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중한 업무·최저임금에…사회복지사 꿈 접는다”
30일 사회복지사의 날…현장 복지사들이 전하는 실태
돌봄·행정업무 전담…퇴근 후엔 보고서 작성·보호자 상담
‘맞춤형 서비스’커녕 쉬는 시간없이 하루하루 버티기 급급
젊은이들 대다수 현장 떠나…열악한 업무 환경 개선 필요
돌봄·행정업무 전담…퇴근 후엔 보고서 작성·보호자 상담
‘맞춤형 서비스’커녕 쉬는 시간없이 하루하루 버티기 급급
젊은이들 대다수 현장 떠나…열악한 업무 환경 개선 필요
![]() /클립아트코리아 |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 제정된 지 14년이 됐지만, 지역 사회복지사들은 여전히 과중한 업무와 부족한 임금 등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30일 ‘사회복지사의 날’에 앞서 만난 사회복지사들은 “열악한 업무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광주시 북구의 한 노인 대상 재활주간보호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고 있는 정숙(여·51)씨는 3년째 일하고 있지만 하루하루 업무가 숨쉬기 벅찰 정도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고충은 과중된 업무와 임금이다. 송영(送迎·센터 이용자들을 차량으로 자택까지 태워다 주는 서비스)을 하면서 이용자들의 집 환경을 살피고, 센터에서는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이용자에게 필요한 서류 발급을 대리해 주는 등 일을 하고, 퇴근 후에도 집에서 1~2시간씩 행정 업무를 처리해야 하루가 끝난다.
거기다 퇴근 후에도 노인 이용자들이나 보호자와 상담 전화를 하다 보면 말 그대로 ‘쉴 틈 없이’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씨가 받는 보수는 최저임금 수준이다.
5년차 사회복지사 전경미(여·51)씨는 60여명이 이용 중인 주간보호센터에서 근무 중인데, 사회복지사 6명과 요양보호사, 간호사 중 한두명이라도 빠졌다가는 ‘패닉’이 온다고 한다.
업무 특성상 한 명의 이용자에게 하루 종일 밀착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한 명 한 명이 맡은 업무가 많다 보니 한 명이라도 업무 공백이 생기면 떠맡아야 하는 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전씨 역시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전씨는 “돌봄, 식사 보조, 행정 업무 등을 죄다 도맡아 하다 보니 ‘맞춤형 서비스’를 해 주고 싶어도 여력이 없다”며 “일한 만큼 대우를 받는 것은 고사하고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도록 쉬는 시간만이라도 충분히 보장해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업무 환경과 처우가 나아지지 않다 보니 사회복지사의 꿈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광주시 북구의 한 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했던 이관영(32)씨는 최근 일을 그만두고 배달 일을 하며 생계를 잇고 있다. 2년에 걸친 공부 끝에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복지관에 취직한 지 1년여만이었다.
성인 중증 장애인을 돌보는 일을 맡았던 이씨는 장애인과 하루 종일 동행하며 돌봐 주고 자해나 폭력 행위 등 돌발행동을 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남자 사회복지사 수가 적다 보니 덩치가 크거나 힘이 센 장애인들을 돌보는 것은 온통 이씨의 몫이었고, 더불어 복지관 내 잡무도 도맡아 해야 했다.
업무 시간 이후로도 보고서 작성 등 일까지 하고 나면 밤 9시 넘어 퇴근하기 일쑤였고, 연휴·명절만 되면 이용자 부모들이 “연휴 동안 아이를 맡아 달라”고 요구해 와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채 일해야 했다는 것이다.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지역 사회복지사 자격 소지자는 8만 4088명, 그 중 2만 여명이 사회복지사로 시설에 근무하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 2018년부터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처우개선 계획’을 3년 단위로 세우고 임금 호봉제를 적용해 주는 등 처우 개선 사업을 추진해 왔으나, 이 계획은 총 사회복지시설 3533곳 중 649곳에만 적용된다.
설립 목적이 사회복지사업이 아닌 수익 목적인 시설이나 어린이집, 노인의료복지시설, 재가노인복지시설 등인 경우 개선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배은경 호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관별로 급여나 복지체계가 격차가 있는데, 광주는 지자체의 지원이 취약해 모든 종사자들이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구조다”며 “사회복지사들의 현실을 명확하게 반영해 현실적인 처우 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오는 30일 ‘사회복지사의 날’에 앞서 만난 사회복지사들은 “열악한 업무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큰 고충은 과중된 업무와 임금이다. 송영(送迎·센터 이용자들을 차량으로 자택까지 태워다 주는 서비스)을 하면서 이용자들의 집 환경을 살피고, 센터에서는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이용자에게 필요한 서류 발급을 대리해 주는 등 일을 하고, 퇴근 후에도 집에서 1~2시간씩 행정 업무를 처리해야 하루가 끝난다.
거기다 퇴근 후에도 노인 이용자들이나 보호자와 상담 전화를 하다 보면 말 그대로 ‘쉴 틈 없이’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5년차 사회복지사 전경미(여·51)씨는 60여명이 이용 중인 주간보호센터에서 근무 중인데, 사회복지사 6명과 요양보호사, 간호사 중 한두명이라도 빠졌다가는 ‘패닉’이 온다고 한다.
업무 특성상 한 명의 이용자에게 하루 종일 밀착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한 명 한 명이 맡은 업무가 많다 보니 한 명이라도 업무 공백이 생기면 떠맡아야 하는 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전씨 역시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전씨는 “돌봄, 식사 보조, 행정 업무 등을 죄다 도맡아 하다 보니 ‘맞춤형 서비스’를 해 주고 싶어도 여력이 없다”며 “일한 만큼 대우를 받는 것은 고사하고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도록 쉬는 시간만이라도 충분히 보장해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업무 환경과 처우가 나아지지 않다 보니 사회복지사의 꿈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광주시 북구의 한 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했던 이관영(32)씨는 최근 일을 그만두고 배달 일을 하며 생계를 잇고 있다. 2년에 걸친 공부 끝에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복지관에 취직한 지 1년여만이었다.
성인 중증 장애인을 돌보는 일을 맡았던 이씨는 장애인과 하루 종일 동행하며 돌봐 주고 자해나 폭력 행위 등 돌발행동을 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남자 사회복지사 수가 적다 보니 덩치가 크거나 힘이 센 장애인들을 돌보는 것은 온통 이씨의 몫이었고, 더불어 복지관 내 잡무도 도맡아 해야 했다.
업무 시간 이후로도 보고서 작성 등 일까지 하고 나면 밤 9시 넘어 퇴근하기 일쑤였고, 연휴·명절만 되면 이용자 부모들이 “연휴 동안 아이를 맡아 달라”고 요구해 와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채 일해야 했다는 것이다.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지역 사회복지사 자격 소지자는 8만 4088명, 그 중 2만 여명이 사회복지사로 시설에 근무하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 2018년부터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처우개선 계획’을 3년 단위로 세우고 임금 호봉제를 적용해 주는 등 처우 개선 사업을 추진해 왔으나, 이 계획은 총 사회복지시설 3533곳 중 649곳에만 적용된다.
설립 목적이 사회복지사업이 아닌 수익 목적인 시설이나 어린이집, 노인의료복지시설, 재가노인복지시설 등인 경우 개선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배은경 호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관별로 급여나 복지체계가 격차가 있는데, 광주는 지자체의 지원이 취약해 모든 종사자들이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구조다”며 “사회복지사들의 현실을 명확하게 반영해 현실적인 처우 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