, ‘동물과 자연을 소중히해야한다’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마음 깊이 이해하는 것은 다르죠. ‘비비를 위해 꽃을 소중히 여겨야해’, ‘북극곰을 위해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말아야 해’ 등 아이들이 동화 속 주인공을 통해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싶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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